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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이국종의 패배와 김윤의 승리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06-25 15:28

(장태민 칼럼) 이국종의 패배와 김윤의 승리
[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의사는 아마도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일 것이다.

이 병원장은 지난 2011년 아주대 병원 외상외과장으로 일할 때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구출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면서 전국민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됐다.

또 2017년엔 판문점 JSA를 넘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살려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작년 12월에는 국군대전병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지난 2019년엔 정부 포상 국민추천제에 따른 2번째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 수훈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년기 시절의 가난 때문에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픈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다짐 대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사람 살리는' 외과의사로 명성을 얻었다.

한국민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 이국종은 그러나 올해 2월 터진 의대 증원 사태에 대해 말문을 열어 다수 국민들이 싫어할 만한 소리를 하고 말았다.

■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존경받던 의료인의 '의대 증원 정책' 비판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이 지난주(19일) 한국의 무리한 의대 증원 정책을 비판했다.

이 병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의사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국민 다수는 정부가 주도한 의대 증원 확대에 찬성하면서, 의사 집단을 '돈 벌레'라고 조롱하는 재미를 붙였다.

사실상 조 단위 국민의 돈이 정부의 밀어 붙이기 정책으로 허공 속으로 날라갔음에도 사람들은 의사 집단을 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매도했다.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을 대놓고 암적인 존재로 비아냥대는 한국인의 기개가 놀라울 따름이다.

어쩌면 상당수 한국인들이 전문가들을 한 계급 아래로 보는 포퓰리즘의 재미에 단단히 중독돼 버린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민들에게 가장 유명한 의사는 현재 정부 의료 정책 잘못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지만, 이 병원장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병원장은 지난주 대전에서 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현재 의료계는 벌집이 터졌고 전문의는 더 이상 배출되지 않아 없어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30년 전과 비교해 소아과 전문의는 3배 늘었고 신생아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정작 부모들은 병원이 없어 ‘오픈런’을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의대생을 200만명 늘린다고 해서 소아과를 하겠느냐"고 했다.

지금의 필수의료 문제를 의대 증원 확충으로 풀려는 정부의 비이성적인 고집, 그리고 거기에 동참한 우매한 국민들의 주장에 반기를 든 것이다.

■ 현실을 아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가 토로한 정부 정책에 대한 '답답함'

의사 교육은 강의식이 아닌 선후배 간 일대일 도제식으로 이뤄진다.

사실상 이런 상황에선 함부로 많은 수를 양성할 수도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

이 병원장은 "'필수의료과 망한다'는 말은 내가 의대생이던 30~40년 전부터 나왔다"면서 이번 사태는 '정부 정책 실패'라고 비판했다.

각 정권 입맛마다 의료 정책이 달라지는 점도 비판했으며,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의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내가 전문의를 취득한 1999년에는 의사가 너무 많아 해외로 수출해야 한다고 했고 얼마 전까지는 미용으로 의료 관광을 육성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젠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한국 필수의료는 초토화된 상태'라는 우울한 평가를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 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미국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의사와 간호사가 대기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을 20년 전부터 갖췄다. 일본이 연간 1800번 닥터헬기를 띄운다면 한국은 미군 헬기까지 동원해도 출동 횟수가 300번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게 필수의료이고 이런 시스템부터 다져야 한다"고 했다.

■ 김윤의 500명 증원? 연초엔 4500명 주장하던 사람인데...

이번 의료 사태에서 스타가 된 의료인(?)이 있다.

이번에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김윤이다.

김윤은 올해 2월 '의료 사태'가 터진 뒤에도 2천명을 훌쩍 넘는 수의 증원을 주장하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최근엔 500명 증원을 주장해 많은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서울대 교수라는 사람이, 그것도 의료 정책을 연구했다는 사람이 며칠, 혹은 몇 달 사이에 이렇게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데 놀란 것이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에서 교편을 잡았던 김 교수는 사실 얼마 전까지 5천명 가까운 의대 증원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김 교수는 올해 3월 초만 하더라도 "2050년엔 의사 약 6만5000명이 부족하고 이를 충원하려면 2025년부터 2040년까지 15년간 4500명씩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었다.

이른바 '낙수 효과' 논리다. 최대한 의대생을 많이 뽑으면 의사들이 넘쳐서 작금의 필수 과목 의사 부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김 교수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 진료 대란 등 대한민국 의료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의사를 늘리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좋은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필수 분야 의사 부족과 열악한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지역 출신을 뽑는 ‘지역 인재 전형’, 선발할 때부터 의사가 부족한 지역·분야에서 10년 정도 일하게 하는 ‘지역 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방송 토론에 나와서 '전공의들이 3억5천, 4억씩 받는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문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소위 '노예 노동'을 하면서 월 400만원, 많아 봐야 겨우 연봉 5천만원 받는 전공의들을 '돈에 환장한' 젊은이들로 몰았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이 '현장 경험 없고 의료 실태를 모르는' 서울 의대 교수의 '거짓말'에 속은 뒤 의사들을 멍석말이 하는 데 앞장섰다.

의사들 사이에서 김윤은 서울 의대 내에서 소위 '사회과학'을 하는 인물로, '실무를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필자가 아는 한 서울 의대 출신 외과 전문의가 말했다.

"김윤은 한국 의료시스템 붕괴에 앞장선, 그리고 한국 사회에 큰 죄를 지은 인물입니다. 윤석열과 한국민을 가스라이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그가 초래한 패악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누구도 전문가들의 목소리 따위는 좋아하지 않는군요."

■ 김윤의 승리와 이국종의 패배가 말하는 한국 의료는 미래는...

김윤은 '문재인 케어'를 설계한 김용익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제자다.

그리고 김용익, 김윤 등이 설계한 문재인 케어는 의료 재정에 너무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지속될 수 없었다.

이들은 의료 시스템 개혁을 연구한 사람들이었으며, 동시에 너무도 정치적인 인물이었다.

우선 김윤의 스승 김용익은 전형적인 '폴리페서'였다.

김용익은 1987년 서울 의대 내 '의료관리학 교실'을 설치한 뒤 김대중 정부의 의료 정책 때부터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6번으로 국회의원이 된 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사회수석(2006년~2008년), 민주당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2016~2017)을 지냈다.

이제 70대에 들어선 김용익의 뒤를 이어 그의 제자인 김윤이 '폴리페서'로서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수천명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윤석열 정부를 현혹한 뒤 정작 자신은 스승이 몸 담았던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시대의 아이러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윤석열이 본래 민주당 출신이나 마찬가지이니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민에겐 이런 폴리페서들의 정치 놀음보다 '한국의 시스템'이 중요하다.

'존경받는 의사' 이국종은 의대 증원이 잘못됐다고 말해 지금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판을 기웃거렸던 '서울 의대 내 의료관리학 교실' 교수 집단은 의료 현장 경험은 없으면서도 '이상한 사회과학'을 했다는 이유로 권세를 누리고 있다.

이런 인간 군상들의 처세가 한국민이 누려야 할 의료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도, 국민도 이번 사태에 대한 분별력이 없어 보인다.

실학을 모르는 성리학자들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어서 한국 사회, 한국 경제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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