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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 8월 금리인하, 희망사항과 현실성 사이에서...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06-24 13:56

자료: 1시45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자료: 1시45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시장금리가 외국인의 대규모 국채선물 매수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뒤 조기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아졌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인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들이 나온 가운데 일각에선 '미국 외 주요국'의 금리인하 등을 보면서 국내도 인하가 당겨질 수 있을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반대 쪽에선 물가 안정을 더욱 견고히 할 필요성이나 환율 등을 보면 인하 기대감이 과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실제 조기 인하는 기대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강세 분위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분위기로 압박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진단들도 보였다.

■ 시장이 기대 못 버린 '여름 인하' 가능성

최근 국고채 3년, 5년 등 상당구간 금리가 3.1%대로 내려오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자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들도 종종 등장했다.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ECB 등 금리를 내리는 나라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의 조기 금리인하 예상들도 꽤 보였다.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이 인하를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평가를 내놓는 등 주변부의 한은 금리결정에 대한 훈수도 많아졌다.

여전히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9월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금리 움직임 등을 보면 한국도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기 어렵다는 평가도 보인다.

A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시장금리 레벨 부담이 크지만 인하 기대감이 밀리면 사자의 동력이 되고 있다"면서 "일단 8월 인하 기대 심리가 살아 있으니 시장이 밀리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역시 인하 기대를 적극 차단하기 보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비둘기파적인 메시지가 누적되고 있어 8월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창용 총재가 누차 강조한 것처럼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긴축적이라면 금리 인하는 긴축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명분은 충분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회의에서는 물가 수준과 물가 상승률을 구분하고 한은은 물가 수준이 아닌 물가 상승률을 타깃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이는 체감물가가 중요한 이슈지만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다면 원칙적으로 정책 대응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기대감과 현실 다르다는 평가도

주요국들은 금리인하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앞서서 움직일 때의 장점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보인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본다면 보수적인 중앙은행이 조기에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데다 지금은 바람과 예상이 혼재돼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시장금리 움직임을 보면 인하 기대감이 50% 이상은 돼 보인다"면서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기대감이라기 보다는 희망사항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해 있는 상황이어서 실제론 내리기 어렵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 물가를 자극하는 일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C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8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30%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면서 "시장 움직임은 미국보다 먼저 내리라는 압박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분위기가 어느 순간 뒤집힐 수도 있어 불안정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국내 3개월 선도금리가 8월 인하 기대를 30% 정도 반영한 3.4% 정도로 하락했다"면서 "국내 내수부진과 2분기 성장률 둔화로 8월 인하 트라이는 가능할 수 있으나 아직은 높은 기대인플레와 고환율의 부담을 덜어내야하고 대출규제가 효과를 발휘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안정화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이 9월에 인하하기 때문이 아니라 라스트 마일에서 국내 사정을 앞으로 1분기 정도 지켜보는 과정은 필요하다"면서 10월 인하를 예상하는 게 무난하다고 주장했다.

■ 외국인 선물 대량매수가 이끈 인하 정당화 분위기

외국인은 지난 20일 3년 국채선물을 207계약 순매도하고 10년 선물은 6,836계약 순매수했다.

10년선물은 많이 샀지만 3년선물은 연속 매수에서 벗어났다. 일단 최근의 강력한 양매수 일변도 흐름은 끊겼다.

외국인은 13일부터 20일까지 5영업일 동안 3년 선물을 9만 1,276계약, 10년 선물을 5만 35계약 순매수(당시 5일 일평균 3선 1만 8,255계약, 10선 1만 7계약)해 투자자들을 놀래킨 바 있다.

외국인이 20일 3선 순매도로 전환했으나 21일엔 다시 1만개 넘게 순매수 하는 등 매수 강도를 높였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3선을 1만 2,879계약, 10선을 2,893계약 순매수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3선과 10선을 모두 사고 있다. 다만 매수 강도는 최근의 거침없는 매수가 이어지던 때보다는 약화됐다.

D 증권사 딜러는 "아직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세가 끝나지 않았고 적극 매도하려는 세력도 없다"면서 "하지만 레벨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지점에서 이들이 매수 강도를 낮추면서 금리 레벨 하락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8월 인하 얘기는 최근 외국인 선물매수와 금리 레벨 하락에 따라 이를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조기 인하 자신 못하게 하는 환율 요인과 기타 요인

상당수 채권 투자자들이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다고 보는 요인 중 하나는 환율이다.

달러/원 환율은 종가기준으로 지난 5월 16일 1,345원에서 바닥을 형성한 뒤 다시 올라왔다.

최근 달러/원은 1,380원선을 재차 넘어선 뒤 다시 1,400원선에 다가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00원대는 오래전 IMF 사태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수한' 사례 때 보던 레벨이어서 한은이 조기 금리 인하를 통해 환율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쉽지 않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지난 20일 스위스가 기준금리를 두 번째로 인하한 뒤 토마스 요르단 SNB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간 줄어든 가운데 스위스 프랑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25bp 인하가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함께 ECB의 금리 결정 등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보니 통화정책과 관련해 환율에 민감한 나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은 달러/원 환율 고공행진으로 원화 약세에 따른 물가 압력 등이 우려요인으로 꼽혀왔다.

D 딜러는 "만약 한은이 연준의 인하 전인 8월에 인하를 하려고 한다면 환율 불안을 자초하면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환율 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다른 주변 요인들 역시 금리 인하를 서둘러선 안 되는 요인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E 은행의 한 딜러는 "정치권이나 채권시장에서 조기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일단 8월은 시기상조로 보인다"면서 "미국도 9월 인하가 확정적인 상황도 아니며 불확실성 역시 크다. 연준 인사들이 아직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딜러는 "한은이 도리어 연초보다 완화적인 입장에서 후퇴한 측면도 크다. 성장률이 높게 나오는 가운데 아직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잡혔다고 보기엔 환율과 유가가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면서 전고점 수준까지 간 곳들도 있다. 이와 함께 대출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동산 움직임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는 기준금리 빼고는 시장금리가 이미 1년 내 2회 인하 수준을 다 반영해서 내려온 상황"이라며 "개인적으로 볼 때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려야 하는 요인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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