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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끝나지 않은 액트지오 의문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06-11 15:03

사진: 한국석유공사
사진: 한국석유공사
[뉴스콤 장태민 기자] 빅터 아브레우 액티지오 고문이 지난주 한국을 방문해 '한국인들은 이상하다'고 했다.

아브레우는 지난주 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 경사인데 한국처럼 논쟁이 뜨거운 것은 처음"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이 업계에선 소규모 업체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분석하는 일은 흔하다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한국 사람들을 비난했다.

지난 2020년~2025년 사이 발견된 유정 중 가장 매장량이 큰 가이아나의 성공 가능성이 16%였고 한국은 20%에 달해 '한국의 경사'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별다른 리스크를 지지 않는 '약장수'가 한국이라는 거대 국가를 농락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 위험 프로젝트, 아브레우의 '20%'는 믿을 수 있을까

아브레우는 동해 유전의 시추 성공 확률을 20%로 제시했다.

이 수치는 굉장히 높은 것이다.

일각에선 20%의 성공확률은 80%의 실패 확률을 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추 작업 자체가 워낙 확률이 낮은 '모험 사업'이다.

에너지 확보를 위해선 실패 위험을 감수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아브레우의 20%'를 못 믿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 정유업체의 한 직원은 "이 사람과 정부의 계약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확률 20%를 어떻게 믿으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이 급하게 발표했던 건 누가봐도 이상하다"고 했다.

아브레우는 매장량 35억~140억배럴이라는 범위를 제시했다.

그리고 회사 덩치가 작다고 무시하는 한국인들의 의심에 대해선 자신의 팀이 '최고의 전문가'라고 주장한다.

엑손모빌, 임피리얼 오일 같은 글로벌 석유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르네 용크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있다고 했다.

자신 역시 석유 개발·탐사 분야에서 수십 년 활동해 온 전문가라고 했다.

하지만 브라질 출신 미국인 아브레우가 '남미 특유의 포퓰리즘적 낙관론'에 익숙한 사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포퓰리즘에 익숙한 사람들이야 '석유 난다'고 하면 믿지만 한국은 최소 포퓰리즘으로 나라 경제를 망친 남미 국가들보다 레벨이 높은 나라다.

최근 수년간 한국이 경제정책과 관련해 '포퓰리즘'을 국시(國是)로 삼는 듯하지만, 최소한 선진국 흉내라도 내려면 큰 정책과 관련해선 검증하고 의심하면서 최대한 꼼꼼히 따지는 게 기본적인 태도다.

■ 매출 4천만원도 안 되고 세금도 못 내던 사살상 1인기업

아브레우는 2016년 미국에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ACT-GEO)를 설립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누가 보더라도 많이 힘들어 보였다.

액트지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전혀 '세계적 전문가'가 이끄는 기업 같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 법인 자격에 제동이 걸린 상태의 기업이었다.

이 사실상의 1인 기업은 연매출이 우리돈 4천만원도 되지 않았던 데다 얼마 되지도 않는 세금마저 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2019년부터 사실상의 법인 자격을 박탈한 상태로 있다가 2023년 3월에 법인 자격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석유공사와는 2023년 2월에 계약을 했다.

이성이 있는 사람들이 뭔가 과정이 찜찜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일부에선 석유공사가 액트지오 세금을 대신 갚아준 것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이런 의심이 일자 석유공사는 "23년 2월 액트지오와 계약 체결 이후 그해 5월부터 용역대금을 지급했다. 액트지오가 세금을 완납한 시점은 23년 3월"이라고 했다.

액트지오 체납세액은 2백만원 수준이었다고 했다.

액트지오는 미납세액 1,650불을 23년 3월 완납하고 제한됐던 행위능력(재판권 등)도 소급해 회복했다.

■ 한국은 당한 것일까...석유공사 "떳떳"

이런 논란이 일다보니 사실상의 1인 회사가 한국이라는 '호구'를 물어 회사가 기사회생 했으며, 이후 이런 저런 사람 몇명을 끌어들어 그럴싸하게 회사를 분칠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정정당당하게 계약해 일처리를 했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는 호주 우드사이드와 공동 탐사한 자료(07~21년)와 독자 탐사자료(05~07년, 22년) 일체를 액트지오사에 제공하고 23년에 유망성 평가 분석을 의뢰했던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람들이 액트지오에 대해 '영업세 체납' 등을 근거로 자격 논란을 벌이는 것도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는 2019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법인 영업세 체납으로 ‘법인격은 유지’한 채 법인의 행위능력이 일부 제한된 바 있다"면서 "이와 같은 행위능력 일부 제한 상태는 재판권이 제약받고 법인 채무가 주주 등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있을 뿐이며, 텍사스주법에 따라 행위능력 일부 제한 상태에서도 ‘계약 체결은 가능’하다"고 했다.

공사는 "텍사스주 판례에 따라 세금 미납으로 인한 법인의 능력 제한은 법인의 계약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액트지오의 법인격은 2019년 1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돼 왔으며, 23년 3월 체납 세금 완납으로 행위능력 일부 제한 시점(2019년 1월)까지 소급해 모든 행위능력이 회복됐다"고 했다.

2023년 2월 체결한 용역 계약으로 법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 구멍가게도 이런 식 거래 하기 쉽지 않다는 비판

사실 국가나 공기업이 이런 기업과 거래 계약을 맺는다는 일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영업세도 제 때 못 내던 사실상의 1인 기업과 한국과 같은 세계 경제규모 10위권 근처의 큰 국가(혹은 국가의 대표 공기업)가 거래를 맺는 일을 구상하긴 쉽지 않다.

이런 회사에게 5천억원 이상이 들 수도 있는 석유 시추를 맡긴다는 것도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국가가 특정 업체와 계약할 때는 그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거래 상대방의 기술력 뿐만 아니라 재무 상태, 영업 실적 등을 따지는 것도 당연하다.

사적 영역에서도 당연히 거래 상대방의 역량과 재무건전성을 따진다. 아울러 새로운 거래를 트기 위해선 주변의 전문가 등의 평가도 고려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의심이 일자 '아브레우 본인'을 불러 해명하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의혹을 해소하려고 하면, 당사자가 할 소리는 뻔하지 않은가.

이 분야를 잘 아는 국내외 다른 '전문가'들이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도 전문가는 꽤 있다.

이런 의혹 속에 한국석유공사는 열심히 아브레우를 '쉴드쳐주고' 있다.

한국이라는 '큰 국가'가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누가 보더라도 하자가 많아 보이는 업체와 계약을 했는지 속시원하게 밝혀야 한다는 주장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언론이 "석유공사가 22년 12월 '공해 울릉분지 종합기술평가 수행계획'에서 심해 전문기관 평가 및 전문가 자문단에 들어가는 예산으로 160만불을 책정했으며 대부분 액트지오에 지급됐다"고 하자 석유공사는 "160만불은 집행계획이고 실제 집행액은 129만불"이라고 했다.

이 돈에 대해서도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한 액트지오의 유망성 평가, 국내외 전문가 검증에 소요된 전체 금액을 합산한 것"이라고 했다.

■ 한국석유공사의 망가진 재무제표

영일만 일대에서 시추하게 되면 한번에 1천억원이라는 큰 돈이 든다고 한다. 물론 심해 시추에서 정확히 얼마나 돈이 들지는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아브레우를 끌어들인 뒤 이 일을 진두지휘할 곳은 한국석유공사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2023년 기준 석유공사의 자산은 18.2조원, 부채는 19.6조원이다. 자본이 '마이너스' 1.3조원으로 잠식상태에 있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숨이 붙어 있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부채는 2006년 3조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0조원 수준에 달해 한해 이자만 수천억원을 낸다.

석유공사의 재무제표가 이렇게 망가진 데엔 너무도 유명했던 '하베스트' 투자 실패 등이 있다. 하베스트에 들어간 돈만 7조원이 넘고 실제 회수한 금액은 1천억원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석유공사가 2022년 12년만에 흑자를 냈고 작년에도 당기순익을 1,788억원 내며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하지만 거대한 부채를 짊어진 한국의 대표적인 공기업이 갈 길은 멀다.

자원 개발은 '모험사업'인 데다 큰 돈이 들기 때문에 일처리가 꼼꼼해야 했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오랜 기간 전혀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였으며, 정치에 휘둘린다는 의심도 많이 받았다. 이런 석유공사가 동해 시추를 추진하기 위해선 다시금 국민 세금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설립된 석유공사의 '최근 역사'를 볼 때 이 공기업이 불러들인 아브레우와 액트지오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 않는가.

■ 석유공사의 '의심' 차단과 아브레우 방어

전날 국내의 한 신문은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의 동해 심해 원유·가스전 탐사 자료 정밀 분석 결과를 검증한 해외 전문가(모릭 교수)가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모릭 교수가 액트지오의 소유자이자 고문인 비토르 아브레우의 논문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다시금 액트지오를 방어했다.

석유공사는 "모릭 교수는 심해저류층 퇴적 프로세스 및 3차원순차층서분야 전문가로 엑트지오 분석방법의 적절성 등을 자문했다"면서 "석유공사는 순전히 이 분야 전문성만을 고려하여 해외자문단을 선정했으며, 아브레우 액트지오 대표는 자문단 선정과정에 일절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모릭 교수와 아브레우 대표가 논문 공동저자임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고 모릭 교수도 공정하게 자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공사는 전문성만을 고려해 해외자문단을 선정했고 액트지오는 자문단 선정과정에 일정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석유공사의 적극적인 액트지오 방어를 보면서 오히려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단 아브레유의 분석 결과를 검증한 사람이 '논문 공동 집필인'이니 이상하긴 하다.

■ 큰 의문, 대형 전문업체 '우드사이드'의 철수와 1인 업체 계약

호주의 대형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의 철수 이후 석유공사가 '1인 회사' 액트지오와 자문계약을 맺은 뒤 '동해 석유가스전' 시추를 공식화하자 의심이 일 수 밖에 없었다.

우드사이드는 1차 조광권(07.2~16.12월) 종료 이후 19년 4월에 재차 연장(~29년 4월)했지만 22년 7월 철수 의향을 표시하고 23년 1월 철수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22년 6월 호주의 자원개발기업 BHP사와 합병하면서 글로벌 해양 프로젝트 중심으로 기존에 추진되던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정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석유·가스 개발과정은 물리탐사 자료 수집, 전산처리, 자료해석 과정을 거쳐 유망구조를 도출하고 탐사시추를 통해 부존여부를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공사는 "석유공사와 우드사이드사는 07년부터 15년간 물리탐사를 함께 진행해왔으나 우드사이드사는 보다 정밀하고 깊이있는 자료해석을 통해 시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단계인 유망구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철수한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마치 우드사이드사가 유망 구조에 대한 심층 평가를 통해 장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 철수했다는 해석은 당시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석유공사는 "그간 축적된 탐사자료, 우드사이드사가 철수하면서 넘겨준 자료, 자체 추가 탐사자료 등을 23년 2월 심해탐사 기술분석 전문기관인 액트지오사에 의뢰해 자료 해석을 진행했고 액트지오사는 자체적인 첨단기술과 노하우 등을 토대로 분석해 이번에 새롭게 유망구조를 도출한 것"이라고 했다.

석유공사는 또 액트지오 '한 곳'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대해서도 나름의 반론을 제시했다.

공사는 "탐사 정보 유출 등을 고려해 우수한 업체 한 곳을 선정하여 분석한 후 다양한 전문기관을 통해 그 결과를 검증받는 것이 일반적인 업계 관행"이라며 "석유공사는 이번 동해 심해 관련 탐사자료 분석을 의뢰하면서 전문성과 심해 경험을 보유한 최적의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지명경쟁입찰을 수행하여 최적의 업체인 액트지오를 용역 업체로 선정하고 분석 용역을 의뢰한 것"이라고 했다.

또 탐사자료 분석 결과에 대해 국내외 자문단을 통해 신뢰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까지 액트지오의 주된 사업 종목이 '직업 재활'이었다는 점에서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 동해 원유 기원하기 이전에 일 처리 꼼꼼했는지 따지는 게 우선

동해에 석유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국민은 없다.

아브레우 말대로 동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길 바란다.

그리고 부디 시추에 성공해 노르웨이국부펀드처럼 우리도 석유를 기반으로 한 소버린 펀드를 조성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아브레우는 별다른 리스크 없이 돈을 벌고 한국은 이 '한 사람'을 믿고 엄청난 베팅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거두기 쉽지 않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석유가 날 '확률'이 아니라, 자문업체 선정과 일처리 과정이 너무 주먹구구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주변에선 뭔가 이권이 걸려 있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까지 있다.

어차피 모험사업이라면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 그건 너무 당연하다. 또 리스크 없이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도 없다. 하지만 국민 돈이 크게 쓰이는 만큼 일 처리는 꼼꼼하고 정교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 선정이나 계약 과정이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처럼 보여 상당히 불안하다.

필자 같은 사람들이 볼 때는 계약 '과정'이 미덥지 못하니 산유국의 꿈에 취할 수도 없다.

국민을 크게 배신했던 공기업이자, 여전히 회사 운영의 상당 부분을 국민 돈에 의존할 수밖는 한국의 공기업이 다시 피같은 세금만 날리는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장태민 칼럼) 끝나지 않은 액트지오 의문


출처: 한국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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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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