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닫기
검색

뉴스콤

메뉴

뉴스콤

닫기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주요국 금리 인하의 시간갭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06-21 14:59

사진: 지난달 말 2024년 한국은행 국제커퍼런스에 참석한 TOMAS JORDAN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사진: 지난달 말 2024년 한국은행 국제커퍼런스에 참석한 TOMAS JORDAN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뉴스콤 장태민 기자]
올해 선진 경제권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내린 나라는 스위스다.

스위스는 올해 3월 금리를 내린 뒤 6월에도 금리를 인하했다.

이번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가장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한 스위스는 이제 2차례 금리를 내린 셈이다.

하지만 유로존 인접 국가인 영국은 금리 인하를 미뤘으며, 노르웨이는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등 국가별 사정에 따라 인하 시기와 강도는 차이가 나고 있다.

■ 스위스, 3·6월 인하...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극 인하한 선진국

스위스중앙은행(SNB)이 20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25bp 내렸다.

SNB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SNB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스위스 인플레이션은 5월 1.4%로 평준화된 가운데 올해 전체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이와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약 1%, 2025년에는 약 1.5%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통화정책 컨퍼런스에 참여해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던 토마스 요르단 SNB 총재는 금리인하와 관련해 환율 요인을 거론했다.

SNB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간 줄어든 가운데 스위스 프랑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할 때 금리를 25bp 인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총재는 SNB의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은 금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외환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은행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한 바 있다.

그는 "경제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율의 큰 변동이 있거나 실제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스위스 프랑은 지난 통화 회의 당시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 절상됐다. 환율은 통화 상황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스위스는 다음 금리결정회의가 열리는 9월에서 3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반대 쪽에선 임금 상승과 서비스 인플레를 감안할 때 올해 2차례 인하면 충분하다는 주장으로 맞서는 중이다.

■ 영국, 유로존은 내렸지만 우리는 '조금 더' 보고 결정...8월 인하 포커싱

유로존이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가운데 영국은 금리인하 타이밍을 유로존보다 늦게 잡고 있다.

영란은행(BoE) 통화정책위원회(MPC)는 20일 7대2로 금리를 동결했다. 위원 가운데 2명이 25bp 인하를 주장했다.

이번달 찬반 의견은 지난 5월 회의 때와 동일했다.

시장은 일단 이달에도 영란은행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영국의 5월 CPI가 전년비 2.0% 상승하면서 목표치인 2% 수준까지 둔화됐지만, BoE가 곧바로 인하 그룹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망설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간 영국 인플레이션 둔화세의 대부분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 하락에 기인했다. BoE는 이러한 둔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서비스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 올해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목표 이상으로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임금이 계속 빠르게 증가하면 높은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했다.

따라서 MPC 위원들은 상황을 '좀더' 확인하고 싶어했으며, 성장률과 인플레 전망이 발표되는 8월이 관건이 됐다. 금융시장은 현재 대체로 8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이번 통화정책 회의 결과도 '도비시한 동결'로 평가했다.

영국 국채10년물과 2년물 금리는 각각 1.40bp, 2.86bp 떨어진 4.1547%, 4.1492%를 기록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 임금 상승률이 두 달 연속 서프라이즈 기록해 6월 금리인하를 단행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ECB, BoC, SNB 등 금리인하를 단행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특징은 현재 물가보다도 중기적 물가 전망치를 중시한다는 것"이라며 "BoE도 물가에 대한 맥락과 전망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합류했으며, 인하 시기는 8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노르웨이, 우리는 일단 연말까지 동결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20일 정책금리를 4.5%로 유지했다.

노르웨이는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며 연말까지 동결을 예고했다. 9월 첫 번채 금리인하에 대한 이전 전망을 철회했다.

최근 중앙은행의 이같은 태도에 노르웨이 크로네 가치가 계속 올랐다.

달러/크로네 환율은 17일부터 21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다 볼덴 바흐 노르웨이 중앙은행 총재는 "모든 증거로 볼 때 경제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만큼 냉각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임금 상승률이 우리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전망치의 상향 조정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는 유럽의 금리 인하 대열에 조속히 합류하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노르웨이는 여전히 잘 돌아가는 경제 상황과 높은 물가를 근거로 독자 노선을 좀더 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볼덴 바흐 총재는 "5년 앞을 내다보면 물가가 목표치인 2%를 약간 상회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이것이 목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신호로 보지 않는다"면서 "예측 기간의 마지막 해까지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 선진국보다 먼저 인하 시작한 신흥국 대표주자 브라질은...당분간 '동결' 가능성

덩치 큰 나라 중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를 이어온 나라 중 하나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그러나 이번엔 멈췄다.

브라질은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50%로 동결됐다. 작년 8월 회의부터 7차례 연속, 그리고 총 325bp의 금리를 인하한 이후 첫 동결이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지난 회의에서 9명의 위원 중 4명은 50bp 인하, 5명은 25bp 인하를 주장하며 의견이 엇갈렸으나 6주만에 모든 위원들의 의견이 동결로 모아졌다.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확대된 영향이다.

5월 회의 이후 확인한 2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자 이번 회의부터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은 경기 회복세, 환율 불안 등을 고려할 때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브라질은 실질 기준금리가 높기에 일시 중단으로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인하 재개 시점은 2025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국채는 상당수 한국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 대상물이다. 아울러 브라질 국채 투자에선 환율을 빼놓은 수 없다. 헤알의 약세가 우려된다면 부담이 커진다.

박 연구원은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12%에 진입하며 투자 매력은 두드러진다. 하지만 금리 하락 요인이 약화됐기에 자본차익보다는 단기물을 통한 이자 수익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무부의 불투명한 정부지출 감소 계획 또한 헤알화 약세 흐름을 심화시켰다. 헤알/달러 환율이 5.4헤알을 넘어서자 중앙은행 개입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이라며 "브라질 정부에서 국가 신용등급 상향에 정책 초첨을 맞추고 있기에 약세 지속 가능성은 낮고 정책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원/헤알 260원대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 주요국 인하 대기 순번은...영국→미국→한국?

이달 초순엔 ECB와 힘께 캐나다가 금리를 내린 바 있다.

우선 지난 7일 ECB는 금리 인하 후 추가 인하와 관련해 "금리 결정은 경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특정 금리 경로를 미리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캐나다는 ECB가 인하하기 전인 5일 금리를 내린 뒤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2%의 목표치를 향해 계속 움직일 것이라는 자신감을 증가시켰다"고 했다.

캐나다 근원 CPI 상승률은 올해 1월 2.4%, 2월 2.1%, 3월 2.0%, 4월 1.6%로 지속적인 둔화 흐름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G7국가 중 첫번째 인하한 나라가 됐다.

당시 티프 맥클렘 BOC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되면 추가인하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 번에 한 회의씩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 설문은 캐나다가 연내에 2차례 더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를 4.25%로 맞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달 캐나다, 유로존의 금리인하 이후 스웨덴은 지난 9일에 금리인하에 동참했다.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방크)은 8일 기준금리를 25bp 내린 3.75%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2월(15bp 인하) 이후 약 8년 만에 처음으로 단행된 것이었다.

향후 멀지 않은 시간에 금리인하에 동참할 수 있는 국가들로는 영국(8월), 미국(9월) 등이 꼽힌다.

국내 채권 투자자들은 한국 역시 이런 분위기가 편승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최근까지 미국의 9월 인하 후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연중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레벨을 합리화하기 위해 8월 인하가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종종 나오곤 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