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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집값 상승 압력은 중앙은행의 발길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06-27 13:50

사진: 26일 열렸던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
사진: 26일 열렸던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
[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한국은행의 법정보고서인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한은 간부들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거래와 맞물린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든 이유는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간부들도 전날 금융안정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집값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스런 부분이 있다고 했다.

■ '금융안정' 설명회에서 집값 경계감 드러낸 한은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최근 집값 상승이 기조적 상승 전환인지는 조금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며 "모니터링을 잘하고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재보는 "집값이 서울 일부지역에서 상승 전환하고 금리인하 기대감도 있다.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데서 걱정스런 부분이 있다"며 "기조적인 상승 전환인지는 조금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니터링을 잘하고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갈 생각"이라며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100%를 넘는 수준에서 90%대 초반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부채 증가율이 명목 GDP 증가율을 밑돈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이 비율을 더 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부총재보는 "가계부채 비율 적정 수준을 80%로 많이 얘기한다. 지금 우리가 91%대까지 내려왔지만 80%대까지 내려가는 것이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안정국장도 이 비율을 더 내려야 한다고 했다.

장정석 국장은 "가계부채 비율이 기본적으로 하향 안정되고 있으나 최근 가계부채가 늘고 있어서 이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라며 "100% 목표로 했을 때 목표를 달성했으니 가계부채를 좀 여유있게 해도 되느냐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국장은 "가계부채 비율이 GDP 개편으로 100% 조금 밑에서 91%로 떨어졌다고 해도 전세계와 비교하면 4위로 높은 수준"이라며 "중요한 것은 가계부채를 중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를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최근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을 9월로 미뤘다.

한은은 당국이 DSR 적용 범위 확대 가능성이라는 수단도 갖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서 가계부채를 명목 GDP 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한다는 원칙 하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 올해 은행 주담대, 2022~2023년의 두 배 넘는 증가폭

지난 12일 한은이 발표한 5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은행의 5월 가계대출 잔액은 6조원 증가한 1,109.6조원을 기록했다.

주택거래가 늘어나면서 주담대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4월에 4.5조원 늘어난 뒤 5월엔 5.7조원 급증해 증가폭을 확대했다.

은행 주담대는 올해 5월까지 20.3조원 늘어나 월평균 4조원 가량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주택 거래량이 3월, 4월, 5월, 6월로 가면서 더 늘어나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더 높아진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까지의 은행 주담대 증가액(20.3조원)은 2022년의 8.8조원, 2023년의 9.0조원을 두 배 이상 웃도는 것이다.

2020년~2021년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의 집값 폭등이 나타난 뒤 금리 인상과 거래 차단 정책으로 부채 증가세를 막아 왔지만, 최근 거래량 증가와 함께 주담대가 다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아울러 이런 집값 추가 상승 기대엔 기준금리 인하 기대 심리까지 맞물려 있다.

■ 공급 망가진 상황에서 거래 늘면 집값 오른다...유일한(?) 안전판 둔촌주공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4월 4,384건을 기록해 4천건을 넘어섰다.

작년 11월 1,894건, 12월 1,841건, 1월 2,611건, 2월 2,570건에서 대폭 오른 것이다.

거래 침체기 전 통상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월평균 6천건 정도였다. 지금은 '정책과 고금리에 따른 거래 침체시기'가 끝나가면서 최근 거래가 늘어나는 중이다.

월말을 맞았지만 아직 집계가 좀더 덜 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현재 기준으로 4,892건이 집계돼 5천건에 육박했다.

이달인 6월 거래량도 이미 2,700건 가량 신고돼 6월 거래량은 5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게 확실시 된다.

주담대 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간 쌓여온 누적 대기수요가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다.

그나마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11월(11월 27일)에 있는 게 다행이긴 하다.

여름이 끝날 무렵 역대급인 1만2천세대 단지에서 전·월세 매물이 나오면서 수급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서울 전세가격이 58주 연속(한국부동산원 기준) 상승 중인 가운데 향후 둔촌주공이 미칠 수급 영향은 큰 관심이다.

다만 주택 인허가나 착공 등을 보면 내년, 내후년 등에도 공급 우려가 이어질 수 있어 수급 상황은 만만치 않다.

'고금리 좀 제발 시정해 달라' vs '금리 낮추면 집값 불안 심화'

최근 대통령실, 여당 등에선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언급이 나온 바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금리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으니 한은이 조만간 금리를 내려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22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으로 일하게 되는(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선출) 송언석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위원장은 최근 "국민들이 고금리라는 잽(Jab)을 많이 맞다보면 결국 다리가 풀려 무너진다"면서 금리를 빨리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환율 고공행진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감안할 때 한은이 당장 전향적으로 나오기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가계부채는 주택 거래와 주택 가격의 이면(裏面)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관련 정책 실패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통화정책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하는 중이다.

집값이 들썩거릴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또 다시 부동산(가계부채) 문제까지 가미된 좀더 복잡해진 '인하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평가도 보인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코로나 때 집값이 폭등한 데엔 정부 정책실패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한은 간부들(금통위)의 0%대 기준금리 실험 등 하지 않아도 될 실험을 한 잘못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에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에 한은 통화정책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시장에서도 향후 아파트값 자극 문제가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보인다.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최근 시장에선 8월 인하도 말하고 10월에는 무조건 할 것이란 식의 얘기들을 했다"면서 "하지만 환율과 함께 집값이 다시 금리 인하의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최소 연내에 무조건 금리를 내리긴 내린다고 분위기를 몰았지만, 우리 경제의 이해득실을 따질 때 인하가 급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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