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중동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60달러를 돌파하면서 시장에서는 ‘에너지 대란’의 전조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아시아로 향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6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주요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두바이유는 150% 급등하며 브렌트유 상승률(60~70%대)을 크게 상회했다. 브렌트유와 WTI 간 가격 차도 배럴당 12달러 수준까지 벌어지며 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급등은 단순한 기대가 아닌 실물 공급 차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 공백은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실제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번 봉쇄로 하루 약 1,600만 배럴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전략비축유 방출과 우회 수송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1,000만 배럴 수준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물량 확보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원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노르웨이와 러시아, 콜롬비아산 원유 가격이 동반 급등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요한 스베르드룹 유전 원유는 브렌트 대비 사상 최고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알래스카산 원유 역시 급등세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아시아의 대체 수요가 다른 지역 공급을 잠식하면서 결국 미국과 유럽까지 가격 상승 압력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투자은행 DNB 카네기의 헬게 안드레 마르틴센 애널리스트는 “공급 중단 규모가 너무 방대하다”며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시장은 완전한 패닉 상태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유가 안정을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단순히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전쟁 초기 단행된 산유국들의 감산 철회와 러시아·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까지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제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원유는 생산부터 정제, 운송까지 복잡한 공급망을 거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되지만, 일단 반영되면 광범위한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대표는 “아시아 국가들이 단 한 배럴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다른 지역은 공급 부족의 충격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브렌트유 역시 두바이유에 수렴하며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지리적으로 떨어진 미국산 WTI는 상대적으로 할인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중동 현물시장에서 시작된 비정상적인 고유가는 시간차를 두고 전 세계 주유소 가격으로 확산되며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세계 경제를 뒤흔들 ‘에너지 충격’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