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DFC 홈페이지[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이란 전쟁 와중에 미국의 '글로벌 해상보험 장악' 시도도 주목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3일 자신의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DFC에 걸프 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해상 무역, 특히 에너지 운송에 대해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치적 위험 보험과 보증을 제공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필요하다면 미 해군이 조속히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직접 호송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언해 관심을 끌었다.
11일 DFC는 글로벌 보험사 처브(Chubb)를 200억 달러 규모의 재보험 계획을 이끌 주간사로 공식 발표하며 트럼프의 지시를 구체화했다.
이번 전쟁을 이용해 트럼프가 영국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해상보험'을 미국 쪽으로 가져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이번 전쟁의 중대한 목적 중 하나는 중국 영향력 차단과도 맞물려 있다.
■ DFC 내세운 트럼프...에너지 분야 중국 영향력 차단 시도
DFC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의 약자다.
처브(Chubb)는 현재 중동 전쟁으로 위험해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을 재개하기 위해 DFC가 추진하는 200억 달러 규모의 해상 재보험 계획에서 주간사(Lead Underwriter) 역할을 맡는다.
DFC는 미국 연방 정부 산하 기관으로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제정된 'BUILD Act, 대외투자현대화법'를 통해 설립됐다. 이 기관은 기존의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와 USAID의 개발신용부서(DCA) 등이 통합돼 2019년 12월 공식 출범했다.
트럼프는 당시 미국의 대외 원조 방식을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패턴에서 벗어나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 낫다고 판단해 이 기관을 설립했다.
당시 트럼프가 이 기관을 만든 것은 '중국 때문'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개도국의 인프라를 싹쓸이하는 중국의 '제국주의적 경제 외교'에 맞서기 위한 미국의 장치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DFC가 등장해 '트럼프 1기의 대중국 견제장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DFC는 해상 재보험사(Marine Reinsurance) 역할을 떠맡게 되는 것이다.
Chubb 등 민간 보험사가 원보험사로서 선박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해상보험 증권을 발행하면, DFC가 민간 보험사가 감당하기 힘든 전쟁 리스크 등을 받아주는 재보험사 역할을 하게 된다.
■ 트럼프, 보험 서비스 개시 의사...동맹국 선박들도 돕고 돈도 벌고...
최근 미-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운행 보험료가 폭등했다.
민간 보험료가 평소보다 5배 이상 폭등하고 보험 가입이 거절되면서 선박 운항이 중단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영국의 보험군단은 '가장 보험이 필요할 때' 보험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는 이를 이용해 DFC를 '최종 보증인'으로 내세웠다.
미국이 자국과 우방국 선사 등에게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벌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세계 제1의 군사강국인 미국이라면 위험지역을 운행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료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DFC의 보험 지원과 미 해군 활용을 병행할 수 있음을 거론했다.
전쟁 상황에서 발생한 '보험 공백'을 미국 정부가 메우겠다는 것은, 일단 이 지역에서 중국 영향력을 배제하겠다는 의도와도 맞물린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주된 관심은 원유 등 에너지와 호르무즈 통제권이다.
그리고 미국은 호르무즈 인근 중동에서 중국돈(위안화)이 상거래 결제통화로 쓰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트럼프는 이란에 민주정부가 들어서든 반민주정부가 들어서든 관심이 없다.
석유, 호르무즈, 위안화 등이 문제의 핵심이며, 에너지에 대한 결정권을 자신에게 넘겨줄 이란 정부라면 어떤 성격이든 크게 개의치 않을 인물이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보여줬듯이 중동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차단하고 미국 중심의 해상 질서를 새롭게 만들려고 할 것이다.
■ 트럼프, 영국의 심장 '씨티 오브 런던'에 타격...보험업계 '절대군주' 로이즈 흔들릴 수 있어
트럼프가 초대형 보험사 처브(Chubb)와 DFC를 내세워 호르무즈 보험을 재설계하면서 영국의 금융중심지 '씨티 오브 런던'에 얼마나 타격을 입힐지도 관심이다.
300년간 세계 해상보험과 재보험 시장의 '절대군주' 역할을 해온 로이즈(Lloyd’s of London)가 입을 타격도 주목된다.
그간 로이즈 산하 공동전쟁위원회(JWC)가 특정 해역을 위험 지역으로 선포하면, 전 세계 모든 배의 보험료가 요동쳐 왔다. 로이즈는 바닷길 통행 보험을 결정하는 절대권력자였다.
하지만 미국 DFC에겐 로이즈에게 없는 게 있다. 바로 '미국의 군사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세계 유일의 장점이 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씨티 오브 런던에 맞서 "미국 보험(DFC)을 들면 미 해군이 지켜준다"는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미-이란 전쟁 와중에 런던(The City)이 가진 위상을 워싱턴·뉴욕(DFC)이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로이즈는 여러 민간 자본(Syndicates)의 집합체다. '트럼프의 도전' 이후 로이즈 시장의 핵심인 비즐리(Beazley), 히콕스(Hiscox) 등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영국 주식시장에선 런던이 300년 넘게 지켜온 해상 보험 독점권에 미국이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트럼프의 야욕 성공 가능성에서 대해 '현실성 낮다'는 지적들도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가 DFC를 앞세워 해상 보험시장에 도전장을 낸 만큼 향후 판도가 변할 수 있다.
선사나 화주들도 정작 가장 필요한 시기에 보험을 제대로 제공해 주지 못하는 영국 민간회사 집단보다, 사실상 세계 제1의 군사강국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보험에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트럼프는 무서운 사람...'씨티 오브 런던의 과거를 알고 있다'
사실 미국 내 미중 패권전쟁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눈에 '최우방국' 영국의 금융중심가인 시티 오브 런던은 눈에 가시였다.
사건은 10년 남짓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중반 중국이 일대일로를 위해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미국은 긴장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AIIB가 세계은행(World Bank)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면서 우방국들에게 가입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그런데 미국은 자신들의 '조상 국가'이자 최우방인 영국이 G7 국가 중 처음으로 AIIB에 가입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물론 당시 한국 역시 AIIB에 서둘러 가입한 것을 대단한 경제적 성과인양 떠들어댔다. 한국은 초장기 AIIB에서 이사 자리도 받으면서 대우를 받았지만, 이후 중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높은 자리를 내놓았고 재미도 보지 못했다.
아무튼 당시 백악관은 영국이 중국에 대해 '끊임없이 수용'(constant accommodation)하고 있다면서 경고했다.
하지만 시티 오브 런던은 AIIB 가입을 통해 런던을 아시아 밖 최대 위안화 결제 허브로 만들고 중국 자본을 유치하려고 했다. 동맹의 경고는 경제적 실리 앞에 힘을 잃었다.
사실상 영국 금융가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위한 금융파트너가 됐다. 위안화 결제 비중이 3%를 넘기고 활성화 되는 데 있어서 씨티 오브 런던은 혁혁한 공헌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최우방국 영국이 미국의 적 중국을 키워준 것이다.
중국이 돈이 궁한 서방국가들, 심지어 미국의 최우방이라는 영국까지 길들이자 미국은 영국까지 손을 봐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 미국의 해상보험 장악 시도는...중국·영국에 동시에 던지는 경고
시티 오브 런던은 세계 최대의 위안화 역외 거래 허브가 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미중 패권게임을 벌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영국의 이런 행태에 대해 끝까지 인내해주기 어려웠다.
영국이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위해 위안화 인프라를 깔아주는 행태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오바마가 경고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못한 나약한(?) 지도자였다면, 트럼프는 때론 말보다 행동이 빠른 왈패 타입이다.
하지만 영국은 브렉시트로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뒤 최근에도 중국과 함께 뭔가를 도모해 보려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이 중국 자본을 유치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미국은 "적당히 하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그리고 미국은 미-이란 전쟁을 통해 뜻을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동맹국에게도 벌을 내리기 시작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미중 패권경쟁과 미국의 경제·안보 노선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들에겐 언제든 철퇴를 날릴 수 있음을 경고하는 중이다.
미국은 전쟁을 이용해 시티 오브 런던의 상징이자 거대 수익원인 해상보험을 손보려는 중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