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7분 현재 달러/원 환율과 최근 변동 양상...출처: 코스콤 CHECK[뉴스콤 장태민 기자] 달러/원 환율이 전날 밤 12시 경 1,500원을 넘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이 1,500원은 넘어선 것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처음이었다.
오랜기간 금융시장 사람들은 환율 1,400원을 '위기의 환율'로 인식해왔으나, 최근 고환율 지속되자 이를 인정하고 말았다.
추락한 한국 돈 원화의 지금 가치를 수긍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환율 1,500원은 다른 문제여서 지금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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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돈 가치의 추락...환율 고점이 뚫릴 때의 위기감
누가 뭐래도 한국경제 최대의 위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였다.
그런데 당시 외환위기 전까지 달러/원의 상단은 900원이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쉽지 않은 레벨이지만 1,980년 후반 달러/원 환율은 6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체력 이상으로 강한 돈 가치를 유지하는 것 역시 매우 위험했다.
1990년대 중후반 김영삼 정부는 달러/원 환율을 한국경제 체력에 걸맞지 않게 낮게 유지하다가 결국 한국경제 최대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경제를 전혀 몰랐던 김영삼 대통령은 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돌파를 위해 원화 강세를 고수하다가 한국경제 최대 위기를 불렀다.
오래전 IMF 외환위기 당시의 한국은행을 미화하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지만 역사 왜곡이었다. 당시엔 중앙은행인 한은도 제기능을 하지 못해 시장에 달러만 계속 풀어대다가 외환보유액을 다 털어먹고 말았다.
코스콤 CHECK(5108)엔 1997년 12월 23일 달러/원이 1,962.7원까지 오른 것으로 표시돼 있다.
이후 환율이 다시 크게 튄 시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2008년 초만 하더라도 900원대에서 놀던 환율은 급격히 상승해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더욱 폭등했다.
달러/원 환율은 2008년 9월 리먼 사태 발발 이듬해인 2009년 초 1,500원을 넘어 1,600원을 향해 치솟았다.
그리고 오늘 새벽 달러/원 환율이 1,500원선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었다.
■ 어렵게 모은 외환보유액, 환율 방어로 상당히 소진
달러/원 1,500원은 1,400원과는 또 다른 긴장감을 주는 레벨이다.
전날 장중 상황 그래프를 보면 달러/원은 3시30분 이후 갑자기 급등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더니 어제 자정, 혹은 오늘 새벽에 1,500원으로 치솟았다.
'누군가' 1,500원 초반에서 더 못 올라오게 누른 흔적들이 남아 있다.
달러/원은 1,505원을 약간 웃돈 지점에서 여러 차례 맞고 떨어졌으며, 고점은 1,506.5원이었다.
환율은 기회만 있으면 튀려고 한다. 이제 '인위적으로' 손을 보지 않으면 얼마까지 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 최근 한국 외환당국은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느라 외환보유액을 상당부분 털어먹었다.
2월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말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은 4,259억 달러였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작년 11월까지는 4,306억달러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갑자기 12월에 26억달러, 1월에 다시 21억달러가 줄어들었다.
두 달 만에 47억 달러, 즉 우리 돈 7조원이 사라진 것이다. 한은이 국민연금과 손잡고 환율 방어에 이 달러를 쓴 것이었다.
사실 작년말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이 1,480원을 뚫자 당국은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국은 당시 국민연금이 선물시장에서 달러를 대거 팔도록 유도하는 등 상당한 비용을 치렀다.
■ 추락한 원화가치, 트럼프에 구원 요청?
간밤 달러/원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급등했다.
오늘(4일) 새벽 2시 기준 환율은 대비 46원이나 폭등한 1,485.7원을 기록했다. 이는 상승폭 기준으로 2008년 11월6일(64.80원) 이후 최대치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은 현재 1,480원대 등락 중이다. 우리 금융당국이 조바심을 내던 그 레벨로 다시 올라온 것이다.
이번 달러/원 환율 급등엔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글로벌 안전산선호 등 글로벌 달러 가격이 요인이 많이 작용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99.685까지 급등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돈 원화가 에너지 요인 때문에 더욱 취약해진 면도 있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와 이라크 루마일라 유전의 생산 중단 소식 등이 겹치며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안이 확산되자 한국 돈을 더욱 고개를 숙여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시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직접 호위하겠다'고 한 게 한국 돈엔 그마나 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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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한국 주식 패대기 치기...불안정한 환율 흐름은 지속
외국인이 역대 최대 규모로 한국 주식을 판 것 역시 원화를 불안케 하는 원인이다.
외국인인 코스피시장에서 '단 10거래일만에' 20조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다. 10일간 하루 평균 2조원이 넘는 순매도는 여태 본 적고 없으며, 상상도 하기 힘든 규모다.
그리고 오늘과 어제, 단 이틀만에 코스피지수가 1천포인트 넘게 폭락해 버리는 '이상 현상'을 보면서 달러/원이라고 별 수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즌 이후 17년 만에 달러/원이 1,500원을 찍은 뒤 한국 통화의 안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원화가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외환당국의 '돈 관리 능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우려도 보인다. 또 원천적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원화가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이란 걱정도 보인다.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아까운 국민연금을 동원하고 기업들에겐 달러 좀 내놓으라고 압박까지 했지만, 한국 돈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국민들에게 인기가 너무 좋은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1400원 환율은 국가 경제 위기'라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대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치기도 한다.
지금의 불안정한 환율엔 내부 요인, 외부 요인, 수급 요인,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 등이 모두 녹아 있다.
아무튼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본 1,500원 환율은 최소한 한국의 경제정책이 보다 냉정해져야 한다는 점을 웅변하는 듯하다.
한편 외환당국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은은 지금의 높은 환율에 대해 '오해'하지 말라고 경고한 상태다.
한은은 이날 아침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일시 넘기도 했지만 현 상황은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의 대외차입 가산금리 및 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통화당국은 환율이 오버슈팅 됐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외부적인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원화 환율 및 금리가 경상수지 등 국내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하게 변동하는지 면밀히 살표보고 시장심리가 한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필요시 정부와 협조해 적기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