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서비스업 경기가 다시 힘을 받으며 1분기 성장 둔화 우려를 일정 부분 상쇄했다. 그러나 물가 압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통화정책을 둘러싼 셈법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1을 기록했다. 전월(53.8)보다 2.3포인트 상승했으며, 시장 예상치(53.5)도 웃돌았다. 이는 2022년 7월(56.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이로써 미국 서비스업은 20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갔다. ISM은 전체 경제 역시 69개월 연속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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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활동·신규주문 ‘동반 가속’
세부 지표를 보면 경기 체력은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기업활동지수는 59.9로 전월 대비 2.5포인트 상승했고, 신규주문지수는 58.6으로 5.5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신규주문은 향후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용지수도 51.8로 3개월 연속 확장 영역을 유지했다. 서비스 부문 고용이 완만하게나마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스티브 밀러 ISM 서비스업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2월에는 주요 4개 핵심 지표가 모두 확장 영역에 머물렀다”며 “기업활동과 신규주문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서비스 부문 전반의 열기가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14개 산업이 성장세를 보였고, 위축 업종은 3개로 줄었다. 정보, 부동산·임대업, 광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확장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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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둔화 조짐…그러나 ‘높은 수준’
주목할 부분은 가격지수다. 2월 가격지수는 63.0으로 전월(66.6)보다 3.6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11개월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다만 15개월 연속 60을 웃돌며 여전히 높은 비용 압력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수요는 강하지만 물가 압력은 완만해지는’ 구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입장에서는 경기 과열 신호는 경계하되,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는 다소 누그러진 셈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비용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송·물류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럭 운송 수용 능력이 매우 타이트해 운임이 30~40% 급등했다”며 “기상 요인과 상업 활동 증가, 규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매·IT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주요 기술 공급업체의 납기와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기존 90일이던 견적 유효기간이 30일 이하로 줄어드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 업계에서도 “금리와 주택 가격 부담으로 주택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했다”며 “자재비 인상분이 순차적으로 반영되면서 마진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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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M ‘강한 확장’ vs S&P ‘둔화’ 속 엇갈린 신호…연준 정책 경로에 변수
다만 또 다른 조사기관인 S&P 글로벌의 2월 서비스업 PMI 확정치는 51.7로, 전월(52.3)과 시장 예상치를 모두 밑돌았다. 확장 국면은 유지했지만 증가폭은 둔화됐다는 해석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크리스 윌리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 조사 결과는 기업들의 거래 여건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수요 증가세 둔화와 일부 지역의 기상 악화가 활동을 제약했다”고 분석했다.
ISM과 S&P 지표 간 온도차는 1분기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ISM은 상대적으로 내수 중심 대기업 비중이 높은 반면, S&P 조사는 중소기업 체감 경기를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2월 ISM 지표는 ‘경기 연착륙’ 기대를 지지하는 동시에,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논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수요가 재가속되는 가운데 고용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통화 완화의 시급성을 낮출 수 있다. 반면 가격지수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인플레이션 통제 흐름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서비스업의 견조한 확장이 1분기 성장률을 떠받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향후 물가 흐름과 소비 모멘텀이 연준의 정책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강한 경기’와 ‘완만한 물가 둔화’라는 두 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지금의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