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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트럼프, 단번에 한·미 FTA 무력화...'적보다 나쁜 우방' 소리 들으며 급해진 정부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4-03 11:02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백악관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백악관
[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에 대해 25% 관세를 물리기로 하면서 한·미 FTA가 무력화됐다.

안 그래도 내부 정치 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한국경제에 미국 관세발 충격이 더해졌다.

금융시장에선 개장 직후 주가 급락, 국채가격 속등, 달러/원 환율 상승이 나타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지가 관건이 됐다.

일단 투자자들은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 한미 FTA 무력화...일본, EU보다 높은 관세 부과 받아

미국의 상호관세는 5일 시행하는 기본관세, 9일 시행하는 개별관세로 나눠져 있다. 아시아 우방국들도 기본관세 이상의 상호관세를 물게 됐다.

우선 한국 25%, 일본 24%, 대만 32%로 책정됐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보면 중국은 34%, 베트남은 46%, 인도는 26%를 적용받게 된다. 태국 36%, 인도네시아 32%, 캄보디아 49%, 말레이시아 24%다.

유럽연합(EU)은 20%, 영국은 10%, 스위스는 31%, 남아공은 30%를 물게 됐다.

2024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통적 수출품인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그리고 최근엔 배터리 등을 팔아 큰 이익을 거뒀다.

미국은 이번 상호관세 발표 전 한국과 관련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국방 분야 절충 교역 규정, 디지털 무역 장벽 등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국에 관세 부과를 발표한 뒤 의기양양했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 제품에 대해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 당해했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제 미국의 국익을 앞세운 황금기가 열렸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조치는 국제경제상권한법(IEEPA)에 근거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전세계 주요국에 대해 대대적인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수출도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 트럼프, 무역에서 적보다 더 나쁜 우방 '한국과 일본' 지목하기도

미국은 우선 2일 자정부터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자동차 관세에는 자동차, 경트럭, 엔진, 변속기, 리튬 이온 배터리, 타이어, 충격 흡수 장치, 점화 플러그 와이어를 포함한 소형 부품이 해당된다. 다만 상호관세는 기존에 발표된 자동차와 철강 관세에는 합산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후 이번 발표에선 한국과 일본의 '비관세 장벽'을 거론하면서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한국, 일본을 포함해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금전적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며 "이런 엄청난 무역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다. 일본에서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요타는 외국에서 만든 자동차 100만대를 미국에 파는데 GM은 일본에서 거의 팔지 못하고 포드도 매우 조금만 판다"며 "여러 경우 무역에 관해서는 적보다 우방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쌀에 부과하는 관세에 대해 "미국산 쌀은 한국이 물량에 따라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며 "우리의 친구인 일본은 700%를 부과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우리가 쌀을 판매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발등 불 떨어진 당국자들...회의, 회의, 또 회의

트럼프의 '자국이익 최우선' 정책은 예상됐던 바다.

트럼프에겐 한국이 FTA 체결국이라는 사실도 전혀 익스큐즈해 줄 대상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FTA를 통해 한국이 과도한 이익을 누렸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높은 관세를 물게 된 데는 대통령 탄핵심판 중이라는 정치 혼란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요인도 작용했다.

한국은 특히나 수출 주도 경제를 꾸리고 있는 나라여서 그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당국자들도 새벽부터 바빠졌다.

과거 통상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아침 7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안덕근 산업부장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박성택 산업부 1차관, 김홍균 외교부 1차관, 남형기 국조실 국무2차장을 불어 모아 '긴급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열었다.

한 대행은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매우 엄중한 상황인 만큼 통상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근 산업장관에겐 "기업과 함께 오늘 발표된 상호관세의 상세 내용과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금부터 본격적인 협상의 장이 열리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협상에 적극 나서라"고 지시했다.

자동차 등 미 정부의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을 업종과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대책도 범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계속해서 대책 마련 회의를 연달아 열 계획이다.

트럼프 통상정책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상대를 강하게 압박한 뒤 협상의 여지는 열어두고 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어떤 국가도 당황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보복하지 않는 한 이번 상호관세율이 상한선이기 때문에 나라면 보복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의 실링을 설정한 것이며 협상 결과에 따라 개별국가의 관세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 등 주요국과의 물밑 협상에 따라 선별적인 관세 인하나 유예 등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지금으로선 물밑접촉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 트럼프 관세, 일단 위험자산 충격과 안전자산선호 이끌어

트럼프 행정부가 현지시간 2일 국내시간으로 3일 새벽 관세율 10%를 기본으로 한국 등에 높은 관세를 물리기도 하면서 금융가격 변수도 춤을 추고 있다.

개장 직후보다 주가지수는 낙폭을 줄였고 채권가격은 추가 상승에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은 이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론 위험회피, 안전선호 구도가 유지되는 중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조치를 즉각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시장 상황이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관계기관 합동 24시간 점검체계를 지속적으로 가동할 것"이라며 "외환·국채·자금시장 등 각 분야별 점검체계도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 부총리는 "높은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로 다가온 이상 본격적인 대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미협상에 범정부적 노력을 집중하고 경제안보전략 TF 등을 통해 민관이 함께 최선의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자동차 등 피해 예상 업종별 지원, 조선 RG 공급 확대 등 상호관세 대응을 위한 세부 지원방안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산불에 이어 트럼프 관세가 추경 시급성 높여

최근 영남권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피해 규모의 산불로 추경 시급성이 높아진 뒤 트럼프 관세에 따른 기업 피해가 예상돼 추경 필요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정부도 일단 '1차' 10조원 추경에 이 문제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정부가 제안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에도 무역금융, 수출바우처 추가 공급, 핵심품목 공급망 안정 등 통상 리스크 대응 사업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부총리는 "우리 기업들이 전례 없는 통상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국회에서 신속히 논의해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나아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를 계기로 우리 경제·산업의 체질 개선 노력도 병행하겠다"면서 "신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가격이 아닌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근본적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며, 국내 일자리를 지키는 정책적 노력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치권도 추경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관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뒤 "구체적인 추경편성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10조 필수 추경'에 대해 규모가 너무 작다면서 거부감을 드러냈던 민주당은 이참에 과감하게 돈을 풀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언발에 오줌누기 추경이 아니라 과감한 경기부양 추경을 해야한다"면서 "찔끔 추경으론 경제, 민생 못 살린다"고 했다.

내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과감한 추경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정상적인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 윤석열이라는 초유의 불확실성은 제거돼야 하다"면서 "정부는 계엄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내란피해 보상도 당연히 포함해서 내수·소비 살릴 민생 추경안을 조속히 편성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 한국 성장률 악화는 불가피한 구도

한국 정부의 '결연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황이 많이 늦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민감국가 지정도 모르고 있었던 외교부 사례에서 보듯이 탄핵사태 이후 정부의 정상적인 기능이 멈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부재에 따른 한계도 있었겠지만 이번에 25% 관세를 두드려 맞는 것은 제대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고 해석했다.

내부적 혼란에 외부의 압박이 가해지면서 한국의 성장률 하방 위험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많다.

JP모간 같은 곳은 작년 11월만 하더라도 한국의 25년 성장률 전망치 1.7%를 제시했지만, 최근엔 전망치를 0%대(0.9%)까지 낮추기도 했다.

웰스파고는 트럼프 관세 발표 뒤 "유럽과 아시아에 부과된 관세율은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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