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 20일 연금연구회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내용
<발언자 1>
연금연구회는 청년, 중년, 장년, 노년세대로 구성된, 연금 관련 분야 전문가, NGO와 시민들이 모인 재능기부 형식의 사회봉사단체입니다.
연금연구회는 지속이 불가능한 우리 연금제도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후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는 문제의식으로 뭉쳐진 연구모임입니다.
연금연구회는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만드는 것, 또한 세대간 형평성 확보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제도가 유지될 수 있어야 청년과 미래세대가 안심하고 가입할 수가 있어서입니다.
연금연구회 리더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입니다. 여당과 야당이 국민연금 개편방향에 대해 “의미있는 진전,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오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및 본회의에서 이 내용을 반영한 국민연금 개편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연금연구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것으로 보이는 ‘소득대체율 43%-보험료 13%’안 또는 그와 거의 유사한 안은 재정 안정방안으로 볼 수가 없습니다. 2023년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소득대체율 40%-보험료 17%’ 조합을 채택할지라도 재정안정 달성이 어려워서입니다.
특히 소득대체율을 일시에 10% 포인트나 삭감하는 안이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상상하기조차도 하기 싫을 ‘소득대체율 30%-보험료 12%’조합을 채택할지라도 재정안정 달성이 어렵습니다. 2070년에 기금이 소진되고, 2070년 부과방식 보험료가 26.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입니다.
타협안으로 거론되는 ‘소득대체율 43%-보험료 13%’안을 채택할 경우, 2025년 기준으로 2,060조원에 달하는 (연금을 지급하기에 부족한 액수인) 미적립 부채를 더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당장 21.2%까지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여야가 억지로 합의했다고 하면서 통과시킬 것 같은 ‘소득대체율 43%-보험료 13%’안은 8년에 걸쳐 보험료를 13%까지 인상하다 보니, 재정 불안정이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일시에 보험료를 13%로 올릴지라도 2050년에 미적립부채가 6,159조원(GDP 대비 119.2%)으로 급증하고, 2095년이 되면 미적립부채가 4경 2,032조원(GDP 대비 311.4%)까지 늘어나게 되는 이유입니다.
‘소득대체율 40%-보험료 13%’안을 실행에 옮길 경우, 70년 후에 국민연금 (2055년 기금이 소진된 이후 매년 적자가 쌓이는 금액의 합계인) 누적적자가 4,000조원 넘게 줄어들 수가 있다는 수치는 ‘눈가리고 아웅’ 또는 ‘언발의 오줌누기’ 그 자체입니다.
연금연구회는 자동조정장치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주요 국가들의 운용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자동조정장치 기본 정신은 ‘세대간 고통 분담을 통한 국민연금제도 지속가능성 확보’에 있습니다.
정부가 제안한 자동조정장치는 재정안정을 일부 달성할 수는 있겠으나, 그 고통 대부분을 청년층과 미래세대에게 떠넘기고 있어서입니다. 주요 OECD 회원국들처럼 가입자와 수급자 모두, 즉 모든 국민연금 이해 관계자들이 똑같이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그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합의조건으로 내건 연금지급보장 명문화는 개악 중에서 가장 심각한 개악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연금지급보장 명문화조항 도입이 그럴싸하게는 들리나 현재 연금 개악을 주도하고 있는 586세대의 연금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서 그러합니다!!!
먼저 연금지급보장 조항은 전 세계적으로도 대한민국을 제외하면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법 조항입니다. 2000년대 초 도입된 공무원연금 지급보장조항으로 인해, 올해 즉 2025년 한 해에만 국민 세금으로 약 10조원의 적자를 메꾸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연금지급보장조항이 제대로 된 연금개혁의 최대 장애물임이 증명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급보장조항이 있으면 뭐합니까? 돈이 있어야 연금을 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금 걷어서 연금을 주면 된다고들 하는데, 그 세금은 누가 낼 겁니까? 연금지급보장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특히 50대 이상 연령층들은, 지난 27년 동안 정작 자신들은 먹고살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단 1% 포인트라도 올리는 것조차도 반대해 왔던 분들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이 뻔뻔한 모습을 보고서는, 벼룩조차도 대한민국에서는 낯짝을 내밀기조차 힘들겠다고 토로할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자동조정장치, 그것도 모든 세대가 고통을 분담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선택이 아닌 대한민국호가 생존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입니다. 긴급상황에서의 산소호흡기일 뿐입니다!!! 청년과 미래세대의 불안을 덜어준다는 취지의 연금지급보장 명문화 조항은 오히려 미래세대를 더 힘들게 하는, 아니 우리 국민연금을 회복이 불가능한 제도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도 도입이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연금연구회가 천명하는 바입니다.
번갯불에 콩 튀겨먹듯이 서두르지 말고, 조금은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꼼꼼하게 따져본 뒤 제대로 된 개혁을 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발언자 2>
연금연구회 국제교류 담당 총무 김학주(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입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야간 구조개혁 논의에서 합의 조항을 넣는 조건으로 출산크레딧 확대를 교환하는 바터식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는 연금재정안정 달성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치를 취하면서, 사실상 연금 개악안을 개혁안으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막대한 국고 투입이 불가피한 출산크레딧 확대를 추가하여 미래세대의 부담을 더욱 키우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출산에 대한 사회적 기여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크레딧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출산율 증가 간의 명확한 상관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는 현세대가 생색을 내면서도 부담은 후세대에게 전가시키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높은 사교육비 등의 요인으로 인해 부유층일수록 다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크레딧 확대는 역진적인 소득재분배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청년층은 지금보다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되고, 세대간 부담 형평성에 대한 그들의 분노는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정책은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개혁이 아니라 세대 착취를 공식화하는 퇴행적 결정입니다. 여야는 어떤 논리와 기준으로 합의안이 재정안정 방안이 될 수 있는지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개혁안의 세부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추후 연금개혁이 발표될 때 사회적 반발에 직면할 것입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연금은 확정급여(DB)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어 미래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를 남기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동조정장치 없는 연금제도는 기후 변화와 연료 부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태평양을 건너겠다는 비행기와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 재정은 감당할 수 없는 적자로 빠지고, 결국 연금 지급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순간이 오게 될 것입니다.
만약 구조개혁 논의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면, 그보다 앞서 왜 모수개혁 논의에서는 도입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입니까! 결국, 자기 진영 사람들의 요구만 들어주고 나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겠다는 것이 정치권의 숨은 속내가 아니겠습니까! 정치권이 연금개혁에 진정성이 있다면, 모수 개편안과 함께 자동조정장치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여야가 선언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여당이든 야당이든 연금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 앞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 조항을 만든다고 해서 연금 지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금을 지급하려면 실제 재원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지급보장 조항이 있어도 연금을 줄 수 없습니다.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세금부담만 더욱 커질 뿐입니다! 정치권과 기성세대 일부는 보험료율을 단 1% 포인트라도 올리는 것을 반대해 왔으면서, 이제와서 지급보장을 명문화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기만행위입니다. 지급보장 조항을 도입하려면 그에 따른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부터 먼저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대기업·공공기관 중심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로 인해 심각한 이중구조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을 일괄적으로 연장한다면, 퇴직을 앞둔 근로자들이 자리를 지키는 동안 청년층의 취업 기회가 더욱 박탈될 것입니다. 그간 OECD는 지속적으로 한국의 노동시장 개혁과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해 왔습니다. 정년을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대신, 일본 등에서 실시하는 퇴직 후 재고용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 의무납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연장할 경우,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10%(소득대체율 5% 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습니다.
연금연구회는 연금개혁이 출산크레딧, 지급보장 및 정년연장 주장과 맞물려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강력히 경계합니다. 정치권은 국민연금 개혁안의 논리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연금개혁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정치적 흥정에 기반한 연금개혁은 대한민국의 연금제도를 근본적 해결책 없이 더 깊은 위기로 몰아넣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다시는 연금개혁이 여야간 정치적 표 계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회는 대한민국이 망국의 길로 빠지지 않도록 즉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공동 선언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저세상에 계신 선조들이 우리에게 내리는 준엄한 시대적 명령인 것입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