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12월 금리 인하에 보다 힘이 실렸다.
미국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로도 2.6% 올라 예상치와 같았다. 근원 CPI도 전월보다 0.3%, 전년 대비 3.3% 상승해 전망에 부합했다.
CPI가 발표된 뒤 금리선물 시장은 인하 확률을 80% 이상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12월 인하는 어렵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다만 트럼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면서 내년은 다를 수 있다는 관점도 강화됐다.
■ 10월 수치, '물가 하향안정 무게' vs '내년 물가불안 내포'
10월 CPI가 나온 뒤 미국채 단기 금리는 하락했다. 12월 금리 인하에 보다 힘이 실리면서 일단 단기구간 금리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간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6.9bp 하락한 4.2855%를 기록했다.
연준이 정책을 통해 인플레를 적절히 통제하면서 12월 인하에 힘이 실린 것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빅컷 이후 경기 인식 개선 속에 수요발 물가 상승 압력이 재부상했지만 9월 이후 연준의 신중한 통화정책 예고에 10월부터 물가의 재차 안정 조짐이 관찰된다"면서 "원자재, 노동 수급, 재화 등 공급 측 요인은 점진적 개선세를 이어가면서 물가 안정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 연구원은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정부의 확장 재정, 고관세, 반이민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확대를 경계할 수 있으나 관련 기대만으로는 당장 물가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며 "양호한 경기 흐름에도 물가 안정 이어져 12월 FOMC 회의에서 연준 추가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이 고조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디스인플레이션 강도가 예상에 못 미친다면서 '예상치에 부합한' 물가가 마냥 통화완화를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3개월 이동 평균 물가(연율)는 헤드라인이 2.47%, 핵심이 3.55%로 상승하면서 지난 7월 저점 이후 반등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거 부문의 물가 둔화세는 진행되겠지만 더디게 진행되면서 핵심 물가의 둔화를 더디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 문제는 트럼프
전체적으로 12월 인하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지만 내년의 인하 강도에 대한 의구심은 커졌다.
최근 트럼프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축소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미국 공화당이 하원까지 장악한 레드스윕 (red sweep)이 이뤄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물가를 올릴 수 있는' 정책은 보다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즉 트럼프가 취임 후 빠르게 관세를 부과하고 이민자 추방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핵심 상품 물가와 임금 상승 압력에 따른 주거 제외 서비스 물가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진단들도 나온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정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정책 실행에 따른 중장기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면서 "이러면 금리인하 기대가 다소 약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연준의 점진적 금리인하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나 12월 FOMC 이전 발표되는 고용, 물가지표 결과에 따라 연준위원들이 매파적 시각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아직 인플레이션이 재가속될 수 있다는 징후는 크지 않지만, 디스인플레이션도 지연되는 상황에서 해가 바뀐 뒤 트럼프발 인플레 우려가 재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 트럼플레이션, 시장은 금리 인하 강도 낮출 것이란 예상 강화
간밤 미국채 단기 금리가 하락했으나 장기금리는 올랐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3.55bp 상승한 4.4640%를 기록해 다시금 4.5%에 다가서고 있다. 국채30년물 수익률은 6.70bp 오른 4.6340%를 나타냈다.
단기 구간은 다가오는 이벤트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하락했으나, 장기 구간은 해가 바뀐 뒤 트럼플레이션이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일단 10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연간 상승률은 전월에 비해 오름폭을 확대(2.4%→2.6%)했으나, 월간 상승률은 0.2%로 4개월 연속 같은 수준이었다. 근원 CPI의 연간 및 월간 상승률은 전월과 동일(3.3%→3.3%, 0.3%→0.3%)했다.
이를 두고 인플레이션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도 하고, 인플레 둔화가 더디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일단 CME 페드와치는 자동차 부문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디스인플레가 무난한 흐름이라고 보면서 12월 금리인하 기대감은 5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으로 올렸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미국 성장세가 견조한 가운데 관세 우려 등 트럼프 정책에 대한 우려가 강화된다면 내년이 들어 좀더 '인하 속도조절'에 보다 힘이 실릴 것으로 보기도 한다.
모간스탠리는 "내년 1월 FOMC는 일단 인하를 쉬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드센 트럼프맨들, 우선 눈에 띄는 라이트하이저
트럼프 행정부에서 활동할 인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같은 트럼프맨들 중엔 우선 1기 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눈에 들어온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1기 때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하면서 보호무역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파이낸셜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트럼프가 다시금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무역 짜르'인 라이트하이저를 쓰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신망이 두터운 라이트하이저에겐 상무장관, 재무장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다른 고위직도 열려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한국에도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담당자였으며, LG와 삼성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라이트하이저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KORUS 관련 자신이 거둔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한국이 양보를 미적거릴 때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탈퇴 가능성을 거론했다. 2018년 2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한국은 상당한 압박을 느끼면서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면서 "우리 팀은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을 더 쉽게 하고 트럭 관세의 단계적 철폐를 유예하는 데 중점을 두고 한미 FTA 수정안을 작성할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
미국의 대표적 성과는 당초 FTA 합의에 포함돼 있던 소형 트럭 관세 철폐를 연기한 것이라고 썼다. 한국의 소형 트럭 시장 진출을 막았기 때문에 많은 많은 미국 노동자들의 미래를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2016년 276억달러에서 코로나로 통계가 왜곡되기 전인 2019년 210억달러로 축소됐다고 기록했다.
한국이 철강과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 혜택을 누렸다면, 그리고 미국이 한국의 다양한 비관세 장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대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계속 커졌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회고하면서 "우리는 미국의 산업을 돕고 무역적자를 줄였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행동했지만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예측했던 것처럼 세상이 끝장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줬다. 우리는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한국과의 협상에서) 제대로 보여줬다"고 자랑했다.
■ 미국의 '보호무역'이 일으킬 연쇄작용...물가 우려와 동시에 나오는 각국 성장 둔화
미국의 보호무역에 다른 나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자유무역이 위협받으면 전세계적으로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중이다.
이미 각국이 자국 중심주의를 강화한 상황에서 트럼프 시대와 맞물려 각종 비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이다.
응고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13일 "올해 G20 국가들이 91개의 무역 제한 조치를 새로 도입한 결과 전세계 수입에서 제한 대상에 적용되는 품목의 비중이 9.4%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그는 "G20 국가들의 수입 제한 조치 강화와 같은 현상은 전세계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무역 충돌로 인해 전세계 성장세가 타격을 입으면서 결과적으로 물가는 현재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오르지 못할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다.
현재 미국 외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자국의 성장률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한다.
나겔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이 실현되면 독일 GDP가 1%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전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