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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비둘기 신성환'과 금통위원의 바이어스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09-26 13:36

사진: 신성환 금통위원
사진: 신성환 금통위원
[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임 금통위원들은 자신이 특정 성향으로 분류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임명 시엔 보통 '엄중한 때에 무거운 책무를 맡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표명하곤 한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한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곤 한다.

아울러 특정 성향(매, 비둘기)으로 평가 받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경험적으로 볼 때 '개인이 가진 바이어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신성환, 매 흉내 내고 싶었던 비둘기

최근 언론에 자주 얼굴을 내비친 신성환 금통위원은 금통위 내의 대표적인 비둘기파였지만, 최근 좀 이색적인 행보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신 위원은 2022년 8월부터 금리결정회의에 참석한 인물로 금통위 내에서 가장 도비시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한국은행 '입사 초기'인 22년 10월 금리 인상에 반대했고, 23년 1월에도 추가 인상에 반대하는 등 '도비시한 소수의견자'로 행보를 지속했다.

하지만 최근엔 금융안정을 강조하면서 '사람이 달라졌다'는 평가마저 들었다. 최근 지속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경계감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신 위원은 심지어 집값을 잡기 위한 모든 정책이 효과가 없다면 통화정책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까지 취했다. 이러다보니 금통위 내 가장 도비시했던 위원이 제대로 금융안정에 '꽂혔다'는 평가마저 받았다.

신 위원은 얼마 전인 이달 3일 "주택가격이 이미 버블 영역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집값이 소득 대비 올라가면 금융시장 안정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 조치를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은 스탠바이해야 한다"고 했다.

신 위원은 지난 8월 하순엔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선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변신에 대해 한은 내부에서도 '놀랄 만한 일'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신 위원의 최근 변신을 이렇게 묘사하기도 했다.

"집값이 뛰고 가계부채가 늘어나기 시작한 7월 금리결정회의부터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주변에서 그의 변화에 크게 놀라기도 했었죠. 금리 인하로 집값이 폭등할 때의 비난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래도 '사람 성향'이 쉽게 바뀌나

금통위를 대표하는 비둘기였던 신 위원이 최근 매파로 변신하자 주변에서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웬만해선 사람 성향이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전날 기자회견에서 신 위원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신 위원은 전날 기자들을 불러모아 "가계대출이나 주택가격 둔하 모멘텀이 확실해지기를 기다리기에는 여유가 없다. 적정 수준으로 둔화됐다고 판단되면 (금리인하) 엑셀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값이 100% 안정된 이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 등으로 주택 거래가 줄고 가격 오름세도 주춤해지면서 금통위는 '안정 흐름'을 내세워 금리 인하 명분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연준이 빅스텝(50bp) 인하로 금리인하 사이클을 가동시킨 가운데 한은 역시 미국의 뒤를 따라가야 할 처지다.

신 위원은 "내수 쪽을 보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집값 상승세) 둔화가 어느 정도 되는 것을 보고 금리 인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신 위원이 10월 회의에서 인하를 주장하겠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진 않았다. 금리를 내릴지, 동결할지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고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집값 상승세가 9월 들어 꺾이고 있지만 9월 또는 10월 초까지의 데이터만 보고 실제 집값 상승이 꺾였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9월 노이즈를 인지하고 있다. 어찌됐든 데이터가 우려를 축소하는 쪽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것이 추세적인 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금융시장은 '변화'에 민감한 곳이다.

이러다보니 비둘기가 매 흉내를 내보려 했지만 정체성(개인의 바이어스)을 탈피하지 못하는 것이란 평가도 보였다.

■ 선택지에 '인하와 동결' 밖에 없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과거 금통위원들

사람 성향의 바이어스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특정인의 경우 '정체성'이 워낙 강해 쉽게 눈에 띄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통위원을 했던 인물 중엔 조동철 현 KDI 원장이 떠오른다.

그는 금통위원으로 선임됐을 때부터 '강성 비둘기'로 의심을 받았다. KDI 이코노미스트를 할 때 심심찮게 '금리 인하' 의견을 내왔기 때문이었다.

임명 당시 조동철 위원은 '뚱뚱해서 날지 못하는 비둘기'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자신이 비둘기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위트있게 받아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금통위 역사상 가장 도비시했던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심지어 '조 위원의 선택지엔 (인상은 없고) 인하와 동결만 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담배를 유독 좋아했던 조 위원은 필자와 사담을 나눌 때 '금통위원들이 다 실명을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당시 필자는 조 위원이 자신만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시쳇말로 '다 같이 까자'는 생각을 하는 것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 시절 금리정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금통위의사록에서 조 위원의 발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과거 조동철·강명헌 위원 등은 금통위를 대표하는 비둘기로 기록돼 있다.

이성태 총재 시절 금통위원을 했던 강명헌 위원은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매파적인 말을 하자 '금통위원 전체 의견을 반영하라'면서 반발하기도 했다.

아무튼 현재의 신성환 위원이 이 비둘기파들의 계보를 잇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오락가락하면서 '사람 성향 안 변한다'는 명제를 의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 사람이 전혀 안 변하는 것은 아니다...성향은 '어디에 비중 두느냐'의 문제

역사적으로 볼 때 금통위원 개개인은 상대적으로 더 비중을 두는 섹터가 있었다.

이 문제 때문에 금통위원 성향이 나뉘어지는 측면이 크다. 금통위원이 특정 섹터 가중치를 조정하면 성향이 다소간 변할 가능성이 높다.

금통위원들은 늘 자신들은 '경기, 물가, 금융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다'고 말하지만, 편향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과거 하성근 금통위원의 경우 '환율'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 또 '특이하게도' 정해방 위원은 '심리'를 중시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변화와 관련해 필자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 인물은 최도성 위원이다.

서울대학에서 현실 학문인 재무관리를 가르치다가 금통위원이 됐던 최 위원은 임기 초반 상당히 도비시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비둘기에서 매로 변해갔다.

필자가 사석에서 '사람이 왜 그리 변했느냐'고 물었을 때 "솔직히 금통위원 초기엔 부동산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잘 몰랐다. 하지만 금통위원을 하면서 이 섹터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많이 배웠다"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 성향이 잘 변하지 않지만, 완벽히 고정돼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사람마다 '바이어스' 정도에 차이가 있긴 하다.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언론 노출을 즐긴 '비둘기파' 신성환 위원이 남은 기간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주변에 각인시켜 나갈지 관심이 간다.

신 위원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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