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하나증권은 4일 "리시 수낙 영국 총리의 때이른 조기 총선 발표 이후 노동당의 '중도화 전략'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4일 총선을 실시하며, 여론조사 결과는 노동당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이영주 연구원은 "2021년 하반기부터 수낙 총리의 보수당은 경쟁당 노동당에 꾸준히 밀려왔으며, 현 지지율도 보수당 21%, 노동당 41%로 선거의 이변 가능성 조차 매우 낮아져 있다"고 평가했다.
조기 총선이 결정된 5월 당시 영국 경제는 회복 중이었다. 1Q 실질 GDP 성장률이 크게 반등했고 인플레 둔화도 뚜렷했다.
이 연구원은 "수낙 총리는 당시의 경제 성과에 기대어 하락하는 지지율을 올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지율을 위해 '30조원 감세 패키지 공약'도 내건 바 있다"고 지적했다.
수낙 총리는 국민 보험료/연금소득세 인하, 자영업자 보험료 폐지, 첫 주택 구매자 인지세 면제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영국 유권자들의 보수당 신뢰도는 바닥을 뚫었다. 지난 10년간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저성장과 불평등이 영국 사회에 만연했고 잦은 총리 교체에 정치적 혼란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렇다 보니 이번 조기총선 결정은 그저 수낙 총리의 ‘정치적 무리수’로 평가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장 그 또한 당내 리더십을 상실한 듯 보이며, 보수당 분열도 계속 관측되고 있다"면서 "이런 때에 영국 경제엔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고 평가했다.
연초 성장 동력을 뒤로한 채 6월 PMI는 재둔화됐고 S&P는 2Q 성장률 둔화를 예측했다. 물가 우려도 여전했다. PMI 서비스 인플레는 둔화돼도 제조업 비용 부담은 다시 커졌다. 몇 주째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운송비 급등을 견인한 영향을 받았다.
■ 노동당 전략과 시장이 감안해야 할 것들
노동당의 총선 승리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금융시장은 정치 불안을 키우기보다는 예상된 결과를 선반영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년 만에 정권이 교체될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여론이 형성돼 온 만큼 동요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오랜만에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커진 만큼 노동당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이 연구원은 "이번 노동당 공약은 ‘중도화 전략’으로 평가된다. 좌측 색채를 감추고 우측 색채를 더했기 때문"이라며 "부를 창출하는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며 조세 부담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정치 안정을 중시하고 취약했던 국방/안보 대책도 보완했다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국부펀드 조성과 연기금의 영국 기업 투자 확대 계획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며 "EU와의 협력 가능성도 그동안 고립됐던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조기총선 발표 직후 주식시장이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기대감 속에 변동성이 제한됐다. 영국 파운드 흐름도 정치적 혼란에 약세가 심화된 유로 대비 상대적 강세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연구원은 "영국 국채 금리는 유럽의회 선거 이후 프·독 스프레드 확대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라며 "심지어 전 총리 트러스의 감세정책에 따른 금리 발작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당분간 금융시장은 긍정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기대가 걷히고 나면 비로소 공약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좋게만 평가하기 어렵다고 풀이했다.
이 연구원은 "가만 들여다보면 노동당 공약 상당수가 인플레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면서 "뿐만 아니라 25년 최저임금 추가 인상 계획은 성장이 결여될 경우 기업에게 극심한 비용 부담이 되고 노동당 핵심인 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게다가 성장을 위해 재정 확대를 계획했지만 가용 재원 출처가 모호하다. BOE 피봇은 인플레 부담으로 강한 성장을 만들긴 어려울 수 있다. 이제 곧 영국은 정치/경제 모두 커다란 전환점에 서게 된다. 우선은 정치 불안 대신 안도감이 채워지고 있지만 조만간 나타날 성과의 냉정함도 경계할 수 밖에 없기에 영국 투자엔 신중함을 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