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며칠간 이상 급등한 미국채 금리...최근 '꼬인 수급' 효과가 저가매수 기회일까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4-10 13:34
[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뉴욕 주가 폭락 상황에서도 미국채 금리가 뛰는 일이 발생하면서 미국채 투자자들의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이 많았다.
미국채 시장이 주가 급락에 따른 반사익을 취하다가 같이 밀리자 의구심이 커졌던 것이다.
전날엔 아시아 시장에서 10bp를 훌쩍 넘게 뛰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들을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미국채 금리의 이상 급등에 대해선 채권롱-IRS숏 포지션이 청산돼 변동성을 키웠다는 진단부터 중국이 채권 매도로 보복 중이라는 진단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또 주가가 폭락하자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을 비우고 은행 같은 곳은 단기 자금대출을 위해 채권을 팔았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 3일 연속 비정상적으로 뛴 미국채 금리...흐름 과도하고 이상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일 16.8bp, 8일 12.70bp, 9일 5.15% 뛰어 3일간 35bp나 급등했다.
2년물 금리는 7일 10.80bp 뛴 뒤 8일엔 3.15bp 하락하더니 9일엔 19.20bp 점프했다. 이 기간 27bp 정도 올랐다.
커브가 스팁으로 반영하다가 간밤에 베어 플랫으로 눕는 모습을 취했다.
나스닥은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3일 장에서 5.97%, 4일엔 5.82% 급락한 뒤 7일엔 강보합을 나타내면서 숨을 골랐다. 이후 8일엔 2.15% 추가 하락한 뒤 9일엔 트럼프의 '90일 유예선언'으로 12.16% 폭등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주가가 흔들리는 모습과 경기 둔화에 천착하면서 3월 28일부터 4월 4일까지 6거래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레벨을 낮추면서 '4%' 수준까지 레벨을 낮췄다.
미국10년 금리는 그러나 4%까지 내려온 뒤 무섭게 뛰어 4.3%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그런 뒤 이날(10일) 아시아 장에선 레벨을 상당폭 낮추고 있다.
■ 이상한 미국채 금리 움직임...그리고 수급 균열
최근 트럼프가 보인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관세전쟁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며칠 간 미국채 금리가 대폭 오르자 의문도 적지 않았다.
트럼프 관세전쟁으로 시장의 경기 침체 전망이 강화되고 선물시장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반영하던 상황이었다.
이처럼 시장이 더 많은 기준금리 인하를 욕심 내고 있을 때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수급상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날 아시아장에서 미국채 금리가 대폭 뛰자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의 미국채 매도 가능성을 거론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대한 뭔가 미심쩍다는 평가들도 이어졌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미 국채 매도는 트럼프 1기에서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됐을 당시에도 거론됐다"면서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이지만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는 모두 중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 중국 민간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 피해를 주기 위해 손실을 감수할 수 있지만, 민간 부문은 그러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미 국채 매도 만으로 금리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실 지금과 같은 관세 환경과 경기 여건에서 중국이 위안 강세를 추구한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임 연구원은 다만 중국 국채의 매도 및 미 국채의 신뢰 하락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의 미국채 매도보다는 최근 마진콜 문제나 IRS 연계 포지션의 균열에서 찾아야 한다고 봤다.
그는 "마진콜과 본드스왑의 언와인딩이 최근 미국채 금리 급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뉴욕 주가는 2020년 이후 오랜 상승장을 경험했고 주식에 대해 대부분 롱 바이어스가 존재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상호 관세 발표 이후 2영업일 주가가 10% 가량 하락했으며, 마진 콜에 대응해 미 국채를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미 국채를 매도하면서 IRS Pay & UST long 포지션의 언와인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그는 "30년 스왑 베이시스는 -100bp로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유동성 경색을 경험했던 2020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장기물의 스왑 베이시스가 크게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면서 "다만 지금은 금리가 장중 고점을 찍고 반락해 마진콜, 스왑 베이시스 포지션 언와인딩에 따른 퐂니션은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전날 아시아장에서 장중 20bp 뛰었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레벨을 상당폭 낮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최근 뭔가 미국채 시장 수급(유동성) 측면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융시장 내 대규모로 진행된 베이시스 트레이드(Treasury Long-IRS Short) 청산 등이 거론됐지만 문제의 핵심은 현재 미국채 금리 급등은 어떤 시나리오로 보더라도 유동성 문제이며, 채권시장 기능고장(Malfunction)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문제는 펀더멘털이 아닌 유동성 혹은 기능고장 여부가 핵심인 만큼 연준이 개입하더라도 기준금리 인하 정책이 아닌 QT 조기 종료, 단기 자금시장 유동성 공급 같은 단기 대응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일각에서 기대하는 대대적인 완화 정책으로의 전환은 어렵고 타겟형 정책 대응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석했다.
■ 수급 균열 따른 금리 급등, '절호의 매수기회'일까
미국채 금리가 트럼프 관세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등으로 급락하다가 최근 급등하자 지금은 이를 매수할 절호의 기회라는 제안도 보인다.
최근 일시적인 수급 마찰에 의해 미국채 금리가 뜬 만큼 미국 장기채권을 담아가면 미래가 편해질 것이란 조언도 나온다.
최근 극심한 금리 급등을 부른 담보 청산과 현물·파생 포지션(선물 숏·현물 롱, IRS 페이·현물 롱) 언와인딩 등이 금리 레벨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미국 금리 급등은 펀더멘털과 무관한 담보 청산 과정에서 발생했다"면서 "금리 급등을 유발한 요소는 향후 금리 대폭을 일으킬 전조 증상이며, 이러한 시차 효과를 서둘러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채 현선물간 베이시스 거래는 레버리지 60~100배로 이뤄지는 차익거래이며 그 규모는 총 1조달러에 육박한다. 선물 숏 플러스 장기채 롱 포지션을 장기국채를 담보로 선물 증거금을 사용한다"면서 최근 수급은 금리 레벨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채 수요로 예상됐던 은행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고 금융시장이 급변하면서 베이시스가 벌어졌고 결합포지션은 마진콜로 청산당하고 담보로 잡힌 장기채는 강제 매각됐다고 밝혔다.
또 스왑페이와 장기채 롱이 엮인 포지션도 청산대면서 거대한 담보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매매자가 향후 금리 급락의 이익을 포기하기 싫어 스왑 리시브에 진입하고 그 결과 30년 본드스왑 스프레드 역전은 사상 최대치까지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문 연구원은 "담보물 청산에 따른 금리 급등은 회수 속도를 고려할 때 오래 가지 않는다. 오히려 공격적 담보 매각은 금융권 현금 부족 증상이며 크레딧 리스크가 임박해 있다는 의미"라며 "금리 변동성이 매우 크겠지만 동시에 신용 위험이 임계점에 달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는 긍정적으로 보자면 미국 장기채를 헐값에 매수해 향후 폭등한 가격에 매도할 소중한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적정 미국채 10년물 금리 수준은 '성장률+PCE물가-1.5%p'로 미국 10년의 적정 레벨이 3% 이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