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미국채 30년물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미국채 2050년 8월 15일 만기물을 1억 9,712만원 보유 중인 것으로 신고했다.
이밖에 본인과 배우자가 국채를 4억원 남짓 보유 중이라는 점도 알렸다.
최 부총리는 본인과 배우자가 국고20-2호와 22-5호를 4억 4천만원 가량 보유 중이란 사실도 신고했다.
지난해 국고채의 경우 이미 보유 중인 상태였으나, 미국채30년물은 새롭게 매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재산신고액은 44억 7천만원으로 1년 사이 1억 9천만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경제부총리 '청문회 때도' 미국채 투자 논란이 됐었는데...
최 부총리는 한국호의 경제 수장이기 때문에 환율 정책 등을 관할한다.
따라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면서 처신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최 부총리가 이미 미국채 보유 문제로 한 차례 입방아에 올랐던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부총리는 2023년 12월 경제부총리 인사 청문회 당시 미국채 보유 문제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청문회 당시 부총리는 '한국경제 수장이 되려는 사람이 한국경제가 나빠지면 이익이 나는 상품을 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해외 채권투자에선 투자한 채권의 금리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보다 환율이 투자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당시 부총리의 포지션은 달러/원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포지션이었다. 논란이 일자 부총리는 청문회 직후 채권을 팔았다.
하지만 작년 중순 미국채 30년물을 매수하면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결국 최 부총리가 23년 말 청문회 당시 이미 미국채 투자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사상 배임죄 아니냐는 지적까지 보였다.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이후 부총리의 미국채 투자에 대한 논란이 일자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31일 "최근 환율 변동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최 부총리는 2017년 공직 퇴직 후 자녀 유학 과정에서 2018년 달러를 보유하게 됐고, 보유 중인 달러로 지난해 중순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고 했다.
■ '또 걸린' 부총리의 미국채 투자...야당 비난 공세
전날 야당 관계자들은 '최상목의 탄핵 사유가 하나 더 늘었다'면서 경제부총리의 미국채 투자를 문제 삼았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상목 부총리는 경제 안정을 위해 애써야 할 경제 부총리"라며 "알고 보니 입으로만 안정을 외치고 뒤로는 환율 급등, 외환위기에 베팅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 사령탑이 대한민국 경제 망해라하고 배팅을 했음이 드러났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경제 수장이 미 국채에 투자하고 환율 급등에 베팅한 행위는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행위와 형사상 배임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경제 내란이자 국민을 배신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작년 고환율과 원화 가치 하락이 얼마나 심각했느냐. 윤석열 쿠데타 이후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환율은 급등했다. 최 부총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라며 "경제부총리는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 전망, BIS, IMF 환율 동향 보고서 등 미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만약 이 정보를 바탕으로 미 국채에 투자했다면 이는 사실상 내부자 거래로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 정보의 사적 이익 활용 금지 위반에 해당된다"고 했다.
야당 관계자들은 마은혁 후보를 헌법 재판관에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탄핵 사유가 하나 더 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증권사 사장 출신인 홍성국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상목의 미국채 투자는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는 뉴스"라고 주장했다.
홍 최고위원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2억 원 상당의 미국 국채를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는 경제 위기가 점점 확산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한 시점"이라며 "한국은행이 아까운 외환 보유고를 풀어서 환율을 방어하던 시절이었는데, 부총리는 미국채에 투자했다"고 비판했다.
더 가관인 것은 이 문제에 대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 점이라고 했다.
홍 최고위원은 "경제 수장으로 기본의 기본도 안 된 대응"이라며 "미국 채권 투자는 경제수석으로 있을 당시에도 문제가 됐었다. 당시에 최상목 수석은 즉시 매도하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다시 매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계엄 이후에 환율이 급등하자 장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코멘트를 했다. 그 얘기는 달러/원 환율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달러를 사는 게 기재부 장관의 역할이란 말인가"라며 "우리 시장과 우리 국민들은 분개하고 있다"고 했다.
■ 고위 공직자의 '한국경제에 대한 개인적 헤지 포지션'
경제부총리는 외환시장과 외환보유액 관리, 대외 금융 정책 등도 총괄한다.
따라서 이런 경제 부총리가 한국 경제 포지션과 반대로 '개인 포지션'을 잡으면서 위험을 헤지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즉 고위 공직자가, 그것도 한국경제 수장이 경제 정책 실패나 한국경제 위기가 개인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수익 구조를 짜는 것을 좋게 봐주긴 어렵다. 만약 약간이라도 '의도가 있었다면' 이는 큰 문제로 볼 수 있다.
이해충돌방지법 제14조에서는 공직자가 직무상 비밀 또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는 것을 제한한다. 즉 혹시라도 각종 경제 전망과 관련된 정보를 보고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경제는 고환율과 고금리로 인해 신음했으며, 12.3 계엄사태까지 터져 환율은 한 단계 더 점프했다.
경제 전체에 어려움이 강화되던 시점에 만약 부총리가 환 차익과 자본이득을 기대하고 다른 나라 국채에 투자했다면 이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충분한 행위다.
부총리 입장에선 이런 비판이 억울할 수 있지만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막는 것도 공직자의 기본적인 태도다.
부총리나 기재부 대변인 등이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오해의 소지를 애초에 차단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한국의 공직자·정치인 등의 도덕 수준이 한심한 상황에서 부총리마저 '타의 모범'이 될 생각 같은 건 이미 갖다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랜기간 공직자로 일하면서 기재부 내에서 능력 있고 성실하기로 소문 났다던, 우리의 경제 부총리마저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자니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