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트럼프 관세정책의 압박, 경기 어려움, 수급 부담 등으로 한국 금융자산 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미국의 대대적인 관세 압박 속에 외국인이 연일 한국 주식을 팔면서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내주고 고꾸라졌다.
채권은 경기 악화 가능성 증폭에도 불구하고 각종 수급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중국의 미국채 대응 우려 등도 거론되는 중이다.
달러/원 환율은 어려운 한국 자산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일각에선 이러다가 1,500원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내놓고 있다.
■ 코스피, 외국인 연일 매도 속에 2,200대로 고꾸라져...혹시 트럼프발 세계 공황 우려?
코스피 지수는 미국의 관세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이어가자 반등 포인트를 못 잡고 있다.
급기야 이날은 2,300선을 내주고 미끌어졌다.
외국인이 전날 6,468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이날은 장중 이 수준을 넘는 강도로 팔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는 9거래일째 이어지는 중이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8거래일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9조, 2500억원을 순매도한 뒤 이날 매도분까지 합치면 10조원 넘게 순매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소식에 크게 긴장한 상태다. 미국장에서 S&P500이 5천선을 내주고 밀린 가운데 국내도 관세전쟁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간밤 S&P500은 79.48포인트(1.57%) 내린 4,982.77로 거래를 마쳤으며, 나스닥은 2% 남짓 떨어져 1만 5천선을 위협받는 중이다.
미국이 중국에 물리는 총 관세가 100%를 넘어섰으며, 한국에선 무역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매파 정책가들을 만나는 중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결국 게임의 핵심은 트럼프와 시진핑의 실력 대결"이라며 "이 거친 관세전쟁의 끝을 알 수 없고 외국인이 계속 팔고 있으니 장이 여전히 저가매수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거친 싸움을 이어가는 이상 저가매수 접근 등은 무모해 보이는 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지금은 미국 관세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각에선 세계 공항 우려마저 거론하는 중이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가 현재의 관세 정책을 강경하게 밀어붙이면서 중국 뿐만 아니라 EU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까지 관세 보복전에 빠질 경우 경기와 어닝 리세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서 "컨센서스는 경제지표를 확인한 이후 수정되기 때문에 어닝 리세션이 촉발되는 시나리오에서 PER로 저점을 긋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지금처럼 거친 맞대결 구도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저가매수 접근 등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최악 중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본다면, 정책 실기에 따른 대공황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수 있다. 1929년 대폭락은 고율 관세와 증세, 임금 수준 유지라는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면서 발생했다"면서 "당시 주식시장은 4년에 걸친 추락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가 30% 이상 폭락한 이후 실물경제 둔화 조짐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을 바꾸지 않고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을 강경하게 밀어붙인다면 대공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면서 "다만 관세 정책을 되돌리려는 민간 섹터와 교역상대국들의 노력을 감안하면 아직 이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 채권, 경기 악화 속 수급 부담 크게 느껴...'중국발' 미국채 수급 악화 여부도 주시
채권시장은 수급 부담을 크게 느끼는 중이다.
외국인은 지금 금리인하 베팅을 위한 3년 국채선물 매수, 커브 스팁을 겨냥한 10년 선물 매도에 무게를 둔 플레이를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론 어제, 오늘 외국인 선물 매수세는 최근의 역대급 매수에선 벗어난 상태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 금리는 연이틀 이어진 미국채 금리 급등세, 추경·WGBI 편입 지연에 따른 물량 부담 등을 느끼면서 약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미국채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담들도 보인다. 아시아 장에서 미국채 금리가 대폭 오르고 있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궁극적으로 미국 상호관세 여파와 미중 갈등이 채권까지 타격을 입히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국내는 수급 악재까지 겹쳐지면서 밀리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국에선 실무능력 없는 윤석열과 교묘한 이재명의 사활을 건 싸움에서 이재명이 이겼다. 세계에선 트럼프와 시진핑이 목숨 건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며 "아시아 장 중국의 미국채 관련 수급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장에서 미국채 수급에 균열이 오고 중국이 미국이 트레저리를 파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괴팍한 수급의 힘으로 움직이는 장이라 쉽게 예상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다만 "미국 금리는 과도하게 오른 것으로 본다. 커브 스팁도 과도하게 진행된 듯하다. 꼬인 수급 여파가 더 지속되기 어렵다고 본다면 현 국면에서는 커브 플랫 베팅이 오히려 좋아 보인다. 터지는 것 감안하고 장기물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WGBI 연기 재료가 있긴 했지만, 당장 조기 대선과 압도적 지지율 1위인 이재명의 대통령 당선이 수급 악재로 이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선 중국이 미국채를 매도하는 것으로 보여 이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경쟁의 본질은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기술패권 다툼이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중국은 미국채 비중을 줄여왔다.
수년간 중국은 보유 외환 다변화, 환율 절하 압력 완화를 위한 미국채 매도 등의 스탠스를 취하면서 금 비중을 늘려왔다.
아울러 미중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중국의 미국채 매도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이날 아시아 장에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0bp 넘게 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