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유례없는 대규모 영남권 산불...수조원 단위 피해 속 '예비비 진실게임'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3-28 15:09
[뉴스콤 장태민 기자]
자료: 산림청
경남, 울산, 경북 등 영남을 휩쓴 산불과 관련해 이미 수조원 단위의 피해가 났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유례없는 역대급 산불로 영남권의 주요 산악지대가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정치권에선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아직도 산불 진압을 끝내지 못한 데다 4월, 5월 등 산불이 많이 나는 계절도 앞두고 있어서 당장은 예비비 실탄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이를 제대로 활용할 필요성이 거론된다.
유례를 찾기 힘든 초대형 산불은 여와 야의 추경 욕구를 자극했다. 하지만 복구 비용을 두고 여와 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야당은 '실탄은 충분한데 정부가 무능해서 대응이 엉망'이라는 입장이며, 여당은 '예산 삭감 사태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 국회 기재위원장 "야당 단독 예산삭감 폭주에 산불 대응 발 묶여"
최근 전국 40여 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2만개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망자수도 30명에 육박하는 등 큰 인명 피해도 났다.
하지만 여당과 정부는 산불 진화와 향후 복구에 필요한 국가 예비비는 부족해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 쪽에선 작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의 예비비 삭감이 거론된다.
당시 민주당은 4.8조원이었던 예비비 예산을 2.4조원으로 삭감해 단독으로 처리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재난 대응을 위한 목적예비비는 2.6조원에서 1.6조원으로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 쪽에선 '돈이 없어서' 이번 산불에 대응에 차질을 빚었다고 했다.
국회 기재위원장을 맞고 있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저녁 무렵 "삭감된 목적예비비조차 고교 무상교육 등 민주당이 용도를 정해놓은 것이 1조 2,180억원으로 묶여 있다"면서 "실제 재난 대응에 쓸 수 있는 예산은 3,820억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원 여력이 막혀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송 의원은 "그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작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산불 대응 강화를 위한 산림헬기 증액 예산 172억원을 단독으로 전액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외 임차 헬기와 중형 헬기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해당 예산안은 여야 의원 다수가 공감하고 상임위까지 통과했던 사안이었지만, 민주당은 이를 일방적으로 뒤집으며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재정적 대비조차 외면했다"고 분노했다.
그 결과 대형 산불 앞에서 국민이 그 댓가를 고스란히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6일엔 의성 산불 진화 과정에서 헬기가 추락해 기장이 숨지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당시 헬기는 1,200리터의 물을 담을 수 있는 1995년 생산 기종이었다. 즉 30년 된 기체였다.
송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가 산불 대응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민주당, '돈 있다'...정부와 여당이 무능 감추려는 것
이날 아침 더불어민주당은 송 의원을 직격했다.
이번주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를 상당부분 털어낸 이재명 대표는 송 의원을 비난하면서 '인간성을 회복하라'고 다그쳤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은) 마치 예산이 삭감돼서, 예산이 없어서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예산은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의지와 능력이 부족해서 지금의 이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될 수 있는 국가 예비비는 총 4조 8,700억 원이 이미 있다. 무슨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느냐"면서 "이중에, 이 4조 8,700억 원의 예비비, 한 푼이라도 쓴 것 있느냐"고 했다.
그는 "엄청난 예산을 남겨 놓고 쓰지도 않으면서, 일상적인 예산만 집행하고 있으면서 무슨 예산이 부족하다고 거짓말을 하느냐"면서 "양심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각 부처의 예비비가 9,700억 원이 있다. 또 예비비는 2조 4천억원 있다"면서 "이중에 재난에만 쓰라고 목적이 특정된 예산만 해도 1조 6천억이고, 나머지 예산도 재난 예비비로, 재난 용도로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더군다나 국고 채무 부담을 1조 5천억까지 할 수 있다. 이것이 다 예산에서 미리 정해놓은 것 아니냐"면서 "어떻게 4조 8,700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을 한 푼도 안 쓰면서, 마치 예산이 없어서 화재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것처럼, 산불 대책을 못 세우는 것처럼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느냐"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경제부총리를 맡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홍성국 최고위원도 이 대표의 발언을 거들었다.
증권사 사장 출신인 홍 위원은 송언석 기재위원장이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거짓 선동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 최고위원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기재부 차관 출신인데 말도 되지 않는 거짓으로 우리 재난지원금이 없다고, 그것도 (민주당이) 예비비를 깎아서 그렇다고 한다"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큰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고 윽발질렀다.
■ 송언석 "장부 까보면 나온다"...누가 거짓말 하는 중일까
민주당이 예산 담당 기재차관 출신인 자신을 비난하자 송 의원도 다시 분노했다.
송 의원은 28일 "'재해 대응 재원이 충분하다'며 또다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는 이재명을 고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산불 관련 예산 4조 8,700억원이 있다고 한 발언의 진실을 가려보자고 했다.
이 대표가 자신들의 예산 삭감은 문제가 없고 재원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이야 말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선 각 부처 예비비 9,700억원 중 쓸 수 있는 돈도 별로 없다고 했다.
행안부, 농림부, 환경부, 해수부, 산림청에 편성된 재해·재난대책비 9,700억원 가운데 △ 지난해 재해 관련 복구비 4,170억원 △ 해수부의 하천·양식업 지원 3,070억원 △ 산림청 재선충 방재 1,000억원 등은 이미 예산의 사용처가 정해져 있거나 기 집행 완료 된 바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각 부처 재해·재난대책비 중 가용 가능한 예산은 2천억원에 불과한데 민주당이 뻥튀기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대표가 예비비 2조 4천억원이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인 예산 삭감으로 남아있는 일반예비비 8천억원은 정보 예산 뿐이고, 목적예비비 1조 6,000억원 중 1조 3000억원이 고교무상, 5세 무상교육에 사용하도록 예산총칙에 명시하고 있어 다른 용처에 사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재난에 사용가능한 목적예비비는 4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고채무부담이 1조 5천억원이라고 말했지만 국고채무부담은 다음 연도에 상환하는 것을 전제로 금년에 외상으로 시행하는 시설공사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즉 내년도 예산을 당겨 쓰는 것에 불과하며 여름철 발생 가능성이 높은 태풍, 홍수 등 추가 재해 발생 시 대처 능력이 전혀 없다"면서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제대로 된 내용 확인도 없이 부정확한 숫자를 가지고 마치 산불 대응 예산이 충분한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에선 유례 없는 대규모 산불로 그 피해액이 5조원에 이른다고 추론도 내놓고 있다.
산불 진화와 복구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