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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해방의 날' 앞두고 트럼프가 벌이는 자동차 관세전쟁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3-28 11:34

자료: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이 환호했다는 백악관의 소개 자료
자료: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이 환호했다는 백악관의 소개 자료
[뉴스콤 장태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에 앞서 26일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Proclamation)에 서명한 뒤 긴장이 고조됐다.

트럼프는 "자동차 관세는 영구적으로 적용된다"고 했다.

각국이 반발할 기미를 보이자 트럼프는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트럼프는 현지시간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EU가 캐나다와 협력해 미국에 경제적 피해를 입히려 한다면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 '해방의 날' 앞둔 긴장감

트럼프가 다음주로 예정된 '해방의 날' 상호관세 부과에서 EU와 캐나다를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자 관련 국가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유럽 자동차 수출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유럽은 이 발표와 미국이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다른 조치를 함께 평가하고 협상된 해결책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는 세금이며, 미국과 EU에서 기업과 소비자에게 똑같이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BOC, BOE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뒤 캐나다 총리가 된 마크 카니는 "트럼프의 조치는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고위급 내각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결정할 것"이라며 말했다.

카니는 "우리는 다같이 노동자, 회사, 국가를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자국 업체, 그리고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업체를 지원한다. 세제 정책에서도 이를 노골화했다.

미국은 자동차 관세를 발표하면서 미국산 자동차 구매 시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 납부에 대한 세금 공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의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해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면서 관세 수입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악관은 자동차 관세는 이미 시행 중인 관세에 추가되는 형태이며, 관세로 인해 미국 세수가 1,000억 달러 가량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관세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2019년에 실시한 자동차 수입에 대한 국가 안보 조사 결과에 근거한다. 자동차 완제품은 4월 3일 자정부터 25% 관세가 적용되고 자동차 부품은 한달 유예된 5월 3일부터 발효된다.

부과 대상 자동차는 승용차(세단, SUV, 크로스오버, 미니밴 등)와 경트럭이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부품, 전기 부품 등이다.

다만 이게 끝은 아니다. USMCA가 적용되는 자동차 부품은 당분간 유예할 것이라고 했으나, 필요할 경우 관세가 적용되는 부품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 미국의 USMCA '위반'...그러나

캐나다에선 최대 자동차 산업 단지가 있는 온타리오주 총리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보복을 촉구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의 조치가 USMCA 무역협정 위반이란 점과 미국이 자국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을 직접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각과 논의해 보복관세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미국의 자동차 관세 발표 뒤 "멕시코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경우 우리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일본, 유럽 등도 일제히 조치를 비판하면서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일본의 이시바 총리는 "미국이 모든 나라에 동일한 관세를 적용하는 게 합리적인지 의문스럽다"면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독일 자동차 업계에선 미국과 EU간 즉각적인 양자 협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며, 영국에선 추가 관세보다 상호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는 쇠퇴한 미국의 제조업 산업 기반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관세를 통한 세수 확보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 내외 경제 분석가들 사이엔 이번 조치가 미국과 관련 국가 모두 피해를 입는 방식이라는 주장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 미국에 자동차 수출하는 나라들 피해 불가피

멕시코, 캐나다, 일본, 독일, 한국 등은 분주해줬다.

한국의 경우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백악관에 참석해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 역시 안심할 수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관세 인상이 영구적임을 밝히며 정책적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는 2일 발표될 상호관세의 범위가 축소될 수 있고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관세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기존 기대와 반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장 연구원은 "특히 현대차그룹이 지난 백악관에서 미국 투자 발표 후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이번 트럼프의 관세 발표로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재차 증폭됐다는 점에서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협상을 즐기는 교묘한 인물인 만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장 연구원은 "트럼프는 자동차 관세 수위를 높이며 협상력을 높이려고 한다. 특히 자동차 업체를 향한 미국 내 공급망 확충과 투자 유치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정책 폐지 기조 속에 하이브리드 중심의 일본 업체들은 미국 관세에 대한 대응이 미진했으나, 높아진 관세 피해 가능성을 두고 뒤늦은 로비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주가는 전날 4.28% 급락한 뒤 이날도 4%대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응이 빨랐다는 평가도 보인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대규모 현지투자를 통해 대외 불확실성 정면돌파를 시사했다"면서 "25% 관세 부과 우려에 대한 해소가 기대되고 지역별 xEV 중심 물량 확대를 통한 제품 믹스 개선은 현대차·기아 양사의 견조한 펀더멘털 흐름을 유지시키며 실적 우려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럼프는 협상에서 더 큰 것을 얻을 낼 수 있으면 태세를 당장에도 전환할 수 있는 인물이다. 다만 공세가 거칠었기 때문에 미국과 거래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바빠졌다.

우선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의 우려가 컸다. 캐나다, 멕시코 등 USMCA로 얽힌 나라들은 피해가 상당히 클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캐나다의 자동차 및 부품제조 산업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자동차와 관련 부품 생산의 80~9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내수만으로 공장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의 2024년 자동차 생산량은 130만대이며 이 가운데 86%를 미국으로 수출한다. 캐나다 제조업 GDP의 10%와 50만명의 고용을 감당하고 있는 산업에 타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멕시코에선 자동차 산업이 GDP의 5%를 차지하며 100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 멕시코에선 400만대의 자동차가 생산돼 60% 이상이 미국으로 넘어간다.

일본에선 자동차가 최대 수출 품목이다. 이러다보니 일본의 성장률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모든 수입차에 관세가 부가되는 것이기에 그 영향이 제한될 것이란 평가도 보인다.

독일은 오랜기간 중국 경제와 접점을 넓혔다가 지금은 한국처럼 중국에 상당부분 제조업 기반을 잠식당한 상태다. 친환경·신재생을 앞세운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썼다가 산업 기반도 상당히 타격은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 위협마저 더해져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EU의 자동차 수출에서 독일의 비중은 7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예컨대 BMW는 미중 갈등으로 연간 10억불 이상의 피해를 감내해야 할 것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 트럼프 자동차 관세에 각국 우려 커져..우방국 압박 속 성장 둔화 압력

트럼프의 과격한 자동차 관세전쟁에 대해 여기저기서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IMF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지속될 경우 해당 국가들 경제 전망에 상당한 악영향이 갈 것"이라며 "4월말에 발표되는 세계경제 전망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사흘 전 미국의 강력한 노동시장과 투자 등을 바탕으로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전망 당시의 2.2%에서 2.7%로 대폭 상향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산업도 관세전쟁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봤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 역시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히 개입돼 있어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은 2024년 멕시코에 358억 달러, 캐나다에 284억 달러 규모의 자동차 부품을 수출했다. 자동차 부품 산업은 약 55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이 생산을 중단할 경우 미국도 생산량과 인력을 감축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란 큰 국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복잡한 공급망이 필요해 미국도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은 이를 감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단 트럼프 관세 충격이 무역 파트너들에게 가해지면서 동맹국과의 무역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동차 관세가 각국에 미치는 성장 둔화 압력과 함께 인플레이션 효과도 봐야 할 듯하다.

관세 인상은 경제활동 둔화와 동시에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적지 않다.

관세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5천달러에서 1만달러 가량 오를 수 있는 데다 관련 부품 가격 상승 등이 보험료 등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중이다.

미국 연준은 트럼프 1기 당시인 2018년 평균 실효 관세율 1.9%p 상승시 GDP가 0.3% 감소하고 근원 PCE 물가는 0.2% 오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수입 규모는 2,500달러 수준으로 수입의 7.7%를 점유했다. 자동차 부품 수입 등을 합치면 관련 수입 규모는 더욱 커진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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