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전격 지명하면서 ‘파월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리인하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연준의 독립성과 향후 정책 기조를 가늠할 중대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케빈 워시는 연준 의장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며 “역대 최고의 연준 의장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임기가 오는 5월 종료되는 가운데, 연준 수장 교체가 공식화되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도 빠르게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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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내부를 아는 인물’…월가·정책 당국 두루 거친 엘리트
워시는 월가와 워싱턴, 연준을 두루 경험한 대표적인 정책 금융 엘리트로 꼽힌다.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로스쿨·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뒤 모건스탠리에서 M&A 부문 임원으로 활동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2006년 3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연준 이사에 임명돼 2011년까지 재직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시장 안정화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 연준 퇴임 이후에는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활동했고, 최근까지 쿠팡 Inc. 이사회 사외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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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E 비판으로 각인된 ‘매파 이미지’…최근엔 금리 인하 지지
워시는 연준 이사 시절부터 통화정책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을 드러내 왔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대규모 양적완화(QE)에 대해 “자산 가격 왜곡과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2010년 연준이 2차 QE를 결정했을 당시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인물이 바로 워시다.
이로 인해 그는 오랫동안 ‘통화 긴축 선호 매파’로 분류돼 왔다. 시장에서는 그를 “연준 내부를 가장 잘 아는 비판자”로 불러왔다.
그러나 최근 워시의 발언은 이전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고금리 환경이 실물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조건부·질서 있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관세 정책 역시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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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첫 반응은 ‘달러 강세’…QT 재개 가능성 주목
워시 지명 직후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달러 인덱스는 상승했고, 미 국채 장기물 금리도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급등했다. 시장이 워시를 “금리를 쉽게 내리지는 않되, 연준의 대차대조표 정상화(QT)를 중시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동성 축소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금·은·가상자산 등 유동성 민감 자산은 약세를 보였다.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기대보다 통화 질서와 신뢰 회복을 중시하는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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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의 직격…“매파 아닌 정치적 동물”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날 선 비판도 제기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워시를 두고 “통화 긴축 매파로 보는 것은 범주 오류”라며 “그는 정치적 동물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워시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긴축을 주장했고, 트럼프가 재집권하자 금리 인하를 옹호하고 있다”며 “정책 신념의 변화라기보다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연준은 위원회 중심의 구조인 만큼 워시가 의장이 되더라도 정책을 독단적으로 좌우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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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안전한 선택”…연준 독립성의 ‘완충재’ 평가도
월가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워시는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일 때와 긴축적일 때의 위험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며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도 “깊은 전문성과 경험,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역시 워시를 ‘시장 신뢰를 가진 후보’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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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연준’인가, ‘중앙은행의 질서’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파월 의장을 향해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기준금리를 1%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워시 지명은 연준 독립성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워시는 연준 이사 시절부터 “물가 안정과 제도적 신뢰가 중앙은행의 핵심 책무”라는 입장을 반복해 강조해왔다.
정치적 압력에 따른 무리한 완화에는 선을 긋되, 경제 여건이 허락할 경우 금리 조정은 가능하다는 ‘조건부 실용주의자’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과 정책 당국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케빈 워시는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을 흡수하는 완충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파월 이후 연준’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인물이 될 것인가. 그의 선택에 따라 미국 통화정책은 또 한 번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