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석 달 만에 전화 통화를 하고, 다음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전화 회담 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무역과 펜타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틱톡 딜 승인 등 많은 문제에 진전을 이뤘다"고 적었다.
양국 정상은 이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열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미중 무역전쟁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으로, ‘세기의 담판’이 한국에서 열리며 세계 경제·외교 질서를 흔드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21일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환영한다”며 “최대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3개월 만에 통화를 한 직후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그동안 APEC 참석 의사를 공식화하지 않았으나 이번 통화로 방한이 확정됐다.
두 정상의 만남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이후 약 6년 만이다. 미·중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찾는 것은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도 개최될 전망이다. 특히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국빈 방문 형식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 장소가 한국으로 확정되면서 APEC 정상회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애초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APEC 전후로 추진하며 성대한 의전으로 환대를 통해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후 APEC 참석을 공식화하며 "중국 방문은 내년 초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올해 미중 정상회담의 본무대는 한국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무역, 펜타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틱톡 매각 승인 문제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의제를 예고했다.
가장 중요한 현안은 관세 문제다. 양국은 현재 11월 말까지 상호 관세 완화 조치를 연장한 상태로 90일마다 ‘휴전 합의’를 갱신하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관세율을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고 중국의 희토류 공급을 미국에 재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톱다운 방식’에 따라 한국에서 시 주석과의 직접 담판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의 입장 차가 커 전면 합의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이번 통화에 대해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은 일방적인 무역제한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의가 무산될 경우 최종 타결은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시점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틱톡 매각 문제 역시 주요 의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매각 승인에 사실상 합의했다"며 "알고리즘 소유권 문제도 잘 해결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 주석은 "기업의 의사를 존중하며 중국 법과 규정에 따라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틱톡 금지법’을 제정해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비스를 금지하도록 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법 시행을 유예하며 협상을 진행해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사회가 직면한 마약 위기를 해결하려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펜타닐 문제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향후 미중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문제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시 주석도 전쟁 종식을 원하며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한다고 비판해왔기 때문에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 주석이 경주를 찾는다면 자연스럽게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 방문도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국빈 방한했으나, 이후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 문제 등을 이유로 한국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두 차례 방중했지만, 중국은 답방하지 않아 외교 관례를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 정부는 이번 APEC 참석과 별개로 시 주석의 국빈 방문 형식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빈 방문이 성사될 경우 공항 영접과 군 의장대 사열, 공식 환영식과 국빈 만찬 등이 예정되며, 국회 연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6년 만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관세, 비자, 안보 협력 등 다양한 현안에서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