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대부분이 위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이 그의 법적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는 지난 5월 국제무역법원(USCIT)의 원심 판결을 인용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CAFC는 지난 4월 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표한 ‘해방의 날’ 조치에 따라 사실상 전 세계 국가에 부과한 고율 관세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허전문 항소법원으로 알려진 CAFC는 연방지방법원의 특허 관련 판결과 특허상표청(PTO)과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심결에 대한 불복사건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갖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CAFC는 그 외에도 다양한 연방 전체를 관할하는 행정청, 그 부속 심판원의 결정이나 심결에 대한 항고심 내지 항소심을 담당하고 있다.
비영리 싱크탱크 세금재단에 따르면, 이번 소송 전까지 트럼프 관세는 미국 전체 수입품의 약 69%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었으나, 판결이 확정되면 그 영향은 16% 수준으로 줄어든다.
CAFC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1977)’을 근거로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관세를 부과한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헌법은 세금 부과 권한을 의회에만 부여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도·브라질 등에 최대 50%, 그 외 대부분 국가에 10% 기본관세를 매긴 조치는 물론,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까지 모두 불법으로 판정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중국·캐나다·멕시코 등 국가들이 펜타닐 유입 억제에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추가 관세를 정당화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판결의 효력은 10월 14일까지 유예되며, 그 사이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미국은 파괴될 것”이라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만약 대법원에서 불법으로 확정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예컨대 1974년 무역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최대 15%에 150일로 제한되며 연장은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통상조치는 유효하다. 대표적으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섹션 232 관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상무부에 따르면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는 50%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400여 개 추가 품목으로 확대했다.
법무법인 리드스미스의 마이크 로웰 파트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섹션 232 관세는 트럼프 관세 전략의 핵심”이라며 “이번 소송 대상이 아니며 차기 행정부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부과돼 바이든 전 대통령도 유지한 대중 관세 역시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편 800달러 이하 소액 수입품에 적용되던 ‘디미니미스’ 면세 규정도 29일부로 폐지되면서 중소기업들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