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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이재명의 국가부채에 대한 위험한 세계관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5-22 15:22

사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인천 유세 중 믿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국가부채 낮추니까 기분 좋습니까"라고 물은 뒤 빚을 낼 줄 모르는 무식한 정부 때문에 국민이 힘들어하고 국가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후보의 주장은 이랬다.

"나라 빚이 뭐 천조원이 넘었다는 둥 절대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등 무식한 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지자들 '맞습니다' 맞장구). GDP가 2600조원인데 1천조면 국가부채가 50%가 안 되는 거잖아요? (예) 다른 나라는 다 110% 넘습니다."

이 후보는 이 발언에 뒤어어 코로나 때 한국은 정부가 지원을 덜해서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코로나 때 경제가 죽으니까 다른 나라는 GDP의 10%, 심하게는 20% 빚을 지면서 국민들을 지원해줬어요. 우리나라는 국민들에게 공짜로 주면 안 된다는 희한한 생각 때문에 빌려줬어요. 그래서 자영업자들이 빚쟁이 됐어요. 우리는 가계부채, 민간부채가 늘어 국민이 빚쟁이가 돼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어요. 다 빚쟁이 됐고 경제가 죽고 있잖아요"

■ 국가부채 110%까지 '괜찮다'?..."매우 위험한 부채 세계관"

우선 이 대표가 제시한 110% 허들이 궁금했다. 이 수준까지 늘려도 된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대표는 아마도 '선진국' 유럽보다 한국의 재정 상황이 훨씬 낫기 때문에 빚을 낼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은 듯 하다.

하지만 여기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유럽은 재정 모범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천년 전후 유로화 출범과 함께 미국과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유로존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완패한 상태다.

재정 관리도 엉망으로 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이는 곧 2010년 초입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귀결되기도 했다.

냉정하게 얘기해 유로존은 한국이 벤치마크로 삼아선 안되는 경제 권역이다.

그리고 유로존 자체도 자신들이 만든 'GDP 대비 국가부채 권고비율' 따위를 지키지 못할 정도의 열등생이었다.

■ 유로존은 재정관리 '낙제' 점수 받았던 곳...교사가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곳

유로존이 회원국들에게 지키라고 하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60%다. 연간 적자는 GDP의 3%를 넘지 말고 부채비율은 60% 아래로 유지하라는 지침을 주고 있다.

유럽연합은 SGP(Stability and Growth Pact,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를 통해 이를 규정해 놓았다.

부채수준이 60% 이상일 경우 매년 만족스러운 속도로 빚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이재명 후보는 유럽연합도 위험하다고 본 60%를 훌쩍 넘는 110%가 마치 기준인 것처럼 얘기했다. 다른 나라는 '다 100%가 넘기 때문'에 우리도 그 수준까지는 매우 여유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어했다.

현재 유로존에선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세 나라가 110%를 넘고 나머지는 더 낮다.

아울러 유로존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규율도 지키지 못하는 재정관리의 열등생이다.

유로존의 부채비율은 현재 8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유로존은 85% 허들을 '괜찮은' 부채수준으로 보는 게 아니라 '위험 임계치'라고 보고 있다.

유로존은 한국이 본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곳이다.

■ 한국, 기축통화국 아니다...유로존보다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한국의 원화는 외딴 섬의 통화와 같다.

일본이 섬이지만 엔화는 국제통화다.

한국의 원화는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과 차원이 다르다. 기축통화국의 범위를 넓게 잡아도 원화는 그 카테고리 내 끝자리도 차지하지 못한다.

여러 나라가 묶여 있는 유로존의 경우 특정 국가에 재정위기가 찾아오면 다른 나라들이 도와줄 수 있다. 유로화라는 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원화는 한국 밖에 쓰는 나라가 없으며, 국제통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나라에서 '선진국'이라는 착각에 빠져 빚을 계속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 한국 실제 빚은 공표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빚 증가속도도 빨라 위험

이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된 뒤 현재 40%대 후반인 부채비율을 110%까지 늘리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설마 이 수준까지 갈 마음이 있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이 후보가 부채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을 피하기 어렵다.

사실 한국은 주요국 중 전세계에서 공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 한전 등 공기업들의 부채가 만만치 않다. 또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돈을 내려 보내주지 않으면 제대로 살림을 건사하기도 힘들다.

한국의 국가 부채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지만, '기준'에 따른 착시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따지면 결코 부채비율이 낮지 않은 나라라고 봐야 한다. 예컨대 한국전력이 진 빚 200조원 등은 실질적으로 다 국민(국가)의 부채인 것이다. 중앙정부 빚이 48%라고 안도한다거나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은 젊은층 소멸과 장기간 이어진 출산 파업 탓에 세계 최악의 인구구조를 가진 나라가 돼버렸다.

향후 빚의 증가 모멘텀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나라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포퓰리즘에 탐닉하는 순간 빠르게 무너질 수 있는 국가 살림 구조를 갖고 있다.

■ '이재명'의 민주당...옛날 민주당을 생각해야

이재명 후보가 한국은 국가가 빚을 지는 대신 국민이 빚을 크게 졌다고 했다.

틀렸다. 한국은 국가도 빚을 크게 졌다.

코로나 사태가 있긴 했지만 한국의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400조원 넘게 늘어 1천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이제 50%에 바짝 붙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40%'를 주장했던 정당이었다.

이랬던 정당이 지금은 유로존이 위기감을 갖는 80%도 오케이이고, 100%가 넘어도 오케이하는 정당이 된 것인가.

최근 각국의 재정정책에 따른 부채 문제가 금융시장의 화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원화보다 '좋은 돈'을 갖고 있는 기축통화국들마저 '부채 문제'와 관련해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주 금요일 무디스는 미국의 재정건전성을 문제삼아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기도 했다.

사실 한국도 해외 신평사들로부터 재정건전성 관련 의심도 받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괜찮지만 만약 빚을 다시 크게 늘리면 안 된다는 경고도 받은 상태다.

우리 스스로 '이 정도까진 마음껏 빚을 늘려도 돼'라고 할 수 없는 나라가 한국이다.

확대재정이 절대선이라는 망상에 빠져 경거망동하는 순간 한국은 더욱 미래가 없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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