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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나토정상회의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6-19 16:42

자료: 현재 나토 회원국
자료: 현재 나토 회원국
[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할지를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 나토 회의에 4년 연속으로 초청 받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참석 여부에 대해 시차나 일정 문제를 이유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일각에선 반대하고 있어 결정이 주목된다.

지난 2022년 러-우 전쟁 이후에서 나토 정상회의엔 지역 안보와 관련해 '아시아의 중요 국가들'도 초청되고 있다.

■ IP4 초청과 참석은 일상화되던 상황

헤이그에서 열리는 2025년 나토정상회의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초청을 받았다.

네 나라 모두 4년 연속 초청을 받은 것이다.

2022년 러우전쟁 발발 후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권위(독재)주의 국가들이 한 편을 먹은 뒤 서방 자유진영도 군사적 밀착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의 '주요' 선진국들도 초청을 받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미-중 패권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경제와 안보 모두 블럭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경제적·군사적·외교적 영향력 확대 등으로 유럽과 미국, 아시아는 서로를 더 긴밀히 연결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토는 최근 '유럽의 안보'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났다.

나토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한 뒤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즉 '인도태평양 4개국(IP4)'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혼자서 유럽 안보를 책임지기 힘들어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의 친구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나토는 이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인권 등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들"이라고 칭하면서 어느새 매년 회의에 초청하고 있다.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표현은 멋있고 좋지만 실은 기존 자유주의 선진국들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 한국 외교의 자주파, 동맹파 논쟁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자주파와 동맹파 논쟁이 일었다.

정부와 여권 내에서 '동맹파'와 '자주파'간 의견 대립이 만만치 않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동맹파는 미국을 중시하는 외교관 그룹들이다. 반면 자주파는 북한과의 화해, 그리고 중국·러시아 등과의 관계도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쪽이다.

이재명 정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표적인 동맹파로 꼽힌다. 반면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는 자주파로 꼽힌다.

동맹파와 자주파의 대립은 20년 전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부와 청와대는 대미 외교를 두고 견해차를 보였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과 화해와 협력을 중요시하자는 자주파와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외교를 펼치는 동맹파의 대립이 컸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정계로 대거 진출한 NL 운동권 출신 인사들과 전문 외교관들의 갈등이 첨예화된 사건이었다는 평가들도 있었다.

특히 미군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두고 내부 갈등이 커진 바 있다.

당시 북미국 3과장이던 조현동 현 주미대사가 술자리에서 "영어도 못하고 미국도 안 가본 사람들이 무슨 대미 외교를 하느냐"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외교 라인이 한방에 날아간 사건이 있었다.

조현동 당시 과장은 보직 해임을 당하고 윤영관 외교부 장관도 경질당할 정도로 사건의 파장은 컸다.

또 그 당시 위성락 북미국장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그 북미국장은 지금 이재명 정부의 국정안보실장이 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자주파가 청와대를 상당부분 장악하고 있었다. 특히 NSC의 사무처장이 지금의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주파'들과 친했으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동맹파와의 접점을 넓혔다.

2022년 대선 때 이미 동맹파인 위성락 실장이 이재명 캠프에 합류한 바 있으며, 이번에 국가안보실장이 된 것이다.

■ 이종석, "자주파-동맹파 나누지 마라...실리만 추구"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는 자신이 '자주파'의 핵심으로 통하는 것을 불편해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당신이 박지원 의원이 말하는 것처럼 자주파 6인 중 1명이냐'는 질문에 "한 나라가 주권국가처럼 당당하게 사는 게 자주다. (나는) 자주파도 동맹파도 아니고 실익을 따랐다"고 답했다.

위성락(국가안보실장)은 친미이고 당신은 자주파(상대적 친북·친중)로 의심된다고 하자 "세계는 협력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기본이란 게 이재명 정부의 방향"이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장 후보자의 '종북 성향'을 의심하기도 했다.

특히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종석 국정원 시대에 국정원이 대남연락기관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대북송금으로 처벌받은 이화영과도 오랜기간 같이 활동한 사람"이라고 우려했다.

송 의원은 또 "이종석 후보는 친북 인사 의심 받는 사람이다. 참여정부 5년 북한 지원이 (긴장완화에)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국정원장 후보가 대한민국 안보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지소미아 파기 주장도 사실 아니냐"고 묻자 이 후보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야당 원내대표가 국정원장 후보자의 종북 성향을 의심하자 민주당에선 이를 비난하면서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야당 원내대표가 국정원장 후보에 대해 대북연락소장이라고 한 건 사과해야 한다"고 하자 송 의원은 "국정원이 대북연락기관화 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의심스러운 시선을 접한 뒤 자신은 '실리만 추구할 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국정원장 후보자의 친미 성향은 약하고 친중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해, 경제안보가 중요한 시대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 후보는 그러나 "우리는 통상국가여서 한쪽 풀만 뜯어먹고 살 수 없다. 한국은 이풀저풀 다 뜯어먹고 살아야 한다(경제에서 미·중 모두 중요)"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대통령의 나토 방문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이 나토 참석 여부와 관련해 어떤 결정할지 모르겠지만 참석을 전제로 국정원이 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보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원도 '대통령 나토 가야 한다'

대통령의 나토 참석 문제가 논란이 되자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가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일부에선 중국·러시아의 입장을 감안해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민주당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러나 "하지만 나는 가서 우리 민주주의 회복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기원 의원(외통위 정책조정위원)은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 문제는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숙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주변엔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나토회의 참석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에선 '혹시라도 바뀐 정권에서 나토회의에 불참하게 되면' 한국 방위산업 등에 빨간 불이 켜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최근 나토 회의에선 전통적 군사 안보뿐 아니라 신기술, 사이버, 방위산업, 공급망 등 여러 분야에 대한 논의가 확대됐다. 경제와 방위를 뗄 수도 없다.

나토가 볼 때도 한국은 첨단 기술과 방산 분야에서 상당히 중요한 나라다. 국방과 관련해 한국과 협력할 필요성을 느끼는 나라들도 많다.

나토가 이렇게 '판을 키운 이유는' 러-우 전쟁 영향도 있지만,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외교 역량 확대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이 중국 등의 눈치를 보면서 다른 제스추어를 취하는 것은 서방의 의심을 살 수 있다.

이는 또 안보나 기술 관련 산업에서 한국이 누릴 수 있는 이득을 스스로 반납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 말대로 동맹파, 자주파 논쟁은 별로 영양가 없어 보인다.

■ 한국, 수동적 참석 아니라 능동적 역할 고심해야

한국의 나토 회의 참석 여부는 경제, 외교, 안보 모두에 중요한 사안이다.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은 과거 영광을 누렸던 유럽 선진국들도 껴안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친구가 됐다.

만약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최근 계속 참여해왔던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동맹국들 사이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는 '한미동맹이 기본이란 게 이재명 정부의 방향외교의 중심'이라고 했다. 그러면 더더욱 자연스럽게 참석해야 한다.

나토는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새로운 친구를 구했다. 하지만 한국이 옆집의 힘센 친구의 반응에 지레 주눅이 들어 불참하면 더 큰 오해만 부를 것이다.

대한민국 출범 이후 외교는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가 기본이었다. 한국은 중국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서방의 경제 안보 등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를 보면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적 주력 수출산업이 중국의 덤핑 공세 등에 밀려 큰 위기를 맞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던 이차전지 점유율도 중국에 크게 밀렸다. 반도체, 자동차마저 중국의 위세를 눌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보조금 등에 기반한 중국의 과잉 생산과 덤핑은 다른 나라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한국은 이 어려움의 최일선에 있다. 그리고 이런 어려움에 직면한 서방 국가들은 한국만이 아니다. 같이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자유진영과 권위주의 진영과의 이념적 대결 때문에 한국이 조선, 방산 등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

​폴란드, 체코 등에서 한국의 무기와 원전을 구매했으며, 이런 분위기는 나토 내 다른 국가들로 확대될 수 있다. 지금은 안보와 경제를 따로 떼어서 볼 수 없는 시대다.

나토 회의 참석이 민주당 일각의 우려대로 중국·러시아를 자극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그림이 더욱 이상해진다. 만에하나 한국이 중국의 '꼬붕'처럼 인식된다면 경제협력 등에서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다.

이참에 한국은 주눅 들 필요 없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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