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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트럼프의 한국 길들이기

김경목 기자

기사입력 : 2026-01-28 07:05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트럼프의 한국 길들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동차·의약품·목재를 포함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다. 명분은 한국 국회가 한미 무역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강경한 위협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하루 만에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번 사태를 두고 시장과 외교가에서는 ‘관세를 앞세운 한국 길들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극단적 압박 → 협상 여지… 반복되는 트럼프식 수법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한국산 제품 전반에 대한 관세를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 간 합의로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관세를 15%로 낮춘 지 불과 두 달 만에 합의를 뒤집는 듯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하루 뒤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We’ll work something out with South Korea)”이라며 대화를 통한 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관세 인상을 즉각 실행하겠다는 전날의 위협과는 결이 다른 메시지였다.

이 같은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패턴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먼저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해 상대국과 시장을 흔든 뒤,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며 추가 양보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전략으로 이미 학습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은 관세 인상 발표 직후 잠시 흔들렸지만, 곧바로 반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관세 위협이 ‘최종 결론’이 아닐 가능성을 시장이 먼저 반영한 셈이다.

법안 지연은 명분… 진짜 압박 포인트는 ‘디지털·투자’

표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것은 국회에 계류 중인 ‘대미투자특별법’이다.

미국은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 이행에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백악관 역시 “한국은 관세 인하의 대가로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미국 조야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번 관세 위협의 배경은 훨씬 복합적이다.

최근 한국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정보통신망법 개정,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강경 대응이 미국 내에서 ‘자국 기업 차별’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가장 먼저 꺼낸 화두 역시 ‘쿠팡’이었다.

미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회는 “쿠팡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남겼다. 국무부는 정보통신망법을 ‘검열 법안’이라고 비판했고, 트럼프 진영 핵심 인사들도 유사한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즉 관세는 결과라기보다 수단에 가깝다. 한국의 입법 지연, 디지털 규제, 대미 투자 속도 전반을 한꺼번에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관세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관세 압박과 협상 신호가 동시에 나온 한미 통상 갈림길

이번 관세 인상 발언은 한미 통상 관계가 다시 한 번 불확실성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관세 위협을 먼저 제기한 뒤 곧바로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이번 조치가 즉각적인 제재라기보다는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둔 압박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실제로 관세 인상 발표 이후 한국 금융시장은 단기 변동성을 보였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이는 시장이 이번 발언을 최종 결론이 아닌 협상 과정의 일부로 인식했음을 시사한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 권한을 둘러싼 사법적 판단이 남아 있고, 동맹국을 상대로 한 고율 관세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미칠 부담 역시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

다만 한국 입법부의 법안 처리 지연, 디지털 규제 이슈, 대미 투자 이행 속도 등 복합적인 현안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 과정은 단일 사안이 아닌 포괄적 조정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 문제 역시 이러한 논의의 한 축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안은 한미 간 통상·산업·규제 이슈가 동시에 얽힌 시험대 성격을 띤다. 관세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지만, 동시에 협상을 통한 조정 여지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향후 양국 간 논의가 어떤 속도와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따라 이번 압박이 단기 소동으로 마무리될지, 구조적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가 가려질 전망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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