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의 관세정책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전략경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상황에서 중국은 기존 미국 중심 구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신흥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수출 기반을 넓히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중국경제팀이 28일 발표한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 현상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다변화는 단순히 미·중 무역갈등 이후의 대응 차원을 넘어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의 자연스러운 확장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왔으며, 특히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생산능력(capacity)을 신속하게 확대할 수 있었던 점이 다른 후발 공업국과의 차별점으로 작용했다.
보고서는 “신흥국 간 교역이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이 선진국뿐 아니라 아세안·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 기반을 넓혀 온 점에 주목했다.
최근 서방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의도치 않게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러시아산 원유 도입단가가 낮아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여 신흥국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 관세정책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미·중 경쟁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은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을 유지·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이외 국가들의 중국 제품 수입 의존도는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이 AI·첨단기술 경쟁력을 제조업과 결합할 경우 글로벌 생산·수출 체계에서의 지배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독일·일본 등 기존 제조업 강국의 경쟁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예컨대 철강·건설기계 등 필수 제조업 품목의 경우 한국은 미국·유럽·캐나다·멕시코에 수출이 집중된 반면, 중국은 해당 시장뿐 아니라 아세안·중남미·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넓히며 수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1차 미·중 무역갈등 이후 중국의 중남미·아프리카 향 철강·중장비 수출 비중은 빠르게 증가했다”며 “중국의 다변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수요 둔화를 완충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외 지역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정책 변화와 무관하게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이 지속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제조업의 대응 전략 마련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