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현지시간 19일 장 마감 후)를 앞두고 숨을 고르고 있다.
AI 투자 광풍 속에서 곳곳에서 ‘버블’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그 중심에 선 엔비디아가 다시 한 번 시장을 안정시킬 회복탄력성을 보여줄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글로벌 증시가 최근 연일 조정을 받으며 불안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실적 발표는 단순한 기업 실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AI 거품론의 실체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옵션 시장 분석회사인 옵션 리서치&테크놀로지 서비스(ORATS)의 데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양방향으로 약 7%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다. 7%는 17일 기준으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약 4조6000억달러 중에서 3200억달러(약 468조원)가 움직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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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 경고음 커지며 시장 ‘긴장 모드’
11월 들어 뉴욕 주식시장은 기술주 주도의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S&P500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8월 이후 최장 조정기에 들어섰고, AI 대표주인 엔비디아는 이달에만 10% 이상 밀렸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투심 위축의 배경에는 최근 급격히 부상한 AI 버블 논쟁이 자리한다.
마이클 버리는 “AI 투자 열풍이 회계적 착시에 기반한 거품일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엔비디아·팔란티어 풋옵션을 매입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회사채 금리 급등은 이들이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대규모 외부 차입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시장의 긴장을 키웠다.
피터 틸·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이 잇따라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고점 부근에서 빅 머니가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졌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지출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데이터센터 GPU의 실제 가치와 수명이 과대평가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AI 버블이 본격적으로 꺼지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확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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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내년까지 5000억달러 주문 확보”
시장내 AI 버블 우려에도 엔비디아 내부의 분위기는 오히려 폭발적인 성장세가 지속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지난달 GTC 행사에서 “내년까지 5000억달러 규모의 주문이 이미 확보됐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는 기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수치로 단순한 GPU 판매가 아니라 블랙웰·루빈 차세대 GPU, 네트워킹 장비, AI 인프라 전체 생태계를 포함한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황 CEO의 발언을 분석한 뒤 2026년 매출이 월가 예상치보다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울프리서치의 크리스 카소는 “엔비디아는 또 한 번 ‘깜짝 실적’을 준비 중”이라며 데이터센터 매출 전망을 기존 대비 600억달러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시장에 드리운 회의론과 달리,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여전히 가속 중이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빅테크는 “AI에 대한 식욕은 끝이 없다”며 사상 최대 규모의 자본지출 확대를 예고했다. 최종적으로 이는 대부분 엔비디아 칩 수요 증가로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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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전망 ‘역대급’에도 시장은 불안
시장조사업체 컨센서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은 다음과 같다.
3분기 매출액은 547~549억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PS 1.23~1.25달러 수준이며, 1월 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614억달러 수준이다. 매출총이익률(GPM)은 73% 내외로 전망된다.
애널리스트의 85%가 여전히 엔비디아 ‘매수’를 외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좋은 실적’ 그 자체다.
지난 1년간 엔비디아는 컨센서스를 지속적으로 상회해왔지만, 발표 직후 주가는 오히려 조정을 받는 흐름이 반복됐다. “더 이상 성장 뛰어넘기가 가능한가”라는 회의가 투자자들의 뇌리에 박힌 가운데 호실적 발표를 차익실현 신호로 해석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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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주목하는 ‘3가지 핵심 포인트’
특히 월가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다음 세 가지 포인트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로 수요 둔화가 실제로 나타나는가를 주목하고 있다. 로스 메이필드 전략가는 “엔비디아는 수요 둔화가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PU 공급 과잉 혹은 고객사의 자본지출 조정이 감지될 경우 주가는 즉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둘째로 차세대 GPU(블랙웰·루빈) 수요 전망이 관심을 모은다. AI 모델 향상 속도와 HPC 수요 변화, 고객사의 업그레이드 계획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가 핵심 포인트다.
세째로 중국 매출 감소 영향은 어느 정도일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H20 수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중국 관련 매출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시장은 잠재적으로 연간 500억달러 기회로 평가되며, 향후 정책 변화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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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논쟁 속 ‘시험대’ 오른 엔비디아...D-1 '폭풍전야' 시장
AI가 21세기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구호 뒤에서 데이터센터 투자 과열, 빅테크의 부채 급증, GPU 수명 논란 등이 겹치며 시장은 점점 더 복잡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마이클 버리는 “AI 붐은 회계에서 시작된 버블”이라고 경고했고 월가 역시 빅테크의 재무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지금의 AI 투자는 여전히 시작 단계”라며 반론을 제기한다. AI 투자가 GDP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기국면이며 향후 10년간 3~4%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엔비디아는 'AI 버블' 논쟁의 한가운데에서 AI 혁신의 아이콘이자 의심의 대상이라는 이중적인 위치에 서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하루 전 시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글로벌 빅머니는 일부 차익실현 중에 있으며, 애널리스트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젠슨 황 CEO가 “이미 5000억달러 주문 확보”라며 가파른 성장세에 더욱 자신감을 드러낸 가운데서도 최근 일주일간 기술주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됐다.
이 모든 상반된 신호가 교차하는 가운데 이번 분기 엔비디아 실적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메시지를 담게 될 전망이다.
AI 버블 논란을 잠재울 실적이 나올 것인지, 혹은 우려를 현실화하는 첫 조짐이 나타날 것인지에 따라 향후 AI 투자 사이클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엔비디아는 다시 한 번 시장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험대에 섰다. 그 결과는 불과 몇 시간 뒤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전망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