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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日 6분기 만에 역성장…BOJ ‘물가 vs 경기’ 딜레마 심화

김경목 기자

기사입력 : 2025-11-17 14:14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日 6분기 만에 역성장…BOJ ‘물가 vs 경기’ 딜레마 심화
[뉴스콤 김경목 기자] 일본 경제가 6분기 만에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 운용에서 더욱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경기 둔화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압박하는 반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는 긴축 기조를 늦추기 어렵게 만들고 있어서다.

역성장 공식화…경기 회복세 ‘흔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기 대비 0.4% 감소, 연율 기준 –1.8%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지속된 플러스 흐름은 6분기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부문별로는 기업 설비투자(1.0%)와 개인소비(0.1%)가 소폭 증가했지만, 민간 주택투자(–9.4%)와 수출(–1.2%)이 큰 폭 위축되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 등 대외 요인이 수출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BOJ가 강조해온 ‘완만한 경기 회복’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상은 “기본적으로 회복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소비·수출·주거 투자 등 주요 항목이 동반 둔화하는 흐름은 경기의 기초체력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식료품·에너지 가격 오르는데 임금은 정체…소비 둔화 고착

가계 소비는 명목상 0.1% 증가했지만 실질 구매력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식료품·전기·가스 등 필수 항목의 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가계는 재량 지출을 크게 줄였다.

일본은행(BOJ)이 9월 조사에서 “1년 전보다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한 비율은 62.5%로 소비 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주택투자 급감도 눈에 띈다.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로 인한 반작용, 금리 부담, 건축비 상승 등이 겹치며 민간 주택투자는 9.4% 줄었다. 공사 진행률을 기준으로 GDP에 반영되는 구조상 3분기에 부정적 영향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물가, 3년 반 넘게 목표 상회…BOJ ‘인상·동결’ 모두 부담

BOJ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물가는 높은데 경기는 식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근원 CPI는 3년 반 이상 BOJ 목표(2%)를 웃돌고 있다. 엔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면 가격 상승률이 다시 뛰어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BOJ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과 “경기 둔화가 심각해 무리한 긴축은 위험하다”는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리 사이클이 고점 근처에서 정체된 가운데 일본만 지나치게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경우 엔화 약세가 재연될 수 있고, 이는 물가에 다시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인상을 가속하면 주택·소비·중소기업 대출 등 취약부문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커진다. 이미 주택투자 부진이 성장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규모 부양책, '정책 조합' 복잡하게 만들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17조엔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전기·가스비 보조, 휘발유세 인하, AI·반도체 투자 확대 등을 포함한 이 정책은 경기 하강을 완화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GDP 대비 부채비율이 260%에 달하는 일본이 추가적인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경우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부담이 심화될 수 있다.

재정이 확장되는 가운데 통화정책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시장은 ‘정책 조합 혼선’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크다. 이는 국채금리 변동성 확대, 엔화 흐름 불안정 등 금융시장 측면의 리스크가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BOJ, 12월 금리 결정 앞두고 ‘최난도 퍼즐’

BOJ는 오는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재조정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의 매크로 환경은 BOJ가 올해 들어 가장 어렵게 판단해야 하는 국면으로 평가된다.

1) 경기 지표 악화 → 긴축 속도 조절 필요

2) 물가, 여전히 목표 상회 → 금리 동결·완화 유지 어려움

3) 엔화 약세 가능성 → 시장 불안 우려

4) 정부 재정 확대 → 통화정책과의 조합 문제 대두

BOJ가 어떤 신호를 주든 시장은 세밀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3분기 경제가 역성장한 상황에서 BOJ가 강한 긴축을 시사한다면 경기 하강이 가속할 수 있다. 반대로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 엔화 약세·수입물가 상승·물가 재가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BOJ 정책 여력, 과거보다 명백히 줄어”

시장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BOJ의 정책 여력이 과거보다 훨씬 좁아졌다”고 지적한다.

경기와 물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BOJ가 내릴 수 있는 선택지는 줄어들고 결정의 비용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기 전까지 BOJ의 통화정책은 한국·미국·유럽 등 주요국보다 더 높은 불확실성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소비 부진이 구조화되고 수출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일본 경제는 다시 ‘저성장·저활력’ 국면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BOJ는 올해 말 통화정책 결정 회의 결과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 정책 경로까지 시장의 기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례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서게 됐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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