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다시금 금리를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20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한은 입장에선 유동성을 늘리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불 지피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간 여러차례 이런 입장을 보인 바 있지만, 이번주 금통위를 앞두고서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한은 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는 한 두 달 미뤄도 경기 대응에 큰 영향이 없지만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미래에 더 고생한다’는 식의 언급을 한 바 있다.
그간 금융시장에선 한은 통화정책이 상당부분 서울 부동산 시장 움직임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 한은, '금리 인하의 부동산 악영향'에 대해 주의하는 중
지난 9월 23일 황건일 금통위원은 '금융안정 상황 점검' 이후 10월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는 채권시장의 많은 사람들이 9월 FOMC의 금리인하 이후 한은이 10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9월 FOMC의 금리인하 재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과 환율이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었다.
당시 황 위원은 "연내 금리인하와 관련해 시장의 기대처럼 1번은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10월이 될지, 11월이 될지 많이 고민된다"면서 자신은 11월을 택하겠다고 했다.
그는 "금리인하시 집값, 가계부채 영향이 상당하다.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경우 대체 통화정책으로 비전통적 수단 활용이 필요하다"면서 "가계부채와 집값이 잡혀야 금리는 내리는 건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금융안정에 더 초점 맞추고 싶다"고 했다.
한은은 당시 금리인하 영향을 점검하면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분의 26%가 금리 인하 영향이라고 했다.
이후 10월 20일 한은 국감에서 이창용 총재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를 걱정했다.
야당 의원이 "한은은 상반기 집값 상승분 중 26%가 금리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의 4번 금리 인하가 성장과 부동산 어느 쪽에 영향을 줬는가"라고 묻자 이창용 총재는 "부동산에 간 부분이 좀더 컸다"고 답했다.
한은 입장에선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자극해야 하지만, 금리를 내리면 안 그래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서울 아파트가 더욱 자극을 받을 수 있어 한은의 부담이 크다.
야당 의원은 "이재명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한국 경제 전체가 인질이 되진 말아야 한다. 이런 인식에 동의하는가"라고 묻자 "이 총재는 "현재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은은 정책을 통해 과열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 한은 총재, 채권시장이 부동산 눈치 보는 것 잘 알아...금융시장은 이미 '금리 동결' 베팅
한은은 향후 금리를 내리더라도 금리 인하가 부동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또 이자율 시장 역시 부동산 눈치를 보면서 이번달 금리 동결에 표를 던진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총재는 '채권시장의 금리 동결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묵언기간이라 말하기 곤란하다. 시장의 동결 전망은 부동산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주 회의를 앞두고 조만간 금통위원들과 자세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총재는 "지난주 IMF 연차 총회에 다녀오느라 금통위원들과 논의를 못했다. 수요일에 자세히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경기는 잠재수준보다 낮은데 경기, 환율, 부동산 등이 서로 상반된 방향이라 하나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시장은 한은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11월 금리결정을 놓고는 인하와 동결이 갈라져 있지만 이번주 금리 동결에 대해선 이제 이견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주 금리 동결도 만장일치로 이뤄질 듯하다. 주식, 부동산, 외환 모두 금리 동결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에 집비둘기처럼 성격이 온화한 신성환 위원도 동결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관건은 11월 인하에 대해 한은이 어떻게 나오느냐 여부"라며 "지금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보면, 한은이 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하는 것조차 문제가 될 수 있어 만만치 않은 이벤트가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 6.27 잘못 판단한 한은 총재의 정부정책 효과 대기...이창용도 전세제도 '부정적'
이창용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6.27 대책 관련 발언에 대해 한 소리를 들었다.
이 총재가 6.27대책을 높게 평가했지만, 이 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당시 정부 정책을 칭찬했던 이유에 대해 "가계부채를 과감히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평가했던 것"이라고 했다.
CJ제일제당 사장 출신인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6.27 대책, 9.7 대책 모두 효과가 없었다. 특히 9.7대책은 LH에 공급을 떠넘긴 어설픈 공공주도 대책이었다"이라며 "10.15 대책도 맹탕이고 최근 서울 평균매매가격이 15억원을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우려했다.
평균매매가격은 서울 내 어느 지역에서 거래가 많이 되는지도 중요하다. 예컨대 강남과 같은 고가지역 거래가 늘어나면 평균매매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집값 평균과 관련한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정부 관계자들처럼 한은 총재도 전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노출했다.
이 총재는 우선 '10.15대책에 전세자금 DSR이 포함된 건 불가피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론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전세가 어려워지면 피해자가 생긴다. 크게 봐선 전세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레버리지가 올라간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듬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전세 제도를 없애려는 시각이 적지 않은 가운데 한은 총재도 최근 전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노출한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정책가들의 전세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위험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전세대출이 가계부채를 크게 부풀린 측면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전세제도를 없애면 집값 폭등이 더욱 자극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보인다.
서울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가리지 않고 최근 각 정부마다 전세를 없애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은 총재라는 이창용도 이들과 한 패"라며"이미 전세가 소멸하고 있는 중인데, 지금같은 때에 전세를 없애면 월세 폭등으로 없는 사람들에겐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 가보라. 오랜기간 한국 사람들은 전세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싸게 거주할 수 있었다. 지금 다시 부동산 정책을 엉망으로 하는데, 전세도 없애고 이상한 사람들이 원하는 3+3+3같은 것도 해보라. 아주 재밌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