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22일 "트럼프가 조용하면 외환시장도 조용한 게 현재의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박수연 연구원은 "이번주엔 강 달러가 쉬어간 한 주였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종료됐다기보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 지명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정책 발표가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주엔 달러인덱스가 트럼프의 정책 우려를 선반영하며 연고점을 경신해 레벨 부담도 누적된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조용해지자 외환시장의 모멘텀을 구성할 내러티브도 사라졌다. 모멘텀 지표인 RSI, MACD도 달러인덱스 과매수 구간에서 주춤했다"면서 "대신 비미국 국가들의 매크로 상황에 따라 외환시장은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달러가 비추세 구간일 때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 외' 외환시장 이벤트들
다만 외환시장이 눈여겨 봐야할 미국 밖의 큰 이벤트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우려가 커진 점을 주목했다.
11월 2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조건을 대폭 완화한 바 있다.
기존 조건은 국가 생존이 위협받는 극단적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이 독트린은 '러시아의 주권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유연하게 바뀌었다.
이는 19일에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지원받은 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데 따른 조치다. 개정 이후 우크라이나는 영국의 Storm Shadow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이어갔다.
둘째, BOJ 우에다 총재가 앞으로의 금리 인상에 있어 data-dependent한 정책 결정을 재차 강조한 점을 주목했다.
우에다는 일본의 실질금리가 여전히 (-)이기 때문에 금리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는 유지했다. 우에다는 일본 내수에선 임금과 물가간 선순환이 확인되며 BOJ의 예상대로 경기가 회복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을 비롯한 대외 상황에 맞춰 인상을 결정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ECB 금융안정보고서도 주목했다.
이 보고서는 인플레이션보다는 저성장이 유로존 경제에 더 큰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경기 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 대외 무역정책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성장률의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로존 협상임금상승률이 2Q 3.54% YoY 3Q 5.42% YoY로 큰 폭 증가했음에도 유로화 절하는 지속됐다. 시장에서는 ECB의 정책 결정이 물가안정보다 기업들의 차입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다만 "미국 밖에서 여러 이벤트가 있었으나 외환시장 추세를 전환할 만큼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면서 "별다른 트럼프 발언은 없었지만 이들 이벤트의 이면에 트럼프가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매크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모두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강화됐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발표 전후에야 추세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음주에도 예정된 주된 매크로 이벤트는 없다. 따라서 이번주와 비슷한 보합권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며 "강달러 레벨 부담으로 소폭의 되돌림이 나타나는 한편 월말인 만큼 수급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