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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엔 캐리 충격 이후의 엔 캐리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4-08-21 14:14

[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달 초입인 8월 1~5일 세계 주식시장의 주가지수가 급락했던 이유는 미국경기 침체 우려와 맞물린 엔 캐리 자금의 이동 때문이었다.

미국의 경기침체와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일본의 금리 인상 무드가 맞물리면서 자금의 위험자산 이탈이 나타났다. 특히 5일 아시아 주식시장은 그로기에 몰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금리가 오르고 미국의 금리가 하락해 엔화가 강해지면 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월초 주가 폭락이 나온 뒤 '일본 금리 상승(대외금리차 축소) 및 엔화 강세 →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레버리지 투자의 디레버리징) → 금융시장 충격 → 추가적인 엔화 강세 → 금융시장 추가 충격’이라는 악순환 고리도 고려됐다.

다만 현재 글로벌 주식시장은 8월 초 당시의 낙폭을 만회했으며, 당분간 엔 캐리가 시장을 다시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 등을 놓고는 일치된 의견이 없을 만큼 이 문제는 복잡하다.

8월초와 같은 급변동이 다시 나오긴 어렵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일 때 조만간 조심하는 게 낫다는 진단들도 여전하다.

■ 금융시장 충격 이전에 있었던 변화

지난 7월 일본 국채 금리가 1.1%에 근접하던 모습이나 엔화 강세 움직임 등은 이후 금융시장의 급변 가능성을 알리는 예고편이었다.

일본 당국은 지난달 11일, 12일 시장 개입을 통해 자기 나라 통화를 강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지난달 말엔 금리를 0.25%로 인상해버렸다.

하지만 미국에선 금리인하 기대감이 계속 번지는 중이었다.

엔이 강해지고 달러가 약해지는 불안한 흐름에서 미국 주식은 AI의 미래 실적을 우려하면서 하락하기도 하는 등 역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미국 고용지표가 침체 위험성을 알리자 이달 5일 아시아 주식시장에 블랙먼데이가 찾아왔다.

결국 7월 중순부터 아시아 주식 대폭락이 있었던 8월 5일까지 엔화는 10% 넘는 강세를 기록했고 주요국 주가는 10% 내외 급락을 나타냈으며 미국채10년물 금리는 50bp 가까이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급격한 금융시장 변동을 본 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두려움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경제적 변고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이 이렇게 흔들린 데는 수급 요인이 컸다고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엔 캐리 규모 추정 노력

금융시장 급변을 경험한 뒤 시장 관계자들은 엔 캐리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정확한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민한 엔 캐리 포지션'을 추정하려는 노력은 이어졌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를 차입해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거래다.

엔 차입에 기반해 외환거래를 수반하는 투자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과거 사례가 활용되기도 했다.

일단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초저금리와 글로벌 고금리가 공존한 지난 3~4년 동안 2007년 이후 가장 성행할 수 밖에 없었다.

엔 캐리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엔화 대출 규모를 파악하는 게 필요했다. 부채를 일으켜 마련한 돈이 증권투자나 직접투자 등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 국금센터가 분석한 엔 캐리 증권투자

국제금융센터는 엔 캐리 투자와 관련해 '증권투자'와 '파생상품투자'로 나눠서 접근하는 게 상황을 파악하는 데 유효하다고 풀이했다.

우선 증권투자와 관련해 엔화 대출 잔액은 측정 지표에 따라 $2,270억~$2,710억으로 집계(24년 3월말)되고 과거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시 26~59%가 상환된 바 있다고 밝혔다.

분석을 위해선 증권투자를 글로벌 엔화 대출, 일본의 대외 단기 엔화대출, 일본 개인의 해외투자 카테고리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엔화대출과 관련해 전세계 비은행권의 국경간 엔화 차입 잔액은 ¥41.1조$2,713억)이며, 과거 캐리트레이드 여건 악화 시 7분기 동안 26%가 상환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BIS의 ‘글로벌 유동성 지표’ 통계 기준 비은행 부문의 국경 간 거래를 통한 엔화 차입 잔액을 통해 구한 값이다. BIS는 이 지표가 대차대조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의 상한값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모가 2021년 6월말 ¥25.3조(≒$2,280억)에서 최근(24년 3월말) ¥41.1조(≒$2,713억)으로 2년 9개월 만에 62%(+¥15.8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국금센터는 이 잔액은 과거에 고점 대비 26% 감소(08.3월말 ¥25.7조→09.12월말 ¥19.0조)한 바 있으며, 이를 최근 잔액에 단순 적용하면 향후 21개월 동안 월평균 $35억 상환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일본의 대외 단기 엔화대출 잔액은 24년 3월말 기준 ¥34.3조(≒$2,269억)이며, 과거 글로벌 금융충격 발생 시 2년에 걸쳐 59%가 상환된 전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국제투자대조표(IIP) 통계의 ‘기타투자(자산) 중 단기 대출 잔액’에 ‘대외 단기 자산 중 엔화 비중’을 곱해 추정한 것이다. 다만 해당 잔액 중 투자(운용) 이외 목적(환위험 관리, 규제비율 준수 등)의 대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전액을 캐리 트레이드로 간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21년 6월말 ¥19.2조(≒$1,727억)에서 최근(24년 3월말) ¥34.3조(≒$2,269억)으로 2년 9개월 만에 79%(+¥15.1조) 증가했다. 이 잔액은 과거 고점 대비 59% 감소(07년말 ¥47.9조 → 09년말 ¥19.5조)한 바 있으며, 이를 최근 잔액에 단순 적용하면 24개월 동안 월평균 $58억 상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 개인의 해외투자와 관련해 일본 가계 부문의 해외 금융자산 보유 잔액은 24년 3월말 ¥90.8조(≒$6,001억)이며, 과거 글로벌 자산가격 하락 시 최대 27% 감소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자금순환 통계 기준 가계의 해외 금융자산(외화예금 + 증권 + 투자신탁) 보유잔액을 통해 구한 것이다. 투자신탁의 경우 ‘가계 부문의 투자신탁 잔액’에 ‘증권투자신탁회사의 자산 중 대외증권투자 비중’을 곱해 추산했다.

일본 가계의 해외투자는 신규 차입보다는 기존 보유자산(엔화 예금)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자금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이중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센터는 다만 최근 일본 가계의 미국 주식 투자 활성화가 엔화 약세를 주도 해온 만큼 8월초 미국 주가 급락 시 이런 투자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해당 잔액은 과거 서브프라임·리먼 사태 기간 중 27% 감소(07.12월말 ¥61.7조 → 09.3월말 ¥45.0조)했으며, 이를 최근 잔액에 적용하면 15개월 동안 월평균 $112억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엔 캐리 파생상품투자의 청산

엔 캐리 자금과 관련한 파생상품 투자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큰 변수다. 엔화를 빌려 투기적으로 운용한 포지션은 시장 여건 변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지표가 CME 엔화선물 포지션(비상업)이다.

7월초만 하더라도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2017년래 최대 수준까지 확대됐지만 최근 시장 급변동시 가파른 속도로 청산되면서 순매수로 전환된 바 있다.

통화선물 가격은 매수/매도 통화의 금리에 기초해 결정되고 비상업 거래는 실수급(수출입 등)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캐리 트레이드의 정의에 부합하는 투자 형태다. 주로 글로벌 헤지펀드·자산운용사 투자 동향의 프록시로 활용되지만 커버리지는 넓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금센터는 이 포지션과 관련해 "엔화 순매도 규모는 7월 2일 18.4만계약(07년 6월 18.8만 이후 최대)까지 확대됐지만 8월 13일 2.3만계약 순매수 상태로 급격히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등은 이 지표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8월 중순 현재 투기적 엔화 매도 포지션이 대부분 청산됐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개인 역할도 볼 필요가 있다.

일본 개인의 FX 마진엔 7월 말 기준으로 45개월래 가장 큰 엔화 순매도(¥1.9조≒$124억) 포지션이 구축돼 있었다. 최근 순포지션의 방향성(순매수/순매도)이 빈번하게 뒤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센터는 "일본 FX마진 거래는 CME 통화선물과 마찬가지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정의에 부합하며 전통적으로 ‘와타나베 부인’의 주요 투자 형태에 해당한다"면서 "전통적으로 반대 투자자 성향(contrarian)을 지닌 것으로 인식된다"고 풀이했다.

이 포지션은 2020년까지는 대체로 엔화 순매도를 유지했으나 2021년부터는 순매수로 전환하는 경우가 빈발했다. 최근 일본 개인들은 엔화가 약세(강세)를 보일 때 엔화를 순매수(순매도)하는 등 엔화 가치의 진행 방향과 상반된 투자 패턴을 보였다.

■ 변동 큰 투기적 포지션 상당부분 청산...그 밖의 투자는 다른 양상

국금센터는 결론적으로 "부외거래인 파생상품을 통한 엔 캐리 트레이드는 7월 중순 이후 엔화의 큰 폭 강세(마진콜, 강제 청산) 등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이미 상당 비중이 청산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증권투자를 통한 엔 캐리 트레이드의 경우 글로벌 엔화 대출이 과거 최대 감소 사례와 같은 강도로 상환(동일 규모의 증권투자 자금 회수)되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그 규모(월 $30~110억)는 글로벌 자금흐름을 주도할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기간(2008~2009년)에도 자산 가격은 리먼 사태(08년 9월15일) 전후 2~3분기에만 하락했으며 그 외 기간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무관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대 순대외금융 자산을 보유($3.22조)한 일본 거주자들의 자금 회수를 우려하고 있으나, 일본의 대외금융자산 중에는 회수 가능성이 제한적인 자산(직접투자, 패시브펀드 등)의 비중이 크다고 했다.

일본 공적연금(GPIF) 등과 같이 패시브 펀드 성격이 강해 자산배분 비중을 준수해야 하는 투자자의 경우 해외 자산가격 하락 및 엔화 강세 시 해외자산의 평가액이 감소하면서 포트폴리오 내 목표 비중을 하회하게 되므로 이를 보충하기 위해 해외자산 추가 매수 소요가 발생한다고 했다.

■ BOJ도 변신의 위험성 인지

일본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금리 인상 쪽으로 움직였지만 시장 급변동에 자신들이 놀라기도 했다.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발작 현상을 확인한 뒤 일본 당국자들은 금리인상에 대해 조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7일엔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가 "시장이 불안정할 때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한국·일본·대만 주식시장이 블랙먼데이를 경험한 뒤 일본 중앙은행이 불안 진화에 나선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일본이 한 차례 시장의 큰 파동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추가 금리 인상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일본과 미국 통화정책의 엇갈린 방향 속에 돈의 흐름은 계속 출렁일 수 있다.

일본의 금리는 여전히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는 투자심리 개선이나 악화에 따라 다시 더 쌓일 수도 있고 청산될 수도 있다.

그리고 투자심리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이나 경제 상황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BOJ가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올리면서 시장을 충격을 줬고, 이후 8월 초순에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미국 경제 침체 논란을 부추기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을 한번 뒤집어 본 상황이다.

이후 BOJ가 다시 조심스러워진 가운데 시장은 일본 중앙은행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0.5% 이하로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BOJ만 조심한다고 자금 흐름이 멈춰 있는 것도 아니다.

■ 엔화 가치 흐름 계속 주시

금융시장의 발작 확인으로 BOJ가 조심스러워졌지만 손발이 묶인 것도 아니며, BOJ만 조심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미국 연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릴지 등에 따라서 엔 캐리 자금들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다만 엔 캐리 포지션 규모, 청산 규모 등을 정확히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일 금리차 축소를 무조건 캐리 청산으로 연결짓기 곤란하다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선 금리차 확대 시기에도 엔 캐리 자금이 감소하기도 하는 등 일률적으로 접근하기 힘들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아무튼 미국 경기 둔화(침체)의 강도,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 강도, 시장 리스크 상향에 따른 안전자산선호의 정도, 엔 캐리의 중대 베이스인 엔화 가치와 일본 금리 움직임 등을 보면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장태민 칼럼) 엔 캐리 충격 이후의 엔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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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엔 캐리 충격 이후의 엔 캐리


(장태민 칼럼) 엔 캐리 충격 이후의 엔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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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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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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