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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고유가·사모대출 균열 신호…글로벌 금융시장 ‘그림자 금융’ 리스크 부각

김경목 기자

기사입력 : 2026-03-16 07:00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고유가·사모대출 균열 신호…글로벌 금융시장 ‘그림자 금융’ 리스크 부각
[뉴스콤 김경목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서 유동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내 잠재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유가 충격과 일부 사모대출 펀드의 환매 제한 사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 영역의 취약 고리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금융시장 환경이 과거 금융위기 이전 국면과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중동 전쟁 장기화…고유가가 금융시장 변수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는 중동 정세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분쟁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이상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동시에 경기 둔화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을 과거 사례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며 글로벌 경기 둔화 압력을 키웠다. 당시 유가는 2007년 중반 배럴당 약 70달러 수준에서 2008년 7월 147달러까지 상승한 바 있다.

급성장한 사모대출 시장…최근 들어 균열 신호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사모대출 시장이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는 시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킨(Preqin) 등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일부 대형 운용사의 사모대출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늘어나면서 유동성 관리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사모대출 운용사 블루아울 캐피털은 최근 일부 펀드에서 투자자 환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모건스탠리와 블랙록 등 주요 운용사들도 환매 한도를 설정하며 유동성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단기적인 유동성 관리 차원일 수 있지만 동시에 투자자 심리 변화의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안츠 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최근 사모대출 시장 상황과 관련해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상황을 단일 리스크가 아닌 ‘복합 충격’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고, 이는 금리 하락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기업 차입 부담이 커질 경우 사모대출 시장의 신용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대출 리스크…소프트웨어 산업 변화도 변수

사모대출 시장의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은 기업대출 구조다.

최근 몇 년간 사모펀드들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하며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와 관련한 대출을 크게 늘려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부 기업의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사모대출 시장의 주요 투자처인 소프트웨어(SW) 업종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기업대출 펀드(BDC) 자산 가운데 SW 및 IT 서비스 비중은 약 23%에 달한다.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사모대출 시장의 부도율은 9.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8.1%보다 상승한 수치다.

이에 따라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들은 일부 사모펀드가 담보로 제공한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자산의 가치를 하향 조정하고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등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동성 미스매치’ 구조…사모대출 시장 취약성

시장에서는 사모대출 시장이 가진 구조적 특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유동성 미스매치’다. 장기 기업대출 자산을 보유한 펀드에 단기 환매 요청이 몰릴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사모대출 펀드는 기관 투자자뿐 아니라 고액 자산가와 개인 투자자 자금까지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시장을 확대해 왔다.

일부 펀드는 분기별 환매를 허용하는 준유동성 구조를 갖고 있어 투자자 환매가 급증할 경우 자산을 빠르게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부 펀드는 ‘백 레버리지(back leverage)’ 구조를 활용해 투자 규모를 확대해 왔다. 이는 펀드가 보유한 대출채권 등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시장 환경이 악화될 경우 손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위기 가능성은 제한적”…그러나 경계 필요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곧바로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사모대출 시장의 상당 부분이 장기 투자 구조로 이뤄져 있어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기업 신용 리스크 등이 동시에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금융시장은 여러 잠재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환경”이라며 “투자자들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구조 변화에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유가 충격과 사모대출을 포함한 ‘그림자 금융’ 영역의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가 이어지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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