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캐나다중앙은행(BOC)이 29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25bp 인하했다. 이는 2022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두 달 연속 인하 조치이지만, BOC는 이번 결정을 통해 사실상 금리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됐음을 시사했다.
BOC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과 경제활동이 10월 전망 경로에 대체로 부합한다면, 현 수준의 정책금리가 물가를 2% 수준에 가깝게 유지하면서 구조적 조정기에 있는 경제를 지원하기에 적절하다”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문구를 이번 인하가 ‘마지막 조정’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BMO 캐피털마켓의 로버트 카브식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은 여기까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BOC는 이번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경제의 지속적인 약세와 억제된 인플레이션 압력”을 들었다.
다만 티프 맥클렘 총재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경기침체 대응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구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캐나다 경제의 약세는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다. 구조적 전환이 진행 중”이라며 “미국의 관세정책이 캐나다 경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클렘 총재는 미국의 대(對)캐나다 관세 부과가 “즉각적이면서도 장기적인 피해를 줬다”고 지적하며 “관세로 인해 국내 일부 생산능력이 영구적으로 손실됐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발표한 통화정책보고서(MPR)에 따르면,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은 2026년 말까지 이전 전망보다 약 1.5%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중 절반은 잠재성장률 하락, 나머지는 수요 둔화가 원인이다.
특히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목재 등 미국 관세의 영향을 직접 받는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맥클렘 총재는 “이는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캐나다 생산 역량의 영구적 손상”이라고 경고했다.
BOC는 올해 하반기 경제가 사실상 ‘제로 성장’에 가까운 상황을 보인 뒤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GDP 성장률을 2025년 1.2%, 2026년 1.1%, 2027년 1.6%로 전망했다.
맥클렘 총재는 “3, 4분기는 소폭의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경기 체감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는 중앙은행 목표치인 2% 수준 부근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BOC는 “약한 수요가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 압력을 상쇄해, 근원 인플레이션은 2.5%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맥클렘 총재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부진하다”며 “실업률은 7.1% 수준에서 정체돼 있으며 특히 무역 민감 산업에서 일자리 손실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증가세가 둔화된 탓에 고용률 유지에 필요한 신규 일자리 수도 줄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가계 소비는 예상보다 견조했다. 주택시장과 소비지출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경기 하방을 일부 방어하고 있다.
맥클렘 총재는 “금리인하가 소비와 주택활동을 일부 떠받쳤다”면서도 “고용 불안과 소득 증가 둔화가 앞으로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 소비는 증가세를 유지하겠지만 상반기보다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추가 완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브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부진이 지속되면 내년 초(2026년) 또 한 차례 25bp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TD의 앤드루 헨식 이코노미스트도 “내년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예정돼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