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대 하락폭과 사상 최대 하락률을 동시에 경신했다.
4일 코스피지수는 무려 698.37p(12.06%) 폭락한 5,093.54를 기록했다.
이는 3일 기록한 역대 최대 낙폭(452.22p), 그리고 2001년 9.11 테러 이후 9월 12일 기록한 최대 하락률 12.02%(당시 지수 종가는 475.60)를 모두 밑돈 것이다.
전날 낙폭은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시즌에 기록했던 일중 하락률과 하락폭을 모두 경신한 셈이다.
코스닥은 더 망가졌다.
전날 코스닥지수는 159.26p(14.00%)나 폭락해 978.44에 거래를 마쳤다. 3일 4.62% 급락 뒤 다시 대폭 하락하면서 1천선을 이탈한 것이다.
미국-이란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유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무너졌던 것이다.
하지만 하루만에 급반등이 나타났다. 뉴욕 주가가 반등하면서 코스피지수는 5일 장중 10% 이상 폭등하면서 사상 최대의 하락에 대한 피해를 상당히 복구했다.
아울러 역사적 경험을 감안할 때 미국-이란 전쟁이 '파국'으로만 치닫지 않는다면 3월 초 이틀간 입은 20% 내외의 주식투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코스피는 3월 3일~4일 이틀간 18.4%, 코스닥은 같은 기간 18.0% 폭락했다.
양 시장의 매수자 모두 단 이틀만에 '평균적으로' 20%에 가까운 손실을 봤지만, 경험적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날 정도의 과도한 폭락 때의 저가매수 성공 확률은 매우 높았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그간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미국-이란 전쟁을 빌미로 주가가 이틀간 20% 가까이 폭락했다"면서 "20년 넘게 투자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은 말이 되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다 반영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면서 "갑작스러운 손실이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시간이 원복시켜 줄 것"이라고 했다.
■ 한국에 서킷브레이커 발동된 날은...대부분 미국과 관련
3월 첫 거래일인 3월 3일엔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3월 4일에도 주가 폭락이 이어지면서 양시장에서 사이드카와 함께 서킷브레이커마저 발동됐다.
전날 코스피시장에선 11시 19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직전일보다 코스피지수가 8% 이상 하락한 상황이 1분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전날 코스닥시장에선 11시16분 올해 1번째, 역대 11번째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한국 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커는 대부분 '미국이 개입된 일' 때문에 일어난다.
일단 7번의 코스피시장 서킷브레이커만 살펴보자.
2000년 4월 17일 미국 주가 하락, 같은 해 9월 18일 미국 주가 하락과 유가 급등, 2001년 9월 12일의 미국 9.11 테러 사태, 2020년 3월 13일 코로나 팬데믹, 같은 해 3월 19일 미국 주가 급락과 코로나 19 여파, 2024년 8월 5일 미국 주가 급락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그리고 2026년 3월 4일의 서킷브레이커 역시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미국 요인'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서컷브레이커 발동 요건은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주가지수의 과도한 폭락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즉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경우엔 대부분 회복 수순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 서킷브레이커의 역사...서킷브레이커는 공포의 정점이자 주가의 저점이었다
역대 7번째로 발동된 유가증권시장 서킷브레이커는 2024년 8월 이후 19개월만이었다.
그리고 서킷브레이커는 시장의 심리적 저점 부근에서 나타났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닷컴 버블의 연장선인 2000년 9월 사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서킷브레이커 다음날 주가가 반등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32일 이후엔 9.9% 반등하며 서킷브레이커 당일의 낙폭을 회복했으며, 60거래일 전후로는 20% 가까운 반등을 실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서킷브레이커를 부를 정도의 폭락장이 나타난 뒤 보수적으로 잡아도 2달, 3달 후면 손실이 대체로 복구된다는 것이다.
전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다음날인 이날(5일) 코스피, 코스닥 모두 급반등했다.
매수사이드카가 발동되는 가운데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장중 10% 넘게 폭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주식시장에 뒤늦게 들어온 투자자의 경우 연이틀 주가지수가 18%나 빠졌기 때문에 이날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손실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이상 폭락한 만큼 '주식이 싸져 있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 줄 것이란 조언들도 적지 않다.
정 연구원은 "전날 기록한 코스피 저점 5,059pt는 P/E 8.06배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한다면 코스피의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구간"이라며 "금융위기 이후의 최저점 기록도 2011년(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팬데믹 당시 7.5배 수준"이라고 했다.
즉 이란 전쟁의 장기화가 경기침체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8배 정도의 PER 밸류에이션은 낙폭과대 구간이라는 얘기다.
■ 과도한 상승도 우려스러웠지만...전업종 5% 이상 폭락 뒤엔 '다시 갈 가능성 높다'
3월 초 한국 주식시장이 폭락하기 전까지 과도한 주가 상승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엔 외국인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선물을 사면 콘탱고 상황이 연출돼 증권사 매수차익거래가 따라붙고 외국인은 다시금 높아진 주가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차익실현하는 일이 이어졌다. 증권사가 기관투자자의 매수 주체로 기능하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들도 있었다.
또 시기별 들어온 자금을 감안해 수급의 질을 우려하는 시선들도 있었다.
코스피지수가 4천선을 넘어설 때 누가 뭐래도 장을 이끄는 주체는 반도체였다. 반도체 호황은 정부의 주가 부양책과 함께 지수를 5천선 위로 띄우는 역할도 했다.
한데 주가 5천선에선 주식시장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포모(FOMO) 자금들이 뒤늦게 들어오는 모습들도 나타났다. 어떤 시장에서든 '여유가 없는' 수급은 취약한 법이어서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주가는 폭락했다.
하지만 서킷브레이커가 아니더라도, 과도한 주가 폭락은 주식 저가매수의 기회가 된다.
어젠 특이하게도 모든 업종이 5% 이상 동반 추락했다. 역대 최대 낙폭 만큼이나 '전 섹터 5% 이상 하락' 역시 특이한 일이다.
즉 특정 산업이나 종목이 나쁘지 않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패닉 셀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퀀트 애널리스트는 "상장사(코스피+코스닥) 26개 업종 전체가 5% 이상 동반 하락한 날은 지난 26여년 주식 역사에서 단 3일뿐이었다"면서 "앞선 3번의 경우 주가는 예외없이 바닥을 형성하고 반등했다"고 밝혔다.
2000년 4월 17일은 미국 IT 버블과 금리 인상 우려로 사상 첫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날이다. 당시 코스피는 11.6%, 코스닥은 11.4% 폭락했다.
2001년 9월 12일은 미국 9·11 테러 여파로 어제를 제외하면 역대 최대 일일 하락률을 기록한 날이다. 당시 코스피 12.0%, 코스닥은 11.6% 폭락했다.
마지막으로 2020년 3월 19일은 코로나19 공포로 코스피가 장중 최저점인 1439p를 기록한 날이다. 이 때 코스피는 8.4%, 코스닥은 11.7% 하락했다.
역사는 과도한 폭락 시 저점 매수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 있으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는 관점들 역시 적지 않다. 하지만 안 연구원은 냉정하게 보면 크게 위험하지 않은 자리라고 조언한다.
그는 "주가가 다시 밀리더라도 코스피지수 5,000p 근방은 대기 자금이 강하게 유입될 수 있는 자리다. 추가 변동성이 남아 있더라도 이 구간에서는 매도보다는 분할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면서 "반도체와 IT H/W(소부장), 자동차, 그리고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매력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약 5개월간 기간 조정을 보여 온 미국 IT의 회복이 예상되고 코스닥으로의 자금 유입과 정책적 노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