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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트럼프의 ‘비상관세’ 대법원 시험대에 오르다

김경목 기자

기사입력 : 2025-11-06 14:15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트럼프의 ‘비상관세’ 대법원 시험대에 오르다
[뉴스콤 김경목 기자] ― 대통령의 통상권한, 헌법의 경계와 시장의 불안 사이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 비상관세’ 조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행정부의 경제권한 남용 여부가 워싱턴 정가와 월가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통상정책을 넘어 대통령의 비상경제권이 헌법상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를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관세는 세금인가, 규제인가”

쟁점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의회의 승인 없이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일괄 부과한 10% 관세가 있다.

행정부는 이를 “무역적자와 불공정 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대법관들은 “관세는 곧 세금이며 조세는 헌법상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닐 고서치 대법관도 “의회의 조세권이 행정부에 흡수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행정부 논리에 대한 회의적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최근 미 대법원이 강조해온 ‘중대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 즉 사회·경제적으로 중대한 조치는 의회의 명시적 위임이 필요하다는 헌법 해석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IEEPA가 관세 부과를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만큼, 대통령의 일방적 조치는 자의적 행정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의 모순된 논리…“세금 아니다” vs “막대한 수익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정에서 “이들 관세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규제 목적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우리는 관세로 수천억 달러를 벌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해 왔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올해 들어 IEEPA 기반 관세로 900억 달러 이상을 거둬들였다.

정치적으로는 재정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면서도, 법정에서는 “세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모순된 태도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관세 부담은 외국이 아닌 미국의 소비자와 기업이 진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비율은 전체 관세의 약 77%에 달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이 돈을 낸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수치다.

경제적 파장: 최대 7,500억 달러 환급 리스크

법원이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미국 재정은 단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질 수 있다.

싱크탱크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대법원이 관세를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 정부가 최대 7,500억 달러를 환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한다.

이 경우 재무부의 재정 여력은 급격히 위축되며, 그 여파로 국채 발행 확대 → 금리 상승 → 달러 강세 둔화 →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의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관세가 유지된다면 제조업 보호 효과는 이어지겠지만,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위축이 불가피하다.

결국 어떤 판결이든 시장에는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헌법의 경계와 시장의 신뢰

트럼프의 통상정책, 헌법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은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평가하는 절차를 넘어, 경제정책의 헌법적 정당성이 시장의 신뢰를 뒷받침할 수 있는가를 묻는 과정이다.

행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의회를 우회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법치 기반의 경제 질서를 흔들 수 있다. 정치적 관세가 반복될수록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저하된다.

월가에서는 “대법원이 대통령의 통상권한을 제한할 경우 단기적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수개월 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미국의 통상정책, 재정정책, 그리고 글로벌 무역질서의 방향까지 바뀔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가 위헌으로 확정된다면, 향후 어떤 행정부도 의회의 승인 없이 광범위한 통상조치를 단행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합헌으로 인정될 경우, 대통령이 ‘비상경제권’을 명분으로 무역정책을 직접 주도할 수 있는 전례가 남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경제는 비상일 수 있어도, 권력은 비상이 될 수 없다”는 미국 헌정 질서의 본질적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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