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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전직 국고국장의 '습관성 추경' 질타..."계속 이런 식으로 빚 내면 안 된다"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2-18 14:40

사진: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
사진: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
[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추경 요건부터 따져보자'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민주당이 35조원 추경안을 제시하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15~20조원의 추경 아이디어를 내놓은 가운데 이 의원은 지금 추경을 반드시 대규모로 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를 했다.

이 의원은 한국의 재정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경기가 좋지 않다고 무조건 추경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염려했다.

■ 전직 국고국장의 '추경 당연하다 하지 말고 따져보자'...경기침체 따른 추경 "성립 어려워"

이 의원은 "지금 경제가 어렵다"면서도 추경은 재정 상황과 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추경 논의가 작년말부터 있더니 최근엔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면서 "이처럼 추경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저는 이 논의에 대해 현재 재정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기재부 국고과장, 국고국장을 거쳐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조달청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 해 5월 22대 국회의원이 됐다.

국고를 관리하는 일을 해본 입장에서 추경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력을 쌓은 것이다.

그런 만큼 추경을 할 때는 현재 한국의 국고에 여력이 있는지, 국민의 돈을 이런 식으로 쓸 경우 다른 부작용이 없는지부터 따져보는 게 순서라는 입장을 취했다.

이 의원은 국가재정법 제89조부터 꺼냈다.

국가재정법 제89조는 추가경정예산의 편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정부는 확정된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법에서 말하는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는 ▲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에서 정의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발생에 따른 피해를 말한다)가 발생한 경우 ▲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다.

현재 추경을 당연시하는 논리엔 '경기침체' 주장이 많다. 하지만 경기침체 역시 기준이 필요하다. 경기 침체가 2분기 연속, 혹은 3분기 연속 역성장을 말하는 것인지 등을 따져야 한다.

이 의원은 경기침체에 대한 판단기준을 기재부 차관에게 물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최상목 부총리는 바빠서 국회에 나오지 못했다.

김윤상 차관은 "침체 판단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재정당국에선 2분기 또는 3분기 연속해서 GDP가 감소할 때를 경기침체로 봤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재 성장률 수치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성장률 1.6% 예상(최근 한은의 1.6~1.7% 전망)이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제 과거처럼 높은 성장을 기록하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한국은 이미 잠재성장률이 2% 정도 밖에 안 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잠재성장률 2%인 나라는 평균적으로 봤을 때 1%대 성장이 절반이다. 무조건 추경을 입에 올리는 것은 부적합하다.

■ 한국의 끝없는 위법적 추경?

다만 최근 한국에선 정권을 막론하고 추경이 일상화돼 버린 측면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25년간 추경을 하지 않은 해는 7차례에 불과했다. 추경이 있을 가능성이 없을 가능성보다 2배 남짓 높은 것이다.

이 의원은 성장률과 추경 사이엔 일관성도 없었던 게 역사적 사실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경우에도 추경을 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상회하는 경우에도 한 경우도 많다"면서 "기존 정부에선 여러가지 명분과 핑계로 추경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추경 요건은 꽤 까다로와 보이지만 마음대로 해석하기 일쑤였다. 이 의원은 정권별 추경 횟수를 뽑아왔다.

"김대중 정부 5번, 노무현 정부 4번, 이명박 정부 2번, 박근혜 정부 3번, 문재인 정부 무려 10번이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취임할 때 1번하고 그 뒤로는 안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 자신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국고국장을 역임했다.

이 의원은 현 시점의 추경 논의와 관련해 "법적 요건으로 보면 추경 사유가 안 된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각종 정부가 법적 요건을 어기고 추경을 해 왔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위법적 추경이 지속되다보니 위법이 합법처럼 돼버린 '현실'을 긍정한 것이다.

그는 현실을 인정한 뒤 "기존에 했왔던 것처럼 꼭 추경을 못할 것은 아니다"라고 물러섰다.

하지만 '재원'을 등한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 추경, 법 위반 논란보다 더 중요한 재원의 문제

추경 관련 재원의 문제는 '법'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국가에 돈이 없는데 추경을 남발한다면 국가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별다른 경기 자극 효과가 없는 추경은 빚만 더 키울 수 있다.

이 의원은 현재 추경으로 당겨 쓸 돈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한은 추가잉여금 3천억원, 작년 세수 부족으로 인해 거의 없었던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에서 가져올 수 있는 금액 1,176억원이 전부라고 했다. 실질적으로 추경 가용재원은 4,176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나머지는 다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특히 "추경을 하게 되면 세입경정 문제도 대두되기 때문에 그것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국채추가발행 부담이 생긴다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 전직 국고국장의 '문제의식 없는' 정부·정치인·국민 질타

국가의 장부를 다뤄보고 국가를 위해 조달 업무를 해 봤던 이 의원 입장에선 '미래가 더 큰 일'로 보이는 듯했다.

당장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35조원 추경을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윤상 차관은 "재정당국이 민주당이 발표한 추경 규모나 재원에 대해 코멘트할 상황은 아니다. 구체적인 추경 규모나 내용은 목요일 열리는 국정협의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1년에 100조원씩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긴 어려운 나라라고 하자 차관은 "추경을 할지 안할지 여부, 추경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해서 답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 의원은 돈을 풀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국민들이 정확하게 한국의 재정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 한국은 최근 재정 상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최근의 속도로 계속 국가장부에 빚을 기입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여전히 OECD 평균보다 한국의 부채비율이 낮다고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특히 한국은 작년 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의원도 향후 복지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정책가들과 국민 모두 안이한 것 아닌지 걱정했다.

이 의원은 "현재 한국이 OECD 평균보다 부채비율은 낮지만 비기축통화국에서 최상위권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00조원 국가채무 늘었다"면서 "2020년 기준으로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5년간 재정수지 적자가 500조원이다. 이게 어느 정도냐 하면 그전 10년간의 두 배를 넘는 것"이라며 "OECD 평균 국가부채는 최근 10년간 1.2% 늘었지만 우리는 15.8% 늘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국은 부채 증가 속도가 OECD 평균보다 무려 13배나 빨랐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장기 전망도 가장 밝지 않다면서 "현재 한국이 GDP의 56.6%로 중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달라진다. 2060년으로 가면 다른 나라들은 60%, 70%, 80%에 머물지만 우리는 154%로 급증한다"고 했다.

정부와 국민 모두 재정 관리에 대해 바짝 긴장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전직 국고국장은 별다른 생각이 없어보이는 정치인, 정책관료, 국민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추경을 하게 되면 국가채무가 1,300조원을 넘고 재정적자는 또 100조원을 넘습니다. 이 정도의 위기에 1년에 빚을 100조원씩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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