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8일 최근 치솟은 달러/원 환율, 한은 총재의 환율 경계 발언 등에 긴장하면서 약세로 출발할 듯하다.
최근 GDP 부진에 일각에선 11월 연속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으나 한은 총재는 해외에서 환율에 대한 만만치 않은 우려를 드러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IMF·WBG 연차 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이창용 총재는 "미국이 피벗을 하면 환율이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겠구나 했는데 지난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2주간 달러가 강해졌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올해 금융안정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10월까지 늦춘 바 있다. 금융안정 이슈는 주로 부동산(가계부채)이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올라 1,400원에 근접하면서 한은 총재가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 주말 미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중동 사태 악화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오르자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 美금리 유가 상승과 심리지표 호전에 약세...나스닥 상승
미국채 금리는 유가 상승과 미국 소비심리지표 개선에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90bp 오른 4.242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2.90bp 상승한 4.502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90bp 오른 4.1120%, 국채5년물은 3.50bp 상승한 4.0695%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기술주 위주로 상승했다. 은행주 차익실현이 나왔으나 기술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됐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59.96포인트(0.61%) 하락한 42,114.40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1.74포인트(0.03%) 밀린 5,808.12, 나스닥은 103.12포인트(0.56%) 오른 18,518.61을 나타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7개가 약해졌다. 통신서비스와 정보기술주가 0.7% 및 0.6% 각각 올랐다. 반면 유틸리티와 금융주는 1.5% 및 1.1%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최근 발표한 실적 호조로 테슬라가 3.3% 올라 이틀째 랠리를 펼쳤다.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0.8% 상승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1.1% 높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0.8%, 애플은 0.4%, 알파벳은 1.6% 각각 올랐다.
달러가격은 상승했다. 소비심리 등 지표가 개선된 가운데 엔화 약세 등이 달러 강세를 지지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25% 높아진 104.3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29% 낮아진 1.0797달러, 파운드/달러는 0.13% 내린 1.296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34% 오른 152.36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3% 상승한 7.1335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56%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3일만에 상승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가능성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1.59달러(2.27%) 상승한 배럴당 71.78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67달러(2.25%) 높아진 배럴당 76.05달러에 거래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 공격에 대비해 복수의 군사 계획을 수립하도록 군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이스라엘은 대 이란 보복 공격 차원에서 이란의 군사 시설을 정밀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 트럼프 승리 기대감 속 심리지수 상승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5일 미국 미시간대학교에 따르면,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0.5로 최종 집계돼 잠정치(68.9)보다 상향 수정됐다. 전월에는 70.1을 기록한 바 있다.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7%로 직전월과 변동이 없었다. 2020년 말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0%로 직전월 3.1%보다 0.1%p 낮아졌다.
내구재 구매 여건은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내년에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한다고 답하면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 지출이 회복세를 유지하며 경제를 뒷받침할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가계 소득에 대한 기대치가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응답자들은 노동시장에 대해 더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번 설문조사 디렉터인 조앤 쉬는 "주택, 내구재, 자동차 구매 조건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으로 고금리를 언급한 소비자의 비율이 모두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도 소비자 기대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화당과 무소속 유권자들의 신뢰도는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반면 민주당 유권자들의 신뢰도는 소폭 하락했다.
이러한 결과는 미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자는 더 적은 비율을 차지했다.
현재 심리지수는 4개월 만에 최고치인 64.9로 상승한 반면, 기대 심리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한편 내구재 수주도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25일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내구재 수주는 전월 대비 0.8% 줄며 두 달째 감소했다. 이는 예상치인 1% 감소보다는 양호한 결과였다.
운송장비를 제외하면 내구재 수주는 전월 대비 0.4% 늘었다. 항공기 및 군사 하드웨어를 제외한 비즈니스 장비에 대한 투자를 나타내는 핵심 자본재 주문은 8월 0.3% 증가에 이어 9월에도 0.5% 증가했다.
■ 이창용의 환율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시간 25일 "10월 금통위에선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통방 고려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연내 추가 금리인하와 선을 그었다.
총재는 G20 회의차 방문 중인 워싱턴에서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통위)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총재는 미국이 피벗을 하면 환율이 안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으로 봤지만, 금통위 금리결정회의 이후 2주간 달러가 강해졌다고 우려했다.
달러/원 환율은 9월 말 1,300원 초반대에서 한달 만에 거의 90원이 상승해 1400원 선에 다가섰다.
달러/원은 10월 25일 1,388.7원을 기록해 7월 3일 종가(1,390.6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은 최근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 등 복합적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
총재는 특히 최근 일각에서 성장률 둔화를 근거로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이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총재는 "4분기 성장률이 정말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2%보다는 반드시 높을 것"이라며 "성장률이 갑자기 망가져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 3분기 성장률을 연간으로 반영하면 2.4%(전망치)를 예상했던 게 2.3%나 2.2% 정도 될 것"이라면서도 "3분기 영향이 그렇다는 것이고 4분기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재는 "분기별 자료의 변동성을 이번에 처음 보는데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오버 리액션' 하지 말아달라"고 당분했다.
■ 경기 하방 위험 확대됐으나 과도한 인하 기대감은 유의
지난 24일 발표된 3분기 GDP는 전기대비 0.1% 성장(전년동기대비 1.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산술적으로 4분기에 1.2% 성장하면 연간성장률 2.4%가 나오게 된다는 한은의 설명을 들은 뒤 현실적으로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에 미달할 것이란 인식이 강화됐다.
일각에선 11월 연속 금리 인하까지 가능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여전히 내년 초 금리 인하 재개 전망이 강했지만, 2분기에 이은 3분기의 경기 부진에 투자자들이 한은 통화정책의 경기 포커싱이 강화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는 시장의 '오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확실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임 셈이다.
다수 의견 대로 내년 초 금리인하 재개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부동산·환율 등 금융안정 이슈, 수출 둔화 정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효과 등을 점검하는 게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