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는 30대에 억만장자가 된 인물로 지난해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교육부 폐지, 연방공무원 3/4 해고 등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다운' 주장을 펼쳐 주목을 끌기도 했던 젊은 정치가다.
비대한 정부 조직 다이어트를 통해 작은 정부로 가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던 젊은이였다.
인도계인 라마스와미는 하버드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뒤 투자업계로 진출해 애널리스트로, 또 헤지펀드의 투자 파트너로 일했다.
그런 뒤 20대 후반에 제약회사 로이반트 사이언시스(Roivant Sciences)를 차린 뒤 CEO,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투자자이자 기업가였던 라마스와미는 투자수익률, 즉 ROI(Return On Investment)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면서 제약업계를 쥐락펴락하는 투자자가 돼 명성을 떨쳤다. 투자업계의 화두 중 하나였던 ESG가 사기라고 당당하게 목소를 높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중독자' 라마스와미는 30대 한참 잘 나갈 때 정치권 진출을 선언했다. 그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 없었지만 80세 전후(트럼프, 바이든)의 1940년대생 노장들과 당당히 경쟁했다.
■ 트럼프와 합이 맞은 라마스와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대 가장 직설적인 미국 대통령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허풍이나 기만 전술 등을 총동원해 승부를 펼친다. 그러나 그는 일에 대해 진심인 인물이며, '효율성'과 '미국 이익'을 최우선에 놓는 사람이다.
다른 나라가 트럼프를 겁 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자신과 같은 부류'인 라마스와미같은 젊은 인재를 영입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트럼프, 라마스와미, 일론 머스크 모두 성향이 비슷하다. 이들은 효율성 강화를 통한 성장과 발전에 진심인 인물들이다. 라마스와미는 머스크와 함께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을 맡게 된다.
라마스와미는 큰 형이나 작은 삼촌 뻘인 머스크와도 성향이 비슷하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직원 75%를 정리해고 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라마스와미는 사회의 '위선'(가짜 착함)을 거부한다. 효율성 극대화와 ROI 관점에서 사안을 평가하는 것이다.
또 '착한 척 하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비효율을 매의 시선을 비판해온 인물이었다.
그는 최근 투자업계를 크게 강타하는 화두였던 ESG마저 '거짓'으로 봐 왔다.
■ 라마스와미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주지 마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게 된 비벡 라마스와미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제조사 보조금 지급을 직격했다.
라마스와미는 현지시간 26일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 "낭비"라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여러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결국 미국 상무부가 선정한 보조금 지원 대상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을 받지 못할 위험에 직면했다.
라마스와미가 바이든 정부의 러몬도 상무장관의 '반도체 지원금 지급' 발언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하면서 미국 내외 반도체 기업들을 긴장시킨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1월 20일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에 기업들에 약속한 반도체법 지원금을 최대한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법이다. 즉 미국에 공장 등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현재 보조금을 받지 못한 대표적인 업체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미국의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도 아직 보조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지금은 보조금 지급 속도를 내려는 바이든 정부와 이를 막으려는 트럼프 정부가 다른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은 '새 것'일수록 힘이 세다.
저무는 권력과 신규 권력이 부딪히는 가운데 라마스와미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 등을 막는 것과 동시에 비효율적인 행정부에 제대로 칼을 대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그는 26일 자신의 SNS에 "행정부는 머리가 8개 달린 히드라다. 하나의 머리를 잘라 내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괴물의 전체를 도려내야 한다"면서 개혁 의지를 다졌다.
■ 효율성과 미국 이익에 진심인 자들이 이끌 미국
치열한 현실과 부딪혀 성공한 기업가들, 천재 소리를 들으면서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트럼프2기에 올라타 '효율적인 미국 건설'을 외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외치는 효율적인 미국 건설이 다른 나라 이익과 상충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여전히 한물간 성리학에 몰입해 예송 논쟁이나 벌이고 있는 한국의 정치권이나 행정부가 이들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
이날 트럼프와 라마스와미 같은 '효율과 미국 이익'에 진심인 인물들 때문에 주식시장의 한국 반도체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미국의 매파 정치인들에 한국 반도체주들이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증권사의 한 주식 브로커는 이렇게 논평했다.
"최근 트럼프가 취임 직후 중국에 10%,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추가 관세 부과를 거론해 한국도 매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재검토하겠다고 하니 반도체가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최근 자사주 매입 재료로 간신히 반등하던 삼성전자가 이날 장중 4% 급락하는 등 국내 반도체주들은 또다시 비틀거리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