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감사원[뉴스콤 장태민 기자]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2천명에 대한 미스테리는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았지만, 최근 감사원이 이 문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이 11월 27일 공개했던 '의대 2천명' 감사 결과엔 복지부, 대통령실 공무원들이 디테일이 부족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의대 증원을 주먹구구로 결정하는 과정이 나와 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의대 증원을 통해 자신의 지지층이었던 의사 집단과 등지를 결정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아직 누구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국고 낭비가 이뤄졌다.
2천명 증원 시도의 비극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한국경제에, 그리고 한국사회에 비용 청구서를 내밀 것이다.
의사들이 2천명 증원을 극구 반대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배제됐다.
대통령과 공무원들이 '적극 공모'해 한국 의료 시스템을 파탄내기 위해 힘을 합쳤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한국 의료시스템을 망치는 데 앞장섰던 자들은 제대로 처벌조차 받지 않고 있다.
■ 조규홍, 시작은 6년 토털 '3천명 증원'...이후 1.6만명 부족으로 급증
감사원 보고서의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해 보자.
의료농단 사태는 조규홍 복지장관(222년 10월~25년 7월)이 2024년 2월 6일 의대 증원 2천명(2,056명→5,056명)을 발표하면서 본격 촉발됐다.
논리는 2035년 기준으로 의사수가 1만5천명 부족하니 서둘러 증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늘려야 하는데, 그마나 1만명만 충원하는 차원에서 2025년부터 2천명씩 늘리자고 했다.
그러면 복지부가 처음부터 2천명을 주장했던 것일까. 아니다.
복지부는 일단 2022년 8월 19일 대통령 '새 정부 업무보고'에서 의사 부족 해결을 위해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다음해인 2023년 6월 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해 500명 증원안(6년간 3천명 증원)을 보고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400명 증원 시도가 의사들의 반발로 무산된 가운데 이보다 좀더 늘린 수치를 보고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 수치가 성에 차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묻고 더블로' 갔다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세밀히 파악해야 한다. 대통령이 왜 더블, 트리플에 해당하는 수치를 원했는지는 여전히 명명백백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지침을 줬다.
조 장관은 수치에 대한 감이 전혀없는 '예쓰맨'이었다.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기존 수치를 폐기한 뒤 '묻고 더블로' 갔다. 아무런 논리도 없는 대통령에게 '예쓰'만 남발하는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의 적이다.
4달 후인 2023년 10월 6일 조규홍 장관은 2025~2027년 매년 1천명 증원, 2028년 2천명 증원안을 들고 왔다.
4년간 5천명이나 늘리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충분히 더 늘리라'고 지시했다.
그 해 말 조 장관은 한층 불어난 수치를 보고했다.
2023년 12월 조규홍 장관은 정책실장에게 '2035년 기준 부족의사수 1만 6천명'을 보고했다.
■ '수치 키우라'는 안상훈과 이관섭...복지부 조규홍-박민수 라인과 대통령실의 협잡
조규홍 장관은 2023년 10월 대통령에 보고하기 전 먼저 안상훈 사회수석에게 내용물을 보여줬다.
안 수석은 이 수치가 마음에 걸렸다.
안 수석은 조 장관이 매년 1천명, 3년간 3천명 증원을 보고하려고 하자 말렸다.
안 수석은 박민수 복지차관에게 1천명 정도로 보고하면 '대통령에게 혼날 수 있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언지를 줬다.
박민수 차관은 의사 집단들로부터 '의료농단 사태의 실무 책임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박 차관은 2024년 의료사태 당시 "2천명 증원은 협상 대상 아니다. 못 줄인다"면서 강경정책을 주도했다.
의사를 '의새'로 호칭하는 등 끊임없이 의사들의 염장을 지르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
지난해 의료대란 당시 전공의 단체는 '박민수 경질'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을 정도였다.
아무튼 안 수석, 박 차관 등의 얘기를 들은 조 장관은 이후 4년간 5천명 가량으로 크게 늘린 수치를 보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더욱 가관이었다. 대통령은 '더 늘리라'고 했다.
대체 얼마를 늘리라는 것인가. 대폭 늘려야 했다.
조 장관은 결국 보사연, KDI, 서울의대의 보고서를 활용해 '1만명 부족' 수치 맞추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조 장관은 보고서들을 활용해 2035년 기준 1만명이 부족하는 논리를 끼워맞췄다.
그런 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에게 보고했다.
이관섭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국정기획수석(2022년 9월~2023년 12월), 정책실장(2023년 12월)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2024년 1월~2024년 4월)까지 역임했다.
이 수석은 11월 '세 보고서 모두 현재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가정하에 연구를 진행한 것은 비합리적이니 현재 부족분을 산출하라'라고 지시했다.
또 '의사의 워라밸 추세와 여자 의사 증가를 반영하면 부족한 의사 수가 늘어날 테니 새로 수치를 더 하라'고 했다.
산자부 출신 공무원 이관섭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수치를 키우라고 종용한 것이다.
■ 안상훈과 장상윤...어이없는 사회수석들
안상훈 사회수석은 대통령실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챙기면서 윤석열 대통령 비위를 맞추던 인물이다.
안 사회수석(2022년 5월~2023년 12월)은 그러나 국회의원이 될 욕심에 하던 일을 장상윤 수석(2023년 12월~2025년 6월)에게 넘겨주고 결국 금배지를 단다.
안 수석은 2024년 의대 증원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은 관계가 없는 양 행동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안 수석은 금배지를 단 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일하면서 의대 증원과 관련해선 자신은 관계가 없는 것처럼 엉뚱한 질문만 해서 비판도 받았다.
2천명 증원 이슈로 의대생들이 학교를 떠났을 때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안상훈 의원의 대정부 질의는 한가하기 그지없었다.
안상훈 의원은 작년 8월 "앞으로 의대 증대 확대로 상당수 의사들 의과학자로서 역할하길 기대한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식의 대정부 질의를 했다.
안 의원은 또 작년 10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선 "애초 의사과학자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공학 등과 '더블메이저' 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당시 필자가 아는 한 의사는 안 의원에 대해 "의대생 2천명 증원 '의료농단' 주범 중 한 사람이 참으로 한가롭고 해피하게 산다"는 비난했다.
안상훈 수석 다음으로 사회수석으로 맡아 일한 인물은 장상윤 수석이다.
장 수석은 안 수석으로부터 '사회수석' 자리를 넘겨 받은 뒤 2천명 증원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따져 정밀하게 예측한 수치"라고 주장하며 국민들을 속였다.
심지어 2천명 증원이 비합리적인 숫자가 아니며, 오히려 정부 추계상 최소 4천명 이상의 증원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기존 정원의 100% 내외가 증가하는 문제에 대해 '2천명도 합리적, 4천명도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두뇌 자체가 없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
어떻게 하나같이 이런 형편없는 인물들이 소위 의료개혁이란 것을 했는지 개탄스럽다.
■ 시스템 망치고 아무도 책임 안 지는 나라
지난해 의료농단 사태로 수조, 10조원 이상의 손실이 초래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젊은 의사들이 날린 기회비용, 한국의료의 퇴보 등을 감안하면 수십조원, 수백조원의 가치가 허공으로 증발해버렸다는 한탄도 들려왔다.
아울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세상과 이별해야 했다.
김윤 민주당 의원은 2024년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전국 의료기관에서 3,136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초과 사망자'는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어선 수치로, 의료 공백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응급·중증 환자들이 포함된 개념이다.
6개월간 이 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초과사망자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김윤 의원은 매우 가식적인 인물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 의료농단에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의대 증원에 논리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민주당으로 가서 해 먹고 있다. 자신의 과오는 반성하지 않고 윤 정부 의료정책 실패를 즐긴 인물이다.
스스로 '책임자'라고 강변했던 조규홍 장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하다.
조 장관은 의료 농단을 의료 '개혁'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의료 시스템 파괴에 앞장섰지만, 본인이 직접 '내가 책임진다'고 했다.
조 장관은 작년 10월 국회에 나와 "2천명 증원은 내가 결정한 것이었다. 내가 책임지고 결정한 게 맞다"면서 자신이 정책 책임자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도대체 그가 무슨 책임을 지는지 알 수 없다. 그는 책임이란 단어의 뜻조차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부러워했던 한국 의료시스템은 얼간이 공무원들로 인해 크게 망가졌다.
이 글에 나온 윤석열·조규홍·박민수·이관섭·안상훈·장상윤 외에도 이주호 교육장관 등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국민 모두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어떤 개혁이든 '전문가가 빠진 채 아마추어들만 모여서 하는' 개혁은 전부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해법은 현장의 의사들이 잘 알고 있었지만 이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하지만 의료 사태 초기 어떤 설문조사에선 국민 90%가 가까이가 의대 증원에 찬성한 것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평소 아무 관심도 없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기성이 짙다.
필자는 지난해 이런 식의 의대 증원은 반드시 실패하며, 한국 경제와 의료시스템에 엄청난 생채기만 남길 것이란 글을 쓴 뒤 주변 지인에게 '의사 편이냐'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실패가 뻔히 예정돼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한국 의료시스템과 국민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의료 농단 주동자들에겐 죗값을 물어야 할 것이다.
자료: 감사원 감사결과 요약본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