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비축유 재비축 가속화시 다른 나라도 동참 가능성...유가 상방압력될 수 있어 - 국금센터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3-01-09 15:22
[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9일 "앞으로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비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고 여타 국가들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제 유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금센터는 "미국의 이번 재비축 계획은 소규모에 불과해 당장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이같이 진단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향후 시장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은 상황에서 전략비축유(SPR) 재고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감소한 만큼 보다 속도감 있는 재비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비축유 재비축이 OECD 회원국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원유수급 압박이 심화될 소지도 있다고 풀이했다.
2023년 초과공급이 일일 24만배럴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EIA)되는 상황에서 SPR 재비축에 따른 원유수요 증가는 이미 타이트한 수급을 추가로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센터의 황유선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재비축 규모 6,000만배럴을 올 한 해 동안 모두 보충한다고 가정할 때 일일 원유수요는 19만배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2월 300만배럴을 제외한 잔여 5,700만배럴을 3월부터 보충한다고 가정할 때 수치다.
■ 전략비축유 급감 이유...그리고 미국 매입 가격의 비현실성
미국은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 SPR) 재고가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감소함에 따라 SPR 재비축을 추진한다.
미국 SPR 재고는 작년 유례없는 규모의 방출로 인해 크게 줄었다. 2021년말 5.94억배럴에서 2022년말 3.72억배럴(-37%)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2010년초 SPR 재고 최고치(7.3억배럴) 대비로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상업용 원유재고도 팬데믹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으로 2020년 6월 5.41억배럴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후 경제 정상화에 따라 최근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작년말 4.21억배럴를 기록했다.
OECD 상업용 재고(석유 제품 포함, 22.11월 기준 27.7억배럴)는 단기 고점인 20년 7월(32.1억배럴) 대비 14.3% 감소했으며 5년 평균을 4.2% 하회했다.
전략비축유 급감 이유는 러-우 전쟁 때문이다. 전쟁으로 글로벌 원유공급 불안이 극대화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2022년 미국 정부는 전례없는 규모의 방출을 결정한 바 있다.
전쟁 직후 러시아발 일일 300만배럴의 공급차질 우려로 국제유가는 $120 이상으로 급등했으며, 상당 기간 동안 $100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작년 4~12월 총 1.8억배럴 규모의 SPR을 방출했고 다른 IEA 회원국도 공동으로 총 6,000만배럴을 방출했다.
미국은 우선 금년 2월 중 300만배럴을 보충할 예정이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로 보충할 계획이다.
2월 300만배럴을 포함해 총 6,000만배럴(작년 방출규모의 1/3)을 순차적으로 재비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월 재비축분은 지난해 12월 28일 입찰(입찰 최소 수량 30만배럴)을 끝냈으며, 늦어도 1월 13일 이전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런 수요 요인이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관건이다.
황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부는 국제유가가 $67~72 수준에서 SPR을 재비축한다는 계획이나 추후 유가 수준은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평균 $96에 SPR을 매도했으며 이보다 낮은 $70 내외의 가격에 매입하는 것은 납세자들에게도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황 연구원은 다만 "2023년 WTI 가격 전망치가 $90 내외에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SPR 재비축 가격 수준은 다소 비현실적"이라며 "유사시를 대비한 SPR의 충분한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재비축 가격대는 이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의 2023년 WTI 가격 전망치는 $86다. 주요 금융사들은 $90 수준을 전망한다.
한편 이번부터는 계약 시 거래 가격을 고정시키는 방법을 최초로 시범 운영한다.
기존에는 계약 시점이 아닌 인도 시점의 시장지수에 따라 가격이 책정돼 정부, 석유회사 모두 가격 불확실성에 노출됐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계약 당시 거래가격을 고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