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39분 현재 SK하이닉스 주가는 8% 넘게 빠졌다. 출처: 코스콤 CHECK[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현지시간 18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5% 급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기대감이 무산된 뒤 지정학적 리스크 재확대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가 작용했다.
지정학적 위험과 함께 AI 관련 기술주들을 짓누른 요인은 금리였다.
기술주 투자자들은 국내외 장기금리 상승세가 어느 선에서 멈출 지 주목하고 있다.
■ 놀라운 AI 관련 기술주 급락...금리 부담 노출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과 글로벌 장기금리 급등이 기술주 밸류에이션과 인공지능(AI) 투자 부담을 키우면서 반도체주 전반에 대한 강력한 매도세를 불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전장보다 628.54포인트(4.98%) 급락한 11,992.46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낙폭이 6.28%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이 예외없이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2.34% 하락한 219.74달러, 브로드컴은 3.17% 내린 380.00달러에 마감했다. AMD는 4.27%, ASML은 4.26% 하락했다.
인텔은 6.58%, 램리서치는 4.63%,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3.92% 내렸다. KLA도 5.33% 하락하는 등 반도체 장비주 역시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메모리와 데이터 저장장치 관련주의 낙폭은 더욱 컸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7.06% 급락한 245.97달러를 기록했다. 샌디스크는 8.89%, 웨스턴디지털은 7.43% 각각 떨어졌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9.20% 급락했다.
최근 AI 메모리 수요 기대를 등에 업고 강세를 보였던 만큼 금리 상승과 위험회피 국면에서 차익실현 압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이끄는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발 악재로 인해 급락할 수 밖에 없었다.
전날 장중 7,200선을 넘어서기도 했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6,400.81까지 폭락한 뒤 낙폭을 다소 줄였다.
■ 미국, 일본 장기금리 급등...고금리의 주식 공격
현지시간 18일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장중 5.33%를 넘어서면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도 장중 4.76%까지 올랐다.
장기금리가 위협적인 수준까지 뛰자 주식도 버티지 못했다.
금리가 급등하면 성장주나 기술주는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주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최근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 장기금리도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냈다.
일본 30년물 금리는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며 4.1301%를 기록했다.
일본 10년물 금리도 7거래일 연속으로 오르면서 2.9341%로 레벨을 올렸다. 일본 10년물 금리는 장중 2.945%까지 올라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30년 금리가 근 20년만에 최고치고 뛰고 일본 30년 금리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데는 인플레 부담 못지 않게 수급 우려가 컸다.
미국과 일본 장기금리는 인플레 부담과 함께 정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고금리가 AI 관련 주식에 더욱 위협적이었던 이유는 빅테크들의 회사채 발행 때문이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구축 등 대규모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급등하자 이자 및 자금 조달비용 부담이 급증한 것이다.
고금리는 투자수익성(ROI 등)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과연 대규모 AI 투자가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들도 강화됐다.
다만 중동 사태에 따른 인플레 압력과 수급이 따로 노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중동 긴장 고조 → 유가 상승 → 국채금리 급등 → AI·반도체 자금 조달 우려와 밸류에이션 부담 증폭 → 주식 차익실현 등 매물 출회로 이어진 모양새다.
■ 사상 최고치 경신 흐름 보인 한국 30년물 금리
국내 장기금리도 많이 올랐다.
IFRS17, K-ICS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채권 매수를 늘리지 않는 가운데 해외 장기금리가 뛰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았다.
제도 변화로 인해 최근 30년 금리가 10년물 수익률을 웃돈 뒤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현재 국고30년물 수익률은 2012년 30년 만기 채권 도입 이후 가장 높다.
국고30년물 금리는 전날 4.7%를 넘어서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국고10년물 금리는 최근 4.4% 내외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3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 채권도, 주식도 모두...한·미·일 장기금리, 지금이 고점이길 기원
간밤 미국채30년물 금리는 5.33%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5.28%로 내려왔다.
최근 금리 급등에 따른 반작용이 나타났다.
장기금리가 중동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우려, 미국 재정상황 악화 흐름 등에 따라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기술적 반락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늘은 한국, 일본 장기금리도 최근의 과도했던 흐름을 되돌려보고 있다.
현재 채권 투자자들이 기대반, 우려반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간밤 미국 장기금리가 기술적 하락을 나타내면서 일본, 호주, 한국 금리도 모두 레벨을 낮추고 있다"면서 "핵심은 미국 장기금리가 이 수준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라고 했다.
하지만 국채 발행 증가에 대한 우려, 빅테크의 AI 투자를 위한 채권발행, 미-이란 갈등 지속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상승세가 고원지대(Plateau)에 도달했다고 볼 수 없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지금은 또 한·미·일 뿐만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장기금리도 각각 2011년과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주요국 장기금리가 수년, 수십년만에 가장 높은 국면이지만, 이게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리 상승 요인이 조만간 사라지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가부채가 40조달러에 육박하며 재정적자 폭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재무부가 조 단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장기국채 발행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걱정도 상당하다.
주식 투자자 등 주식시장 관계자들도 역시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세에 위축된 상태다.
김기백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일본·유럽 등 글로벌 장기금리가 동반 상승하며 성장주 할인율 및 CapEx 우려를 부각시킨 국면"이라며 "미국 기술주 약세에 국내 반도체 종목도 8월의 반등분을 되돌렸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KOSPI가 120일선을 이탈하면서 매도 사이드카를 불렀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