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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美대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

김경목 기자

기사입력 : 2026-02-23 07:02

(상보) 美대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
[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통상 정책이 사법부 판단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무역·외교 지형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며 6대 3 의견으로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이는 1·2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쟁점은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IEEPA에 따라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에 관세 부과가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도 규제의 일종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 헌법은 평시 관세 부과 권한을 의회에 단독으로 부여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광범위하고 제한 없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려면 의회의 명확한 승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세는 입법권의 핵심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IEEPA를 근거로 부과된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차등 ‘상호관세’, 그리고 이른바 ‘펜타닐 관세’ 등은 법적 기반이 무너지게 됐다. 다만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처럼 다른 법률에 근거한 조치는 이번 판결의 직접 대상은 아니다.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국가적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추진한 대표 정책이다. 특히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는 협상 지렛대로 활용돼 왔다. 이에 따라 한국 등 이미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국가들 역시 향후 대응을 고심하게 됐다.

정치적 파장도 적지 않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수입을 활용한 정책 추진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행정부의 통상 권한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수치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122조, 관세법 338조 등 다른 조항을 활용한 대체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법률은 적용 범위나 기간, 절차 면에서 제약이 있어 IEEPA만큼 신속하고 광범위한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납부된 관세의 환급 여부도 또 다른 쟁점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환급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하급심에서 기업들의 대규모 반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수 우위로 평가받아온 대법원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경제·외교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행정부 권한의 한계를 둘러싼 헌법적 논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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