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인 전설적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과 금융시장 불안을 배경으로 “전 세계가 자본전쟁(capital war) 직전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3일(현지시간) 달리오는 CNBC와의 인터뷰 및 공개 발언에서 “우리는 아직 자본전쟁에 휘말린 것은 아니지만,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모두가 이를 두려워하고 있어 작은 충격에도 자본전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달리오가 말하는 자본전쟁은 무역 금수 조치, 자본시장 접근 차단, 국채 보유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등 돈과 자본을 무기화하는 갈등 국면을 의미한다. 그는 최근 국제 질서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례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의 통제 아래 두려는 과정에서 촉발된 미국과 유럽 간 긴장을 언급했다. 달리오는 “이 과정에서 유럽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달러 자산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됐고, 미국 역시 유럽 자본이 유입되지 않거나 미국 자산이 거부될 수 있다는 공포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미국 국채를 매입한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유럽 투자자의 비중은 80%에 달했다. 통상 일본과 중국이 미 국채의 최대 보유국으로 꼽혀 왔지만, 최근에는 유럽 자본의 역할이 크게 확대된 모습이다.
달리오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반복된 고율 관세 부과와 철회 역시 자본전쟁의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돈은 언제나 중요했고,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자본 통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며 “누가 그 대상이 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충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무역적자의 반대편에는 자본 흐름이 있고, 이 자본 불균형이 존재하는 한 자본은 언제든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이미 일부 국부펀드와 중앙은행들은 외환·자본 통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러시아, 중동 국가들이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는 흐름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달리오는 자본전쟁이 기술전쟁, 무역전쟁을 거쳐 실제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의 자산을 동결하고 석유 수출을 차단한 뒤, 일본이 진주만 공습에 나섰던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의 미·중 관계는 당시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달리오는 금을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으로 꼽았다. 그는 “금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를 고민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라며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장기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비율의 금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은 경기 침체기에는 강한 성과를 내고, 호황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자산”이라며 “불확실성이 극단으로 치닫는 시대일수록 분산된 포트폴리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