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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엔화 급등 촉발한 미·일 외환 공조…원화·대만달러까지 파급

김경목 기자

기사입력 : 2026-01-26 07:07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엔화 급등 촉발한 미·일 외환 공조…원화·대만달러까지 파급
[뉴스콤 김경목 기자]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달러 강세 흐름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이 과도한 엔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동시에 발신하면서, 엔화뿐 아니라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화까지 동반 강세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를 달러 강세 국면에서 주요국들이 정책 공조를 통해 변동성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23일 엔·달러 환율은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기자회견 직전 1달러당 158엔대 후반이던 환율은 회견 도중 159엔을 상회하며 엔화 약세가 확대됐다.

그러나 회견 종료 직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급락하며 불과 수분 만에 157엔대까지 되돌아갔고, 이후 뉴욕 시장에서는 한때 155엔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반나절 만에 약 4엔 가까이 움직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급격한 환율 변동의 배경으로 미·일 외환당국의 공조 신호에 주목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주요 매체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중은행을 상대로 환율 수준을 문의하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레이트 체크는 외환 당국이 실제 시장 개입에 앞서 사용하는 사전 경고 성격의 조치로, 과거에도 강한 정책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이번에는 일본 단독 대응이 아닌 미국 당국의 직접적인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시장의 반응이 더욱 증폭됐다.

미국 재무부가 달러 강세가 아시아 주요 통화의 급격한 약세로 이어지는 상황을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확산되자, 엔화 매도 포지션을 쌓아왔던 투기 세력의 청산이 빠르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엔화 강세는 단순한 기술적 반등을 넘어 정책 변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엔화 급등은 다른 아시아 통화로도 파급됐다. 원·달러 환율은 역외시장에서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했고, 대만 달러화 역시 강세 압력을 받았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이 일본뿐 아니라 한국, 대만 등 주요 아시아 우방국 통화의 급격한 약세를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시장이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는 달러 강세가 글로벌 금융 여건을 경색시키고 각국의 수입 물가 및 금융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 14일 미 재무부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최근 원화 가치 하락과 한미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원화 약세는 한국의 강력한 경제 기초 여건과 맞지 않는다”며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달러화 자체의 약세 요인과도 겹쳤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해진 가운데, 달러 인덱스는 주간 기준으로 지난해 중반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확실성 완화와 미국 자산에 대한 차익 실현 움직임이 겹치며 달러 매수세는 다소 약화된 상태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번 엔화 급등을 계기로 달러 강세 국면이 일방적으로 지속되기보다는, 정책 변수에 따라 간헐적인 조정과 높은 변동성이 반복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일 외환당국의 공조 신호가 단발성에 그칠지, 아니면 추가적인 정책 대응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시장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엔화 급등 이후 원·달러 환율도 역외시장에서 빠르게 하락하며 동조 움직임을 보였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1개월물이 1,444.6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달러/원 1개월물의 스왑포인트가 -1.65원인 점을 감안하면 NDF 달러/원 1개월물 환율은 전 거래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현물환 종가(1,465.80원) 대비 19.55원 하락했다.

이는 외환시장이 엔화 변동을 단일 이벤트가 아닌, 주요국 정책 대응 가능성으로 해석했음을 시사한다.

향후 외환시장은 주요국 통화 당국의 발언, 정책 신호, 실제 개입 여부 등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 포지션 조정, 아시아 통화 흐름, 정책 공조 여부 등을 중심으로 환율 방향성을 판단해 갈 것으로 보인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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