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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돈로 독트린과 그린란드 '진짜' 달라는 미국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1-09 13:59

북미대륙 오른쪽 위에 그린란드가 보인다. 출처: 국토지리정보원
북미대륙 오른쪽 위에 그린란드가 보인다. 출처: 국토지리정보원
[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잡아들인 데 이어 이젠 우방국인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를 내놓으라고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침탈해 석유 이권을 얻고 자신의 앞마당에서 중국, 러시아 등이 분탕질을 못하게 막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가 중남미 등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종주권'을 요구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제국주의자 트럼프'의 면모를 인정했다.

그런데 미국의 욕심이 우방국 영토에까지 미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트럼프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마저 '진짜' 달라고 하는 것이다.

■ 먼로 독트린과 돈로 독트린

트럼프의 미국은 이전의 미국과는 전혀 다르다.

트럼프의 미국은 우방, 비우방 가리지 않고 조공을 받치라고 요구하는 제국주의 국가가 됐다. 아시아에선 미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트럼프에게 코가 꿰어 돈과 기술, 그리고 막대한 투자를 미국에 제공해야 한다.

트럼프의 입장에선 미국 이익이 최고의 가치이며, 국제기구 같은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예컨대 유엔과 같은 '겉만 그럴듯한 껍데기 기구'는 대놓고 무시해 버린다.

트럼프의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 콜롬비아, 쿠바 등에 대해 여차하면 침공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중이다.

또 중국이 사실상 자원을 지배하고 있는 아프리카 콩고 주변 국가들도 손 봐 줄 수 있다는 듯한 냄새를 풍긴다. 미국은 코발트, 리튬 등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또다른 '제국주의자'인 중국과 이 지역에서도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한국 등 다른 나라는 트럼프의 잔여 임기동안 미국 외교·경제의 중대한 구심점인 '돈로 독트린'을 감안해 전략을 짜야 한다.

트럼프 2기는 '신먼로주의'를 천명한 상태다.

먼로주의는 1823년 시작된 미국의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뜻하는 말이다. 이 먼로주의가 트럼프 2기와 함께 다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인 도널드(Donald)와 19세기 미국의 대외정책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합친 돈로 주의는 주변 국가들에게 더욱 위협적이다.

돈로 독트린과 관련해 트럼프는 우선 '서반구 패권 장악'을 내세운다. 즉 아메리카 대륙을 미국의 독점적 세력권으로 만드는 것이다.

■ 미국의 아메리카 대륙 단도리 하기

트럼프의 미국은 중남미에 적(중국, 러시아)이 군사적,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놔두지 않을 방침이다.

중국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내의 항만, 광물 등 전략적 자산을 상당 부분 잠식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은 미주 대륙 내 공급망에서 적대적 세력인 중국을 몰아내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6년 1월 새해 벽두부터 미국은 마약 척결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잡아와 가뒀다.

마두로를 체포·압송한 일은 '돈로 독트린'의 본격 가동을 알린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이제 중남미의 반미 국가들, 중요 자원이 매장된 나라들, 중국의 입김이 강한 곳들 등은 트럼프의 타겟이 될 수 있다.

즉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은 과거 먼로주의의 고립주의적 성격을 뛰어 넘는다.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타국의 주권 따위는 적극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상태다.

즉 미국이 사실상 대놓고 '신제국주의'를 천명한 상태인 것이다.

오랜 기간 자유주의 국가들의 대표였던 미국이 제국주의자가 된 것이다. 물론 권위주의(독재국가) 국가들의 맏형인 중국도 이미 제국주의자 행세를 해왔다.

힘 자랑 하는 두 제국주의국가들의 사이에서 다른 나라들은 살 길을 찾아야 한다.

■ 무력 사용 불사하려는 제국주의자가 된 미국...군사력 증강은 이런 의지의 표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도 국방 예산을 1조5000억달러로 대폭 증액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이는 현행 국방 예산보다 50% 이상 늘어나는 수준이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비 증액이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상·하원의원과 각료, 정치권 인사들과 길고 어려운 협상을 거친 끝에 특히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미국의 이익을 위해 국방 예산은 1조달러가 아니라 1조5000억달러가 돼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누려야 할 '꿈의 군대'를 구축하고, 어떤 적이 있더라도 미국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행 중인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수권법(NDAA)에 반영된 국방 예산은 9010억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이보다 약 6000억달러를 추가로 늘리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국방비 증액의 재원으로 자신의 관세 정책을 거듭 언급했다.

그는 "과거 전례 없이 미국을 갈취해온 나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막대한 관세 수입이 없었다면 1조달러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라며 "관세로 인한 엄청난 수입 덕분에 1조5000억달러라는 수치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견줄 데 없는 군사력을 생산하는 동시에 부채를 상환하고 중산층 애국자들에게 상당한 혜택을 제공할 능력도 갖추게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방위산업체를 향해서도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군사장비의 생산과 유지·보수가 지연되고 있다며, 방산업체들이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경영진 보상보다 설비 투자와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요할 경우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국은 일단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해 카리브해 일대에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 콜롬비아 등 일부 국가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가능성도 시사했다.

여기에 우방인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병합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군 활용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다만 국방 예산 증액안은 의회의 승인 없이는 시행될 수 없다. 재정 부담과 정부 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향후 의회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 트럼프에겐 우방국이 없다...미국 이익 앞에 머리 조아리는 나라가 우방

트럼프는 말을 돌리지 않고 노골적으로 욕심을 드러낸다.

트럼프는 그린란드가 미국의 희토류 안보와 북극권 견제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언급하면서, 덴마크에게 매입 의사를 타진했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2기 출범 직후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원한다'고 했을 때 비현실적인 욕심으로 봤다. 하지만 지금은 '욕심의 진정성'을 인식하면서 우려하기 시작한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는 덴마크와 외교적 협의에 나서게 되고, 덴마크는 EU와의 연대나 국제법 등을 활용해 미국의 욕심에 대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방국들이 '큰 형'의 욕심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우선 EU 자체가 지역 방어를 위해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EU는 러-우 전쟁 때문에 안보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EU가 이번 그린란드 사태를 두고 러-우 전쟁에 대한 미국 지원이 감소할 것을 우려한다면 덴마크와의 연대에서 물러설 가능성이 있다.

즉 미국이 쥐고 있는 카드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미국은 이미 독일에 대규모의 미군을 운용 중이다. 또 영국·프랑스에 대해선 카리브해 지역의 영국령·프랑스령 제도(諸島)를 압박할 수 있다. 즉 트럼프의 미국이라면 충분히 '우리 앞마당에 있는 이 섬들은 우리가 갖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미국이 우방국을 침략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 미국이 그린란드를 빼앗으려는 이유...미중 패권게임 차원서 보면 더욱 잘 보여

그린란드를 달라는 미국의 '제국주의'를 무조건 비난만 해선 안된다는 견해들도 적지 않다.

사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납득 못하는 미국의 행위를 '미중 패권 경쟁' 차원에서 볼 때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신이 앞서서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독재국가 블록을 견제할 테니 EU·영국 등 전통 서방 선진국과 한국·일본과 같은 아시아 동맹국들이 미국을 후방 지원하는 구도를 만들고 싶어 한다.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은 결국 첨단 기술일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자신에게 도전해 오는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조를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중국은 상당기간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하부구조' 역할을 해왔으며, 미국은 이제 경쟁자가 된 중국을 배제한 채 공급망 구조를 짜기가 쉽지 않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트럼프가 시진핑을 압박했지만, 시진핑이 '희토류'로 압박하자 트럼프는 바로 꼬리를 내려야 하는 모욕을 맛봤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그린란드의 희토류가 탐났다.

트럼프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지 베네수엘라 장악을 통해 글로벌 원유 가격을 통제하고 싶어하며, 그린란드를 장악해 중국의 희토류 압박에서 숨통을 틔우려 한다.

일각에선 그린란드에 약 3,600만~4,200만 톤의 희토류 산화물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현재 중국은 사실상 세계 희토류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이 싸움의 핵심인 반도체, AI, 전기차, 전투기 등은 희토류와 뗄레야 뗄 수가 없다.

첨단기술은 원자번호 60번 네오디뮴이나 66번 디스프로슘 등 각종 희토류의 지원 없이는 자립이 불가능하다.

그린란드엔 또 석유를 포함한 천연가스, 철광석, 구리, 아연, 금 등 막대한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그린란드의 가치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북극 항로'의 경제적·군사적 가치는 계속 커질 것이다.

그린란드는 북미와 유럽, 북극을 잇는 최단 경로에 위치해 있다. 미국이 이 지역을 장악하면 우선 러시아의 군사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또 미국이 그린란드로까지 영토를 넓히게 되면 전략 폭격기와 미사일 운용에 있어서 더 큰 자율권을 쥐게 된다. 미국판 아이언돔을 만들어 러시아, 중국 등의 예봉을 꺾을 수 있다.

경제적 차원이나 해상 패권 측면에서도 그린란드는 요충지다. 북극항로는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모두 눈독을 들이는 항로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 지역은 더욱 경제적 요충지가 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그린란드까지 차지해 '북극 경제권'의 맹주가 되면서 중국의 영향을 차단하고 싶어할 수 밖에 없다.

■ 독재자 트럼프·시진핑이 이끄는 신냉전 시대...한국은 철저한 현실주의로 대응해야

대략 1년 전, 즉 작년 1월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누가 보더라도 '설마'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말들을 했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이긴 뒤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하고 파나마 운하를 미국령화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린란드를 손아귀에 넣고 콜롬비아와 멕시코에 대해 손을 보겠다고 했다.

1년이 지난 시점, 우리는 제국주의 국가가 된 미국을 확인하면서 더 이상 이런 말들을 '빈말'로 듣지 않는다.

미국은 올해 1월 베네수엘라 공습에 이어 그린란드 확보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벌이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거친 행동엔 중국과의 세계경제 패권 다툼이라는 큰 그림이 있다.

한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도 제국주의자가 된 미국, 중국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냉전의 시대를 살아내야 한다.

지금의 시기 한국은 우방국 미국의 눈 밖에 나지 않으면서 미국을 활용한 이득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반도체·조선·각종 제조기술 없이는 중국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아의 이웃이자 미국 맹방인 일본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히 하면서 경제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공조의 전략적, 경제적 가치도 크다.

한국은 또 중국과 이미 경제적으로 크게 얽혀버렸기 때문에 실사구시 차원에서 관계 개선과 재정립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미국, 중국의 패권 전략 속에서 한국의 입지가 샌드위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중국 모두의 린치핀이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부분 역시 상당히 많다.

우리는 제국주의자로 회귀하면서 한층 거칠어진 미국·중국, 그리고 동변상련하는 입장인 일본과의 관계에서 철저한 현실주의로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시진핑과 같은 왈패들이 이끄는 신냉전 시대, 한국이 가진 패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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