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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최고권력자의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2-20 14:32

자료: 이재명 대통령의 2월 20일 X
자료: 이재명 대통령의 2월 20일 X
[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SNS를 통해 다주택자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상당수 다주택자들의 '약한 고리'인 대출 문제를 건드리면서 다시금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X에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구입에 가하는 대출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신규 다주택에 대한 대출규제 내용 보고,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 및 대환 현황과 이에 대한 확실한 규제 방안 검토를 내각과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알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들은 줄이면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하향 안정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다주택자의 기능에 대한 '낮은 이해도'나 '경제에 대한 무지'가 서울 주택시장을 더욱 궁지로 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부동산 시장을 좀 아는 사람들은 최근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해 남긴 글을 어렵지 않게 반박할 수 있다.

■ 대통령의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 담은 14일 X

자료: 이재명 대통령의 2월 14일 X
자료: 이재명 대통령의 2월 14일 X



이재명 대통령이 설 연휴 기간인 14일 X에 올린 글엔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이 잘 나타나 있다.

이미 유명해진 "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추구할 뿐, 집을 팔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투자·투기에 주어진 부당한 특혜를 회수하고 상응하는 부담을 하게 하려는 것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이다.

대통령은 이 문장 뒤 "자가 주거용 주택소유자는 철저히 보호하되, 살지도 않는 투자·투기용 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자는 무주택자인 청년과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니 그에 상응한 책임과 부담을 지는 것이 공정하다"고 했다.

이 글을 본 순간 부동산 시장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반발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부동산을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면서 걱정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대통령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살지도 않는 투자용 주택'엔 집주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다.

그리고 다주택자 때문에 집을 살 돈이 없는 사람들, 돈을 충분히 모으지 못한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이 세를 얻어 살 수 있다.

다주택자 때문에 임대시장이 형성되고 돈이 충분히 없는 사람도 도시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다주택 보유가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은 그릇된 환상이다.

만약 다주택 보유가 '서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히 밀고 있는 다주택자 매물 출회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논리적이다.

주택투자, 정말 불로소득인가

이제 다음 문장을 보자.

대통령은 "정당한 투자수익을 초과하여 과도한 불로소득을 노리는 다주택자, 살지도 않는 투자·투기용 주택 소유자들이 가진 특혜를 회수하고 세제, 금융, 규제, 공급 등에서 상응하는 부담과 책임을 강화하여 부동산 시장을 선진국들처럼 정상화 하자는 것"이라고 적었다.

우선 다주택자들은 누구도(!) 대통령의 '다주택자의 수익을 과도한 불로소득'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1주택나 무주택자들 중에도 이런 대통령의 주장의 과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주택에 대한 투자 역시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이며, 신경 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불로소득'으로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택은 워낙 덩치 큰 자산이어서 레버리지(대출)가 활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100% 이익만 본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예컨대 주택에 투자했지만 금리가 인상돼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높은 금리를 못 견딘 투자자들이 급매물이 내놓으면 주택가격이 떨어질 위험도 있다.

사실 주택 투자시엔 수급 위험, 인구변화 위험, 환금성 위험, 감가상각 위험, 관리 위험 등 다양한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 다주택자, 특혜만 받은 것 아니다

다주택자들은 부동산에 투자한 뒤 주택을 공급해 임대시장을 형성하는 주체다.

이런 임대시장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에선 절반 정도의 가구가 누군가의 집을 임차해 살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특혜를 줬다'라는 말에도 반기를 들 것이며, 일부 무주택자나 1주택자 역시 다주택자들의 논리에 편승할 수 있다.

우리는 주택을 살 때는 취득세, 보유할 때는 재산세·종부세, 팔 때는 양도세를 낸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은 1주택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 여기에 다주택자들은 대출 등의 문제에 있어서 더욱 강한 규제를 받는다.

물론 일각에선 임대사업자가 세제 감면, 건강보험료 경감, 종부세 합산 배제, 재산세 감면, 임대소득세 감면 등 과도한 혜택을 받아왔거나, 받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임사자에 대한 혜택은 축소되는 중이다. 당장 5월 10일부터는 양도세 중과 배제가 환원된다.

아울러 임사자들에겐 임대료 인상폭 5% 룰, 보증보험 가입 의무 등도 있어 일방적으로 혜택만 받는다고 보기 어려웠다.

대통령은 또 다주택자 규제가 '부동산을 선진국처럼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노출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그 나라들도 '민간이 임대를 공급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미국, 독일, 프랑스같은 나라들에서도 우리처럼 민간이 임대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을 잘 아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다주택 보유 금지가 선진국?

대통령은 또 "일부 국가는 사회주의체제가 아니면서도 거주용 외 일정수 이상의 주택보유를 금지하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대통령이 말하는 일부 국가는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일단 다주택 보유를 금지하는 '선진국' 국가를 찾기는 만만치 않다.

대통령이 말하는 사례에 가장 어울리는 나라는 우리 옆에 있는 중국이다. 당이 개인의 경제 행위를 통제하는 중국에선 보유 주택수 제한을 하기도 하지만, 미국 등에서 이렇게 한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일각에선 선진국에도 주택수 규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그런 규제는 지엽적이다. 예컨대 특정 관광지 등 '매우 특수한 경우'에 규제를 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싱가포르를 떠올릴 수도 있다. 싱가포르는 다주택들에게 높은 취득세를 매기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하긴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선진국들은 싱가포르와 같은 규제를 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다주택을 우리처럼 규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다주택자들이 임대 물량을 적극 공급하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에선 다주택자라고 해서 한국처럼 취득세나 양도세를 무겁게 중과하지 않는다. 미국에선 임대사업자에게 최대 27.5년에 걸친 주택 감가상각 세금 공제와 같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임대시장의 활성화를 촉진하기도 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에선 임대업자가 일정 요건을 갖추어 주택을 공급할 경우 소득세 감면이나 등록세 혜택을 주는 방식 등을 통해 임대 물량 공급을 독려한다.

다주택자를 한국 정부처럼 악의 프레임으로 보는 게 아니라 다주택자를 '임대 물량 공급자'로 예우(?)해 주는 선진국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 다주택자, 손해 보게 만드는 게 맞는 방향인가?


대통령은 또 "집은 투자·투기용보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니, 그 반대의 선택은 손실이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할 뿐"이라며 "손해를 감수할 지, 더 나은 선택을 할지는 각자의 자유"라고 했다.

이 문장엔 집을 투기·투자하는 사람은 '손해를 봐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제도적으로 손해를 보게 하겠다는 최고권력자의 '의지'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다주택자들은 '집은 투자·투기용보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주택시장을 연구해 본 상당수 1주택자나 무주택자들도 다주택자들과 같은 입장을 취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 때문에 임대시장이 형성되고 욕심쟁이 다주택자들 때문에 '없는 사람들도' 서울에 살 수 있다는 주장은 틀린 말일까?

그리고 정책적으로 '손해를 보게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경제 행위의 자유에 대한 규제라고 볼 수도 있다.

대통령이 선택을 할지는 '각자의 자유'라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유를 제약하겠다는 전제를 세워놓고 자유를 거론하는 데선 언어의 모순이 느껴진다.

■ 대통령의 사족, 설득력 있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사족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의 '정당성'도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사족으로 저는 1주택"이라며 "대통령 사저는 개인 소유가 아니니 저를 다주택자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너는 왜 집을 팔지 않느냐, 네가 팔면 나도 팔겠다"는 다주택자들의 비난은 사양하겠다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약 4년 남짓 후 대통령에서 물러난다. 이 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집을 팔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경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아파트에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논외로 하자.

이 대통령은 '현재 거주하고 있지 않지만' 미래에 거주하기 때문에 팔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거주 1주택자나 다주택자들의 상당수도 '현재 거주하고 있지 않지만' 미래에 거주할 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세 주고 있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선 "정부가 비거주주택 보유자에게 손실을 보게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신의 비거주주택은 '주거 목적 보유'로 해석하고 다른 사람들의 비거주주택에 대해선 '투기(투자) 목적 보유'로 이해하는 것 아니냐"면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다주택자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다주택자들을 편 드는 것이냐고 화를 낸다.

약자를 걱정하는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의 착한 마음 씀씀이 그 자체는 높이 평가해주고 싶다. 하지만 다주택자 규제 강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모두 악당도 아니다.

'진짜' 부동산 시장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다주택자가 걱정스러워서가 아니라,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과 젊은층들, 그리고 좀더 나은 곳으로 옮기려는 꿈을 안고 사는 1주택자들의 미래가 걱정스럽기 때문에 '다주택자 때리기 정책'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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