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서비스업 경기가 2025년 말 들어 뚜렷한 회복 신호를 보냈다.
7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4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52.3을 큰 폭으로 상회했으며,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PMI를 구성하는 핵심 4개 하위지수인 사업활동, 신규주문, 고용, 공급자 납기가 모두 확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서비스업 전반의 체력이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지표는 제조업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비스업이 미국 경제의 완충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같은 주 초 발표된 12월 ISM 제조업 PMI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것과 달리, 서비스업은 수요·고용·대외 거래가 동시에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ISM에 따르면, 12월 제조업 PMI는 47.9로 집계됐다. 이는 11월의 48.2보다 0.3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시장 예상치였던 48.3도 밑돌았다. 미국 제조업은 10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며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이는 미국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기 전반에 대한 해석을 보다 복합적으로 만들고 있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사업활동지수는 56.0으로 전월 대비 상승하며 서비스 제공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신규주문지수는 57.9로 5%포인트 급등해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12월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말 소비와 기업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용지수가 52.0으로 7개월 만에 확장 국면에 복귀한 점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같은 시기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11월 구인 건수가 1년 반 만의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것과 대비되며, 서비스업 부문이 제조업이나 일부 경기 민감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 여건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외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포착됐다. 신규 수출지수는 54.2로 6개월 만에 확장 전환됐고, 수입지수 역시 50.3으로 8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영역에 진입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여전히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지표상으로는 서비스 교역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비스업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임대·리스 업종이 위축에서 보합 수준으로 올라선 점도 PMI 상승에 기여하며, 서비스업 내부의 구조적 부담이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스티브 밀러 ISM 서비스업 비즈니스 서베이 위원회 의장은 이번 지표에 대해 “지정학적 변수와 정책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2025년 하반기 동안 핵심 하위지수가 일관되게 개선된 점은 서비스업이 보다 안정적인 성장 경로에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들이 연말 성수기 이후 급격한 수요 위축을 예상하기보다는, 고용과 재고 투자를 통해 완만한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밀러 의장은 이번 지표의 강세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데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2025년 서비스업 PMI 연평균이 51.7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8~2009년을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4분기 평균 PMI 역시 지난 10년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12월의 반등이 구조적인 경기 회복의 출발점이라기보다는 장기간의 저성장 국면 속에서 나타난 일시적 탄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요 외신들도 이러한 복합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미국 서비스업 활동이 1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확장됐으며, 신규 주문 증가와 수출 회복이 고용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12월 PMI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서비스업이 제조업 둔화를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메이스 뉴스는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지적하며, 12개월 이동평균 PMI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경기 회복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로이터 역시 서비스업 PMI 개선이 경제 모멘텀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지만, 소비 지출 둔화 가능성과 정책 변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장 업계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양면성이 드러난다. 숙박·음식 서비스 업계는 무역 및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입 원가 상승 압박을 호소했다.
농림·어업 분야에서는 가성비 중심의 수요는 유지되는 반면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둔화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교육 서비스 업계는 인건비 상승과 인력 부족, 규제 강화, 공급망 불안 등 구조적 비용 부담을 지적했고, 정보 서비스 업계 역시 데이터 및 핵심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가격 인상으로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보험 업계에서는 전반적인 사업 여건이 안정적이며 대부분의 계약을 새해에도 갱신할 계획이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보건·사회복지 분야에서는 독감 확산으로 의료 장비와 관련 소모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고, 운송·창고 업계는 연말 성수기의 영향으로 물류 활동이 활발했다고 전했다.
부동산·임대 업계는 2026년 전국 주택 가격이 사실상 보합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제시하며, 금리와 수요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이처럼 12월 ISM 서비스업 PMI는 미국 경제가 연말을 지나며 급격한 둔화 국면에 진입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성장의 질과 지속성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서비스업의 회복은 고용과 내수를 지지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관세 정책, 지정학적 리스크, 소비 둔화 가능성 등 하방 요인 역시 여전히 상존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지표가 연착륙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를 일부 되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서비스업 강세가 금리 정책에 즉각적인 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미국 경제가 급격한 침체 없이 완만한 성장 국면을 이어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정도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