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오라클 주가가 기대에 못 미친 분기 실적과 공격적으로 늘어난 자본지출(CapEx) 전망에 대한 우려로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급락했다.
오라클 주가는 정규장 거래에서 전일 대비 10.83% 떨어진 198.85달러로 마감하며, 지난 9월 사상 최고치 대비 약 40% 하락한 수준까지 밀렸다. 시장에서는 “실적은 기대 밑, 투자 부담은 급증”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오라클이 발표한 2026회계연도 2분기(9~11월) 매출은 16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으나 시장 예상(약 162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조정 영업이익은 10.5% 늘어난 67억달러였고, 조정 EPS는 2.26달러로 전망치(1.64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클라우드 부문에서도 실망감이 있었다.
클라우드 인프라(OCI) 매출액은 40억8천만달러(+68%), 기타 클라우드 매출액은79억8천만달러(+34%)를 기록하며 모두 성장세는 가팔랐지만 월가 예상에 소폭 못 미쳤다.
AI 수요가 반영된 잔여이행의무(RPO)는 5230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680억달러 늘었으나, 해당 규모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기까지의 시간 차가 시장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운 핵심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한 자본지출 급증이다.
오라클의 2분기 자본지출은 120억달러로, 직전 분기(85억달러)는 물론 시장 예상치도 크게 웃돌았다. 더그 케링 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2026회계연도 연간 자본지출 전망을 기존 약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케링 CFO는 “대부분의 투자금은 데이터센터 장비 구매에 사용되며 토지·건물·전력 비용은 임대 구조라 재무 부담을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월가는 “수주 잔고 증가와 실제 매출 실현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자금 조달과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오라클은 메타·엔비디아·바이트댄스 등과의 대규모 AI 인프라 계약으로 클라우드 계약잔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인프라는 소프트웨어 대비 이익률이 낮아 단기적으로 영업마진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해당 분기 조정 영업이익률은 41.9%로 전년 동기(43.4%)보다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AI 수요는 분명 존재하지만, 오라클이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확보한 계약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화하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라클은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 670억달러에서 변경하지 않았다. 3분기(12~2월) 기준 매출 성장률은 19~21%, 클라우드 매출은 40~44% 증가할 것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월가는 이번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며 투자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의 RPO 증가 속도는 긍정적이지만 “매출과 캐시플로로 연결되는 속도를 확인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오라클 주가는 9월 급등 이후 AI 인프라 투자 부담 우려가 누적되면서 이미 큰 폭 조정을 받은 상태였으며, 이번 분기 실적 실망이 주가 하락 압력을 다시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