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관세전쟁 속 주목받는 빅테크 '가이던스'...그리고 수출국가 한국의 심상치 않은 4월 데이터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4-29 14:56
[뉴스콤 장태민 기자] 관세전쟁 영향을 가늠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컨퍼런스 콜,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발표와 가이던스 등이 주목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30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실적설명회를 진행한다. 여기서 삼성이 보는 미래 전망도 나올 것이다.
미국에선 이번주 30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5월 1일 애플, 아마존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투자자들은 실적을 확인한 뒤 각 기업들의 관세 영향 관련 코멘트에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매그니피선트7의 실적과 향후 가이던스가 관세에 대한 우려를 얼마나 더 키울지 확인해야 한다.
■ '괜찮은' 미국 1분기 실적...관건은 2분기 이후
미국 S&P500 기업들의 1분기 EPS 는 9.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우려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S&P500의 EPS 증가율은 보면 24년 1분기 6.0%, 2분기 12.8%, 3분기 7.4%, 4분기 13.1%의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1분기는 9.7%로 둔화되지만 10%에 육박하는 양호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1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양호했다. 28일 기준 S&P500 기업 중 194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76%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S&P500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은 5% 내외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올해 1분기엔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과 미국외 국가들의 큰 관심은 미국 내에서 글로벌 기술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이다. 다만 기업간의 편차도 상당히 크다.
구글은 올해 1분기 EPS가 전년동기대비 49%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테슬라는 40% 감소하며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일단 엔비디아(EPS 전년비 +50%), 아마존(+48%), 메타(+13%), 마이크로소프트(+10%) 등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 증가세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주식시장의 심리가 불안정해 실적 서프라이즈보다는 실적 쇼크가, 그리고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의 실적이 더 관건이 된 상황이다.
기업들이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미래 실적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관심이다. 아울러 1분기 실적엔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과대평가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1분기는 관세 부과에 따른 수요둔화 등 직접적 영향이 반영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오히려 관세부과 전 선주문 증가와 밀어내기성 매출 등으로 실적이 일시적으로 높게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주가 측면에선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은 선반영된 재료로 간주되고, 예상치를 하회하는 경우에는 경기둔화 우려를 도 강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 연구원은 "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으로 가이던스를 보수적으로 제시하거나 아예 철회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실적 가시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증대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BOA는 최근 3개월간 가이던스 상향/하향 비율은 0.4배로, 장기 평균(0.8배)을 큰 폭 하회하고 있다면서 경계감을 표출했다. 기업 가이던스는 통상 3~4월에 상향 조정되는 계절성을 보이지만, 이번 3월에는 부진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 본격적인 관세영향, 주식시장 다시 궁지로 몰 수 있을까
관세는 세금 관련 비용을 높여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을 둔화시킬 수 있다.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마진을 지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 관세 자체가 추가적인 인플레를 유발해 경기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예상도 적지 않다.
관세가 수출입 기업들의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볼 수 있다.
우선 관세를 수입업체가 흡수하는 방법이 있다. 또 수입업체가 수출기업과 가격 협상을 통해 관세를 일정 부분 전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수입가격은 전가하는 관세율만큼 하락하게 된다.
또 미국시장에서 판매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다만 관세율의 크기, 기업의 경쟁력, 소비자들의 수요 탄력성 등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관세율이 정해진 뒤 수입업체는 관세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수출 기업과 가격 협상을 진행하면서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또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재고를 쌓아둔 측면이 있었다. 즉 트럼프 당선 뒤 기업들은 관세 부과를 우려해 재고를 비축했다. 관세에 따른 수출입 기업과 반응, 소비자 반응 행태에 따라 분위기는 유동적이다.
상당기간 기업들은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 전가하면서 수익성을 유지해 왔지만, 이번엔 관세가 인플레를 자극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이익마진은 24년 1분기 12.4% → 2분기 13.1% → 3분기 13.2% → 4분기 13.3%로 유지되다가 올해 1분기 12.8%로 소폭 하락할 것"이라며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이익마진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상당히 낙관적임을 감안할 때 향후 분기 실적 추정치가 큰 폭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관세는 수요 위축, 금융여건 악화, 불확실성 확대 등을 통해 성장을 둔화시키면서 실적 전망의 주된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2일 상호관세 발표 이전까지는 $270대 전후에서 형성됐던 외국금융사들의 2025년 EPS 예상치는 최근 $245~$255선으로 7.4% 가량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BOA는 미국 GDP 성장률이 1%p 하락할 경우 S&P500 EPS 증가율은 5~6%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 당장 주된 관심은 M7
향후 주식시장 전반의 분위기와 관련돼 주목받는 주체는 매그니피선트7이다.
일단 최근 Mag7과 '여타기업'들의 실적 격차는 줄어드는 분위기다. 여전히 빅테크가 일반적인 기업들보다는 양호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으나 차이는 축소되고 있다.
Mag7의 1분기 EPS는 전년동기비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비Mag7의 EPS는 6%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전히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으나 2024년 1분기 52%p에 달했던 증가율 격차를 감안하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미국에 터잡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번 관세정책, 미중 패권갈등 등과 엮여 있다. 이 기업들의 대응 능력에 따라 개별기업들의 실적 차별화도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상당기간 빅테크 기업들은 가치를 높게 평가온 탓에 최근엔 주가 낙폭도 컸다.
신술위 국금센터 연구원은 "빅테크 주가 부진은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 속에서 미·중 분쟁으로 인한 수출규제와 공급망 차질 우려 등에 기인한다"면서 "경기침체 우려로 성장주보다 가치주·방어주에 대한 선호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딥시크 등 중국 테크산업(레드테크)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 밸류체인에서의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빅테크 실적은 앞으로도 양호하겠지만 성장 모멘텀은 둔화하면서 시장 영향력은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면서 "빅테크 산업 내에서는 AI capex 향방, 수익화(monetization) 등에 따라 차별화가 강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빅테크 실적 둔화 가능성은 자본이 미국외 다른 나라로 이동할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어떤 나라보다 글로벌 무역시장 분위기를 많이 받기 때문에 비관적 미래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 한국 수출기업들, 4월부터 나타난 심상치 않은 시그널
올해 4월부터 한국 수출기업을 둘러싼 분위기가 한층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관세정책은 4월 2일 '해방의 날'을 기점으로 크게 변화했으며, 한국 수출액도 1~10일과 10~20일 사이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
1~10일까지 한국 수출은 전년동기비 13.6% 증가했으나 20일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5.2% 감소로 분위기가 반전된다.
특히 대미 수출은 0.6% 감소로 보합 흐름을 보이다 11~20일 기간 동안 급감해 20일 기준으론 전년비 14.3%나 급감했다.
통상 월별 수출은 월말로 가면서 점차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엔 11일 이후 수출 급감이 나타나 앞으로 한국이 얼마나 악화된 수치를 받게 될지 큰 관심이다.
하지만 상호관세는 발표 1주일 후 다시 90일 유예됐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 수출입 업체 모두 상당한 불확실성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종 등에 따라 기업들의 반응 역시 상당히 다를 수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어느 정도될지는 알기 쉽지 않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정책에 따른 선제적 재고 비축 수요는 상품별로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기업 쉬인과 테무가 이번주 들어 대대적인 가격 인상을 진행하기도 했다"면서 "일단 이번 가격 인상 대상 품목들이 전형적인 저부가가치 품목들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류 연구원은 "이는 해당 품목들에서는 선제적인 재고 비축 수요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 수출에서도 저부가가치 상품들의 경우 관세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한국은 전체적으로 고부가가치 상품 비중이 높아 단기적으로는 유리하나 하반기 수요 공백은 우려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2분기 선제적 재고 축적 수요는 전항목으로 확산되기 보다 일부 품목에 한정된 형태로 나타나며 상품별 수출 경기 차별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4월에는 월중 정책 변화가 극단적으로 이루어진 만큼 노이즈가 있겠으나 2분기(상호관세 유예 종료인 7월초까지)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상품 중심으로 수출이 이어지며 관세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를 일부 상쇄시켜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실제로 물동량도 4월 10~20일 사이 기간 급감한 후 곧바로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났음을 감안할 때 글로벌 교역이 급격히 냉각되는 모습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가 연초 대비 크게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재고 축적이 진행되고 나면 이후 나타날 수요 공백은 수출 전망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며, 하반기 수출의 역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