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9일 "트럼프가 현재의 관세 정책을 강경하게 밀어붙이면서 중국 뿐만 아니라 EU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까지 관세 보복전에 빠질 경우 경기와 어닝 리세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고 우려했다.
일단 최근 트럼프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관세정책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워스트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성환 연구원은 "컨센서스는 경제지표를 확인한 이후 수정되기 때문에 어닝 리세션이 촉발되는 시나리오에서 PER로 저점을 긋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 시나리오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고점대비 주가 하락폭"이라며 "트럼프는 1기 때부터 주가를 본인의 치적으로 내세웠던 전적이 있고, 고집스럽게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폭락을 방치한다면 주가 하락이 소비에 영향을 안줄수 없다"고 밝혔다.
통상 주가(와 자산가격) 하락은 정책 당국자들의 시선을 바꿔놓는 경우가 많았다. 경험적으로 정책 당국자들이 자산가격 부양 임계점으로 삼는 고점대비 주가 낙폭은 30%가 넘어가는 지점이었다. 블랙 먼데이와 팬데믹 때도 고점대비 낙폭이 30%를 넘자 이전보다 더 강한 강도로 정책 공조가 나오기 시작했고, 2018년 4분기에도 나스닥 낙폭이 25%에 육박하자 통화정책 비둘기 선회가 이뤄졌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을 달리 할 가능성이 있다는 개연성 정도를 시사한다. 고점대비 낙폭이 30%을 적용한 worst 시나리오에서 S&P 500은 4,300p를 터치할 수 있다"면서 "이 시나리오에서 선호되는 업종은 방어주와 소외주의 조합"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경기가 안 좋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몰려있는 과거의 주도주들에서 시장 유동성 증발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2023~2024년 구간에서 많이 오르지 않은 업종들이 그나마 시장 붕괴에서도 아웃퍼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악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본다면, 정책 실기에 따른 대공황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수 있다. 1929년 대폭락은 잘못된 정책(고율 관세와 증세, 임금 수준 유지)을 고수하면서 이후 대공황으로 비화했고 당시 주식시장은 4년에 걸친 추락을 겪었다"면서 "주가가 30% 이상 폭락한 이후 실물경제 둔화 조짐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을 바꾸지 않고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을 강경하게 밀어붙인다면 대공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관세 정책을 되돌리려는 민간과 교역상대국들의 노력을 감안하면 아직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베이스 시나리오
미국 정부 역시 자국 경제를 감안해 워스트 시나리오로 계속해서 밀고 나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관세율을 되돌리는 케이스도 감안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 연구원은 "10% 초반의 관세율로 이행할 경우 상호관세 부과과정에서 극도의 투매를 겪은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회복의 여지가 있다"면서 "다만 기업이익 하강을 소화해야 한다. 경기하강 국면이나 강한 침체로 비화하지 않을 경우 S&P 500의 기업이익은 고점대비 3~5% 가량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익이 꺾이면 이전 강세장에서 이어져왔던 PER 영역은 이전의 저점이 고점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작년 미국 주식시장의 PER 지지선은 20배였지만, 베이스 시나리오에서 이 수준이 고점이 될 공산이 크다"면서 "현재대비 12MF EPS가 3% 꺾인 상황에서 20배를 적용할 경우 상단은 5,500p가 도출된다"고 밝혔다.
하단은 지난 5년간 하위 10%에 해당하는 스트레스를 전가받았던 17.3배를 적용한 4,600p로 제시했다.
그는 "베이스 시나리오에서는 수급 이슈에 따른 투매가 진정되더라도 시장이 미국 경기와 기업이익에 대한 확신을 바로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통화와 재정 등 정책여력이 확보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경우 달러가 곧장 강세로 반전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주가 반등의 형태는 V자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 주가지수는 4,600 ~ 5,500p 영역의 바닥권에서 펀더멘탈 개선 신호를 수집한 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펀더멘탈을 확인하면서 서서히 이뤄지는 형태를 예상했다.
그는 "12MF EPS가 고점대비 3~5% 정도 하락하면 시장 조정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남유럽 위기, 2011년 신용등급 강등, 2015년 하반기 중국발 조정장과 비슷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업종별로는 방어주의 미세한 우위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시나리오는 투자자들이 조심스럽게 경제와 기업이익 후퇴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는 국면이고, 민감주와 성장주가 랠리를 펼치려면 실적 시즌에서 코멘트가 좋아야한다는 조건이 붙는다고 했다.
그는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방어주가 유리하다. 제약, 통신, 필수소비재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 트럼프가 확실히 물러서는 베스트 시나리오는
미국이 10% 이하의 관세율로 회귀할 경우 미국의 상대적 강세가 다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협상을 통해 미국 정부의 스탠스가 완화되면서 10% 이하의 관세율로 회귀할 경우 소비자들이 겪을 타격과 상호 맞보복전 리스크는 완화된다"면서 "이 시나리오에서 향후 미국 경제는 둔화하더라도 침체로 빠지지 않을 공산이 크며, 달러 약세와 극심한 미국 투자자산 회피는 되돌림을 경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시장 추세 판단의 핵심 요소인 12MF EPS도 상승 속도는 둔화하되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완만한 경제와 펀더멘탈 하향을 감안해 2025년 이익 컨센서스가 10% 추가 하향되도 연말 12MF EPS는 지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S&P500의 12MF PER은 지난 5년내 하위 15%인 17.5배에 도달했다. 이익이 유지만 된다면 가격 매력 논리가 작동하면서 반등을 도모할 수 있는 가격대"라며 "당장의 펀더멘탈이 불안해보여도 경제와 이익이 정상궤도로 복귀하고 정책 흐름이 우호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확인한다면 주식시장은 V자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LTCM 붕괴, 유로존 위기, 팬데믹 전후 주식시장이 V자 반등을 전개했던 모습과 비슷한 형태를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주식시장은 약세장에 진입해도 빠른 시점에 회복을 이뤄냈다. 이 시나리오에서 S&P 500의 목표 밴드는 기존에 제시했던 영역(5,400~6,100)으로의 회귀가 가능할 것"이라며 "베스트 시나리오로 반등이 전개될 경우,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투매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가장 타격을 많이 받았던 기술주들의 반등이 가파를 공산이 크다"고 했다.
통상 V자 반등의 초반 구간은 낙폭과대의 강세로 시작하며, V자 반등의 후반부는 실적이 주도주를 결정한다.
그는 "수급적으로 기술주와 달러화가 강하게 결부되어 있는데다, EU와 비미국이 빅테크를 상대로 보복을 단행할 위험도 낮아지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기술주를 우선적으로 매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AI 관련주와 플랫폼, 빅테크가 해당하며 산업재와 금융도 선호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